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개최된 카타르 월드컵에선 음주와 돼지고기 반입, 애정행각과 상체 노출이 금지됐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어 각국에선 ‘금욕 월드컵’이란 조롱이 이어졌다. 세계가 월드컵에 주목할 때 이란에선 비명과 총성이 울렸다.

지난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며 경찰에 연행된 여성이 급사하자 진상규명을 바라는 시위가 이란 전역으로 확산됐다. 시위 진압에 군대가 투입됐고 3개월간 시위로 최소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카타르와 이란, 금욕과 학살. “샤리아를 지켜달라.”, “샤리아 집행을 멈춰라.” 사람들은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 이란 정부의 샤리아 집행에 항의하며 머리를 자르는 여성(출처: 연합뉴스)
▲ 이란 정부의 샤리아 집행에 항의하며 머리를 자르는 여성(출처: 연합뉴스)

법이요 믿음이요 삶이니

아랍어로 길을 의미하는 샤리아는 이슬람교의 율법이자 규범 체계다. 우리나라 법이 헌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 명령 등으로 이뤄진 것처럼 샤리아는 『쿠란』과 『순나』, ‘이즈마으’로 구성된다. 『쿠란』은 이슬람교의 경전으로 하느님인 알라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순나』는 선지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책으로 『쿠란』을 실천하는 방법, 선행과 악행의 기준과 그에 따른 상벌이 명시돼있다. 『쿠란』과 『순나』에 명시되지 않은 사안들은 이슬람 법학자들의 논의를 의미하는 ‘이즈티하드’를 거쳐 죄의 경중을 정한다. 이것이 최종적으로 나온 결과가 이즈마으다. 7세기에 저술된 샤리아가 교통사고나 인터넷 범죄를 재판하는 기준이 되는 것도 이즈티하드와 이즈마으 때문이다. 이를 통해 율법이었던 샤리아는 민법과 형법, 행정법 등 법 전반을 다루며 지금과 같은 체계를 이뤘다.

샤리아는 흔히 이슬람‘법’으로 인식되지만 법과 규칙을 다루는 ‘무아마라트’ 외에도 도덕과 의례를 다루는 ‘이바다트’도 포함된다. 이바다트는 의식주와 직업, 여가나 관혼상제 등 생활 속 모든 행위를 관장한다. 우리가 이슬람교 하면 떠올리는 성지순례나 할랄푸드부터 목욕 순서, 수익분배율 등도 이바다트에 규정돼있다. 이란인 유학생 하룬 씨는 “돼지고기는 샤리아에 명시된 금기인 ‘하람’이다”라며 “하람은 행하는 건 물론 꾀하는 것도 죄가 되기에 돼지고기를 담거나 조리했던 기물도 쓰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샤리아가 이토록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게 된 데는 신앙과 생활이 밀접하게 관계된 이슬람교만의 특징이 영향을 미쳤다. 국내 유일의 샤리아 전공자인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김형훈 초빙연구원은 “이슬람교는 생활과 종교가 구분되지 않는다”며 “무슬림에게 이슬람교는 단순한 종교를 넘어 총체적인 삶이기 때문에 율법인 샤리아도 함께 삶 전체로 확장된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마다 수용엔 ‘온도차’

샤리아는 흔히 중동에서만 행해지는 법규범으로 오해받지만 중동 외 이슬람 국가인 브루나이와 방글라데시 역시 샤리아를 받아들였다. 러시아나 인도네시아처럼 일부 지역에서 샤리아를 수용한 경우도 있다. 반대로 튀르키예는 전체 인구 중 98%가 이슬람교를 믿지만 건국자인 아타튀르크가 1923년 정교분리를 채택하며 샤리아를 수용하지 않았다. 우리대학 튀르키예 유학생 야신(국문 22) 씨는 “오스만 제국이 해체되고 튀르키예를 세우는 과정에서 샤리아 대신 유럽 법제를 도입했다”며 “음주나 옷차림 역시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외 이집트와 이라크 등 국가도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을 믿지만 지도층이 세속주의를 채택해 샤리아를 배제했다.

샤리아를 믿는 국가라 해도 해석하고 적용하는 정도는 건국이념과 지도층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쿠란』이 쓰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와하비즘’을 내세우며 건국됐고 이란은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호메이니가 이슬람 혁명을 일으켜 세속주의적인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면서 탄생했다. 따라서 양국 모두 샤리아를 엄격하게 집행하고 있다. 반면 요르단과 시리아는 영국과 프랑스의 통치를 받으며 지도층이 지배국에 유학을 가거나 장교로 임관해 서유럽과 활발히 접촉했다. 그 결과 이들 국가는 샤리아를 채택하긴 했지만 주류 판매와 복장 자유화가 행해지는 등 유연한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길’을 선택할 자유를

샤리아는 이슬람적 삶의 일부로서 지속됐지만 몇몇 국가들은 샤리아를 억압적으로 적용하며 국내외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란은 도덕 경찰이 샤리아를 어긴 이를 채찍질하고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도와준 은행 지점장을 해고하는 등 인권침해로 논란을 빚었다. 우리대학 이란인 유학생 마지여르(국문 20) 씨는 “이란은 대학교 입학 전까지 남녀가 같이 수업을 받을 수 없다”며 “대학교에서 이성교제 사실이 발각돼 종교경찰에 잡혀가면 부모가 보증을 서준 후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외국인에게 샤리아가 적용되는 점도 지적받는다. 이란 여행을 갔었던 이태우 씨(22)는 “종교경찰이 오더니 술 냄새가 난다며 강제로 경찰차로 끌고 갔다”며 “외국인도 위협을 받는데 자국민에게는 더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그러나 샤리아 자체가 문제라곤 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성차별과 비인도적인 형벌은 샤리아를 해석하고 집행하는 지도층의 문제라는 것이다. 김형훈 연구원은 “샤리아를 통해 기존에 부정되던 여성의 사유재산권이 인정되기도 했다”고 성차별 행태가 샤리아에 근거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마지여르 씨 역시 “지금 이란 길거리에는 히잡을 쓰는 사람들도 많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샤리아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이슬람 전문가는 지도층이 샤리아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지가 샤리아의 향후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김형훈 연구원은 “하지 말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라’와 ‘가급적 하지 말라’로 구분지어 해석할 수 있다”며 “어떠한 해석을 택하냐에 따라 자신들의 신념을 지킬 수도, 서방과 관계를 원만히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샤리아의 억압과 관용이 동시에 벌어지는 가운데 이슬람 정치·종교 지도자들이 어떠한 길을 택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임호연 기자 20226300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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