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cissistic, my god, I love it”(LOVE DIVE, 아이브), “다신 사랑받지 못한대도 Yes I’m nude”(Nxde, 여자아이들), “더 높이 가줄게 내가 바랐던 세계 젤 위에 떨어져도 돼 I’m antifragile”(ANTIFRAGILE, 르세라핌) 최근 전성기를 맞이한 올해 K-POP 4세대 여자아이돌의 노래 가사 중 일부다. 공통적으로 높은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를 통해 전하고 있다. 노래뿐만 아니라 에세이, 영화와 드라마까지 대중문화 전반에 ‘자존감’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좋은’ 자존감과 ‘나쁜’ 자존감 

아이브는 ‘ELEVEN’, ‘LOVE DIVE’, ‘After LIKE’로 이어지는 내내 ‘나르시시즘’을 콘셉트로 밀고 나왔다. 르세라핌은 야망과 독기에 차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걷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렇듯 콘텐츠 속에 나타나는 자존감은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영역별로는 개인의 자존감, 직업에 대한 자존감, 가족에 대한 자존감 등으로 나뉜다. 강도별로는 자존감의 높고 낮음을 평가할 수도 있다. 다만 건강한 자존감을 넘어 과도한 자기중심적 사고를 담은 콘텐츠도 생산되고 있다. 건강한 자존감을 담은 콘텐츠라고 해도 수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잘못된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우리대학에서 [심리학의 이해]를 강의하는 전주람 교수는 “콘텐츠를 통해 자존감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어떤 콘텐츠를 보고 스스로 수용하고 배척할지를 결정하고 해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크쇼 [유퀴즈 온더 블록]과 [세상을 바꾸는 시간]을 자존감을 담은 콘텐츠로 추천했다. 전 교수는 “콘텐츠 자체가 지루하지 않고 짧고 빠르게 진행된다”며 “특히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 이야기를 잘 담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생사를 표면적으로 보지 않고 내면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강점과 자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존감이 트렌드가 된 이유는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전주람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존감이 채워진 상태라면 실패해도 여유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반면 자존감이 낮다면 조금만 뜻대로 안 돼도 크게 좌절하고 낙심해 일상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최근 유행으로 자리 잡은 자존감 관련 콘텐츠는 청년들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생 이주빈(22) 씨는 “요즘 유튜브에서 ‘자존감 높이는 플레이리스트’ 등 자신감과 자존감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다”며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 같기도 하지만 계속 접하다 보면 실제로 자존감이 올라가는 듯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최근 자존감에 관한 논의가 증가하며 잘못된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청년들도 늘었다. 전 교수는 “높은 자존감과 나르시시즘은 다른 단어지만 최근 나르시시즘이 늘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는 나르시시즘은 병리적인 문제이며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맺게 돼 위험하다”고 전했다. 자존감 관련 콘텐츠를 나르시시즘으로 잘못 이해해 자기중심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이기적임을 넘어 공감 불능으로 판명된다. 이는 관계 자체를 맺기 어렵게 해 앞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학교와 직장에서 활동할 청년들에게 부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자존감 관련 콘텐츠가 주류 메시지로 자리 잡은 것에 대해 전 교수는 “여러가지 사회구조적 고충 때문에 청년들이 주변보다는 자기에게 집중하기 쉬운 환경”이라며 “미래 사회는 협업과 공존 능력이 중요한데 청년층 전반적으로 소통 능력이 미흡하다면 국가적 손해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강한 자존감으로 가는 길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존감과 자기애를 갖고 과도한 자기 위주의 감정을 자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전주람 교수는 “청년들이 콘텐츠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를 무분별하게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판적 관점과 문제의식이라는 의미다. 콘텐츠는 사람에 따라 유익하고 유해한 부분을 모두 가진 양면적 존재다. 

따라서 좋은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보는 이에 따라 편향된 해석을 할 수 있어 문제가 되곤 한다. 전 교수는 “대중이 댓글을 통해 의견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깊고 충분한 논의의 장이 대학에서의 교과 수업과 비교과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시작돼야 한다”며 “이러한 활동 자체가 청년들의 비판의식을 키우고 생각을 확립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대학은 자신의 색깔인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시기”라며 “과도한 자존감과 나르시시즘이 스스로 의심된다면 깊이 돌아보고 빠져나오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전했다. 


정시연 기자 jsy434438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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