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의회 김현기 의장은 지난달 14일 우리대학 반값등록금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반값등록금 시행 이후 서울시립대의 대학 순위가 2012년 500위권에서 이번해  800위권으로 곤두박질쳤으며 THE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서울시립대는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THE 세계대학평가에 처음 진출한 지난 2015년에는 350위권에 속했으나 이번해 1200위권을 기록했다.

김 의장은 “서울시립대의 순위가 하락한 주요 원인으로 QS 세계대학랭킹은 낮은 ‘외국인 비율’과 ‘교원당 논문 수’, THE는 ‘연구실적’과 ‘산학협력’ 부족을 꼽고 있다”며 “연간 5개 미만의 연구를 진행하는 유명무실한 부설연구소도 있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그러나 연구지원과에 따르면 연구소는 자체 예산으로 운영돼 대학 예산과는 무관하다. 연구지원과 담당자는 “연구소는 용역비를 통해 외부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자체적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이어 “평가에서 통상적으로 언급되는 ‘연구’는 90% 이상이 교원 논문”이라며 “연구소 실적은 대학평가 순위를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평가 순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교원 논문 실적에 대한 지원도 반값등록금 시행 전후가 다르지 않다. 담당자는 “등록금을 인하하기 훨씬 전부터 논문 인센티브를 별도로 지급하거나 연구 과제를 만들어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해 왔고 현재도 동일하게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대학 평가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실적마저도 반값등록금과 상관성을 찾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우리대학의 적은 논문 편수가 대학평가 순위를 낮추는 고질적인 문제임은 부정할 수 없다. 담당자는 “당장 존폐 여부가 위태로운 지방대, 실적에 엄격한 사립대와 달리 우리대학은 양을 늘리기보다 긴 시간을 들여 연구의 질에 집중하는 교원이 많다”고 말했다. 객관적 기준을 정하기 어려운 질적 평가보다 논문 편수에 치중한 양적 평가가 주로 이뤄지다 보니 우리대학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학교 측은 부족한 논문 수를 늘리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무과 담당자는 “교원 승진, 업적 평가에 반영되는 연구실적 기준을 강화했으며, 실적에 따른 시수 감면 기준을 엄격히 하는 등 개정된 규정이 교무위원회를 통과했다”며 “이번달 말 구체적 내용을 공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이민옥 의원은 “반값등록금에 관련된 논의가 현재 효용성 측면에 치우쳐 있다”며 “서울시립대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공립대이기에 공공성 측면의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값등록금은 지난 2012년 당시 타 대학의 등록금 인하와 대학생 학비 부담 완화 등의 공적 효과를 기대하며 도입됐다. 

반값등록금 시행 이래 10년이 흐른 현재, 반값등록금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까. 김현기 의장은 반값등록금이 공공성 측면의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MBN 보도를 통해 “반값등록금 도입 이래 서울시민의 세금 약 7천억원이 투입됐지만 휴학률도 높고 자퇴율도 높다”며 비판했다. 이어 지난달 14일 서울시의회에서는 “휴학생 55%에 달하는 학생들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휴학한다”며 “아르바이트 시간을 공부에 쏟게 한다는 반값등록금 시행 취지는 퇴색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자퇴율을 나타내는 중도탈락학생 비율은 우리대학 신입생 기준 9.5%다. 서울권 대학이나 학생정원 수가 비슷한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세종대(13.3%), 서강대(12%), 건국대(9.2%), 서울과기대(9%), 중앙대(8.7%), 경희대(7.2%)로 우리대학과 유사하다. 한편 우리대학 재적학생 수 대비 휴학생 수를 의미하는 휴학률은 이번해 기준 29%다. 이는 건국대(31%), 서강대(30%)보다 낮고 서울과기대(27%), 

중앙대(27%), 서울대(26%)보다는 높다. 서울권 대학 중 군휴학이 없는 여대를 제외하면 우리대학은 전체 평균 수준으로 특별히 자퇴율과 휴학률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김 의장은 개인 사정으로 휴학한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등 경제활동을 한다고 주장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고유경(경영 15) 씨는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2년 동안 연구소에서 일하며 커리어를 쌓기 위한 준비에 힘썼다”고 말했다. 이승주(경영 20) 씨는 “공인회계사 시험 공부에 정진하려 학원을 다니기 위해 휴학했다”며 “학업과 전문직 자격증 준비를 병행하는 데 한계가 있어 휴학 후 시험 준비에 매진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우리대학이 높은 자퇴율과 휴학률을 보이며 공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민옥 의원은 “서울시립대는 공공성에 기반한 교육기관이므로 실적이 낮거나 기능 수행이 부족하더라도 서울시의 책임”이라며 “문제 발생 시 서울시의 지원을 더 요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대학은 서울시를 통해 안정적 수입금 확보가 가능한 만큼 비등록금 수입 확보 부담이 적다. 때문에 우리대학의 자체적인 수입금 확보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대학 지난해 기부수입은 15억원으로 집계됐다. 

타 대학은 어떨까. 지난해 국립대별 기부금은 서울대(400억원), 부산대(50억원), 서울과기대(16억원)으로 나타나 국공립대 중 우리대학의 기부금 수입은 적은 편에 속했다. 우리대학과 규모가 비슷한 사립대는 지난해 숙명여대(58억원), 서강대(56억원), 세종대(25억원) 등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편 김현기 의장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장 내년부터 원상 복구하자는 것은 아니고 공론화를 통해 새 방향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값등록금 논의가 효용성과 공공성을 모두 아우르며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시연 기자 jsy4344381@uos.ac.kr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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