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경 사회부 정기자
신연경 사회부 정기자

우리의 모든 감정은 사실 화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극심한 우울감이 드는 것도 전부 코르티솔이라는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내 몸은 그 코르티솔이 자주 분비되도록 설계된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코르티솔이 범람하는 시기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 나만의 빛나는 재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 우물 속 개구리 같은 생각이었으며 세상에는 나보다 멋진 사람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원체 글 쓰는 걸 좋아했다. 재능 있다는 이야기를 몇 차례 듣다 보면 아이들이 하는 시시한 이야기들은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상한 의식에 취해 살던 미성년을 벗어나고 타지에서 마주한 새로운 사회는 그다지 나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성적대의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말들을 한다는 건, 처음엔 내 말을 이해하는 이들을 만났다는 안도감을 줬지만 끝은 내 특별함이 특별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씁쓸함으로 귀결됐다. 

신문사에 입사하고 나서 우울은 더 심해졌다. 원래 내가 사랑하던 작문이란 건 생각을 나열하고 예쁜 단어로 포장하는 거였다. 그렇지만 기사는 사견을 넣어서는 안 됐고 정확한 근거에 기반해야 했다. 잘해보겠다는 각오와 다짐이 무색하게도 실수는 반복됐고, 선배 기자들이 기사를 논평하는 ‘단소리 쓴소리’ 코너에 내 기사가 적나라하게 해부될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재능이라고 여겼던 걸 믿고 대충 쓴 글들은 베테랑들이 보기에 속 빈 공갈빵이었던 걸 깨달으며 다시 약속했다. 

모든 글에 최선을 다하자고. 겉보기에 그럴듯한 건 그만두고 투박하더라도 촘촘한 글을 쓰자고. 나는 지금도 글쓰기를 사랑한다. 그러나 무엇을 언제 써야하고, 어떻게 써야할 지 차츰 알아가는 중이다. 이제는 “너 글 잘 쓴다”는 말보다 “네 글로 위로받았다”는 말을 더 좋아한다. 자의식에 고립되기보다 타인의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글을 쓰고 싶다. 


신연경 사회부 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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