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진행해 온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도어스테핑은 고위 정치인이 회의장에 들어가거나 회의를 마치고 나올 때 밖에서 대기하던 기자들과 주고받는 간단한 문답을 말한다. 출근길 10분 내외의 대화는 용산 시대가 표방하는 언론 자유의 상징이었다. 정부와 언론 간 갈등이 쌓여 도어스테핑 중단까지 도달한 지금, 정부에 의한 언론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최초, 혁신, 소통의 도어스테핑

지난 5월 11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기자들이 던지는 질문에 답해왔다. 전임 정부 당시 문제가 됐던 언론과 정부 간 낮은 접촉도 개선을 위해 우리나라 대통령 중 최초로 도어스테핑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통해 총리 후보자, 장관 임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했다. 도어스테핑은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현 정부만의 혁신적인 소통 방식으로 평가받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도구로 작용해왔다.

윤 정부는 취임 초부터 언론과 정부 간 낮은 접촉도 개선을 위해 소통을 꾸준히 강조했다. 이후 도어스테핑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도구로서 작용해왔다. 경북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남재일 교수는 “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은 위임한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에 관해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며 “언론은 국민의 대리인이기에 언론과의 소통의 장이 될 도어스테핑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정부와 언론 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도어스테핑은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 많은 국가에서 실시 중이다. 도어스테핑을 잘 활용해 대중적 선호도를 높인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오전과 오후 모두 기자들과 문답을 나눴다.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 2020년 3월 이후 110일 동안 80차례 도어스테핑을 진행하며 현안 설명 의무를 수행했다. 다만 도어스테핑 현장에서는 기자의 질문에 언성을 높이고 설전을 벌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미국·러시아 정상회담 직후 질의응답에서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언성이 높아져 기자를 비난한 그는 추후 해당 기자에게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타국의 도어스테핑이나 약식 기자회견에서도 논쟁은 있었지만 정부와 언론 간 소통은 계속돼 왔다.
 

▲ 지난달 18일 중단 전 마지막 도어스테핑을 진행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사진출처: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지난달 18일 중단 전 마지막 도어스테핑을 진행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사진출처: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소통의 문이 사라지다

원활하게 이뤄지던 정부와 언론 간 소통은 위기의 국면을 맞았다. 지난 9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서 행사장을 나서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이다. MBC는 해당 발언을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으로 보도했으며 야당은 해명을 요구했다. 보도 이후 22일 대통령비서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 XX들’이 지칭하는 것은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은 MBC의 보도를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지적했으며 26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악의적으로 왜곡됐을 확률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MBC를 향한 정부의 노골적인 배제가 시작됐다. 지난달 10일 윤 대통령의 출국 직전 대통령실은 MBC 기자단에게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MBC 전용기 탑승 불허에 대해 방송기자연합회 양만희 회장은 “공적 수행 중 발언은 해명과 사과로 끝날 문제지 또 다른 논란으로 접근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전용기는 단순한 비행기가 아니라 공무를 수행하는 공적 영역이고 기내 간담회와 공직자 취재 등이 이뤄질 수 있는 장소”라며 “전용기 탑승 배제는 취재 편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해당 사안이 분명한 언론 자유 침해임을 주장했다. 기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현직 기자 A씨는 “취재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면 똑같이 발언으로 반박을 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동등한 주고받음이 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규제는 계속됐다. 지난달 18일 도어스테핑에서 MBC 이기주 기자는 전용기 탑승에서 MBC 취재진을 배제한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 기자를 향해 “악의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 답했다. 해당 기자는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다는 건가”라고 되물었지만 침묵과 함께 도어스테핑은 그대로 종료됐다. 다음날 대통령실은 MBC가 보인 악의적 행태에 대한 10가지 근거를 들어 부대변인 성명문을 발표했다.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 조성은 의장은 “국가원수의 비서실 조직이 내놓은 성명문치고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며 “악의적이라는 문구를 반복하며 특정 언론사를 맹렬히 비판하는 것은 품위 없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도어스테핑은 ‘불미스러운 사태 방지’를 이유로 끝내 중단됐다. 

MBC의 사례가 특정 언론사에 그치지 않고 언론계 전체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다분하다. 지난달 13일 G20 정상회의 이동 중 윤 대통령은 채널A와 CBS 기자 2명과만 특별 대면을 진행했다. 한·미, 한·일 정상회담 중에는 대표 기자단의 취재가 배제됐으며 성과 또한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YTN의 최대주주 한국전력KDN은 계속해서 지분 존속을 표명해 왔지만 지난달 23일 YTN의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지난달 11일 「자산효율화 계획」을 발표한 직후 바뀐 입장에 정부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양만희 회장은 “과거에도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충돌과 기자들의 해고가 있었다”며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하기에 언론 연합 단체들도 공동으로 연대 중”이라며 현황을 설명했다. 외신의 반응 또한 싸늘하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언론은 민주주의에서 활약하는 데 필수적이며 공익상 종종 어려운 질문을 해야 한다”며 “도어스테핑의 재개는 본질적으로 더 큰 언론 투명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와 언론, 상호 견제 필요해

점점 치닫고 있는 정부와 언론의 적대적인 관계는 어떻게 마무리돼야 할까. 남재일 교수는 언론과 정부의 갈등은 통치 행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부는 언론이 자신들의 대변인이 돼 언제나 호의적으로 보도하리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정부가 대범하고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면 언론도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어스테핑의 부재가 이어지며 재개의 필요성 또한 거론됐다. A씨는 “기자는 현안에 관해 물어볼 자격이 있고 대통령은 이에 답할 의무가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도어스테핑을 비롯한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의 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도어스테핑은 윤석열 정부가 밝혔듯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렇다면 중단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정부의 대응에 대해 방예현(국사 22) 씨는 “한 번 추진했던 일을 너무 쉽게 그만두는 모습이 무책임해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정부가 한 번 특정 언론을 배제하기 시작하면 다른 언론사들도 언제든 배제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며 “청년들이 윤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대해 비판함으로써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언론 관계자들은 언론이 국민에게 현 상황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A씨는 “단순한 서술이 아니라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보도를 막는다는 것이 어떤 피해를 초래하는지 설명해야 국민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언론 역시 자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언론과 정치권력의 대립보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더 강하다”며 “언론이 진영에 따라 갈라지지 않고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가십성 보도 대신 진지하게 정치권력을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은 의장은 “청년들은 극단적인 정치적 관점을 가지기보다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접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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