“대~한민국!” 4년마다 찾아오는 세계인의 축제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광장에서 응원봉을 휘두르는 시민들, 주문 영수증이 바닥을 덮을 정도로 분주한 치킨집 사장과 직원들, 학교와 직장에서도 하나가 돼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지난달 20일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를 시작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이하 카타르 월드컵)이 28일간의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카타르 월드컵 이모저모

카타르 월드컵은 아시아에서 열리는 두 번째 월드컵이다. 첫 아시아 개최 월드컵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이하 한일 월드컵)이다. 카타르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겨울에 개최되는 월드컵이다. 기존 월드컵은 프로 축구 리그가 휴식하는 여름에 진행됐다. 그러나 카타르의 여름 낮 기온은 약 50도까지 올라가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어려워 카타르 월드컵은 겨울에 개최하기로 결정됐다. 겨울임에도 종종 40도를 넘어가기도 하는 더운 날씨에 지쳐 쓰러지는 선수가 없도록 스쿼드 구성에 여유를 줘 기존 23명이던 선수단 정원을 26명으로 늘렸다. 

카타르 월드컵은 기술적 측면에서 기존 월드컵과 다르다. 지난 7월 FIFA는 카타르 월드컵에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이하 SAOT)’을 도입한다고 알렸다. 오프사이드는 공격상황인 선수가 경기장 중앙선 기준으로 상대편 진영에서 상대편 최종 수비수보다 앞서 공을 패스받으면 선언되는 반칙이다. 공을 패스하는 순간에 받는 선수와 최종 수비수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해 타 규칙에 비해 심판진이 판정 실수를 범하기 쉽다. SAOT는 경기장 지붕 아래 12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선수들의 관절을 중심으로 신체 부위 29곳을 추적한다. 

또한 카타르 월드컵 공식 축구공 ‘알 힐랄’ 내에 1초당 500번 정보를 기록하는 관성측정센서를 달아 패스하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두 기계로부터 얻는 정보를 종합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별해 비디오 조정실에 알리고 조정실에서 판단 후 필드 위 주심에게 알린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70초였던 판정 과정은 25초 내로 짧아졌다. 
 

▲ 100주년기념관 체육관에서 응원하마에 참여한 학우들이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 100주년기념관 체육관에서 응원하마에 참여한 학우들이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있다.

붉은 악마의 월드컵

우리나라 월드컵 응원문화의 시작은 4강 신화를 이뤘던 한일 월드컵이다. 한일 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에 참여했던 김민선 씨(46)는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경기를 볼 정도로 온 국민이 난리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추억했다. 우리대학 스포츠과학과 황선환 교수는  “주요 국제스포츠 대회를 우리나라에서 연다는 것에 엄청난 관심이 몰렸다”며 “기적적으로 4강까지 진출하며 감동을 선사했고 모두가 하나가 된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응원 열기가 엄청났다”고 회상했다. 

황 교수는 2002년 우리나라 대표팀이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로 과감한 변화와 목표를 향한 굳은 의지를 지목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선수선발을 포함한 전권을 위임하고 K리그 사무국 역시 클럽팀 경기를 포기하며 당시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훈련 시간을 보장했다. 히딩크 감독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유럽식 축구를 우리나라에 도입해 선수들을 성장시켰다. 또한 선수 간 존댓말 금지를 통해 불필요한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며 선수들의 단합에도 발전을 가져왔다. 황 교수는 “여러 과감한 변화와 목표를 위해 하나가 된 선수단의 의지가 잘 조화돼 4강 진출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한일 월드컵 당시 서울시청 앞 광장, 광화문사거리,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광주 옛 전남도청 앞 등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모여 응원을 벌였다. 황 교수는 “우리나라의 단체 야외 응원문화에 감명받은 FIFA는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개최국의 각 지역에 ‘FIFA 팬 페스트’를 기획해 수많은 관객을 모아 길거리 응원을 진행했다”고 이야기했다.
 

하나 된 진심, 하나 된 우리나라

단체 응원의 종주국답게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우리나라 국민의 응원은 뜨거웠다. 지난달 24일 우리대학 총학생회 ‘내일’(이하 총학)은 월드컵 응원 행사인 ‘응원하마’를 진행했다. 우리나라의 월드컵 경기를 다 같이 응원하며 관람하는 행사였다. 우리대학 100주년기념관 체육관에는 400개의 의자가 큰 전광판 앞에 놓여 행사에 참여한 학우들이 편하게 앉아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총학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안전에 특히 주의했다. 류창현 총학생회장은 “동대문구 경찰서에서 나온 경찰관들이 질서를 감독할 계획”이라며 “실시간으로 인원 현황을 파악하는 경찰 정보관도 배치해 실시간으로 인원을 체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앙 치어리딩 동아리 아미커스와 중앙 풍물굿패 동아리 얼씨구도 행사에 함께했다. 아미커스는 경기 시작 전 응원 구호와 동작을 행사에 참여한 학우들에게 알려주며 단합에 도움을 줬다. 

얼씨구는 경기 중 아미커스가 응원을 유도할 때 북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면서 열기를 더했다. 또한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 쉬는 시간에 아미커스와 얼씨구는 각자 공연을 선보이며 행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경기는 0대0 무승부로 마무리되며 우리나라의 골은 없었지만 학우들의 열정 넘치는 응원은 경기 내내 이어졌다. 응원하마에 참여한 최선우(자전 22) 씨는 “체육관에서 다 같이 응원하는 열기가 좋았다”며 “아미커스와 얼씨구의 공연은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 재밌었다”고 이야기했다. 김민석(스과 19) 씨는 “사람들 간의 거리가 있어 다 같이 응원하는 느낌이 조금은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국민의 열정은 꺼지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나라와 가나의 경기 거리 응원이 진행됐다. 응원 구역은 메인무대, 예비무대 1, 예비무대 2로 나뉘어 있었다. 사람들이 응원 공간에 여유롭게 자리할 수 있도록 경찰관과 보안 요원이 질서를 통제했다. 메인무대 가장 앞에서는 진행자가 마이크를 통해 응원 구호를 유도하고 주변에서는 북을 두드리며 응원을 이끌었다. 

전반전에 가나가 2골을 넣었지만 시민들은 함께 응원 구호를 연신 외치며 희망과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전에 돌입하고 조규성 선수가 멋진 헤딩으로 2골을 기록하자 시민들은 희망찬 함성을 지르며 조규성 선수의 이름을 연신 불렀다. 골이 들어갔을 때 경기 화면 앞에 설치된 무대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환희의 열기를 더했다. 동점 골에 환호하던 시민 이재호(28) 씨는 “우리나라가 지고 있음에도 기죽지 않고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동점 골이 들어간 지 7분 후 우리나라는 한 골을 실점했다. 남은 시간 동안 좋은 기회를 만들었으나 놓치며 경기는 2대3 우리나라의 패배로 끝났다. 아쉬운 패배에 탄식하던 박주현(33) 씨는 “마지막에 코너킥을 선언하고 취소된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우리 대표팀은 너무 잘해줬다”고 격려했다.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하려면 조 1위인 포르투갈에 반드시 승리하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2점 차 이하로 승리하거나 무승부로 경기를 마쳐야 했다. 황선환 교수는 “지난 월드컵에서 전통 강호인 독일을 상대로 보여준 우리나라의 저력이라면 충분히 포르투갈을 이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3일 우리나라와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황희찬 선수가 추가 시간에 극적인 골을 터뜨리며 2대1 우리나라의 승리로 이어졌다. 우루과이가 가나를 2대0으로 이겼지만 우리나라가 우루과이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우리나라 대표팀에 온 국민은 희망을 외치는 중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명언이 떠오르는 기념비적인 성과다.


정재현 수습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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