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학술문화부장
이유진 학술문화부장

학기가 끝난 것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3년이 다가왔다. 며칠 끄적거리다 집어넣고 마는 다이어리도 사보고 야심찬 새해 목표도 어찌어찌 세웠던 것 같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은 고작 하루 차이일 뿐인데 큰 변화가 일어날 것만 같은 기대감에 부푼다. 올해 어떤 다양한 나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고대에 차는 출발점에 왔다. ‘순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삶을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겪었던 경험이 나에게 진한 잔상을 남겼던 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그 순간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내가 굳게 믿어왔던, 어쩌면 고수할 수밖에 없었던 신념이자 일종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기도 한다. 남이 보기에 다소 사소할지 몰라도 내 생각의 전환점을 맞이했던 아직도 드문드문 떠오르는 순간이 나에게도 있다. 이 자리를 빌려 그 기억을 살짝 꺼내보려 한다.

재작년 운전면허를 따려고 학원에 다녔던 적의 일이었다. 모든 수강생은 학원에서 준비된 차량으로 교육받아야 했다. 수강생들은 다양했지만, 교육용 차량은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편하게 주행하려면 운전자의 신체 조건에 따라 시트 위치를 조정해야 했다. 기사님께서 차에 먼저 탑승해 있는 나를 보자마자 키가 어떻게 되냐고 물으셨다. 예전부터 키는 의식하고 싶지 않아도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질문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해 반감이 들었다. 키가 몇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대답해주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지 못한 것도 한 몫을 했다. 기사님으로부터 또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오겠지 하며 무의식적으로 예측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다. 환하게 웃어주시며 모 연예인과 키가 같다며 예쁜 키라고 말씀해주신 것이다. 예전부터 좋아하지 않았던 부분이었는데 이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 긍정적으로 보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고 말이다. 이때 이후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조금 더 사랑해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면 한귀로 흘려들을 수도 있었던 말 한마디가 깊게 꽂혀 생각의 전환점이 됐다.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 어느덧 개강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다양한 나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순간순간이 나에게 어떤 잔상으로 남을지 기대가 된다. 한편으로는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따듯한 말 한마디로 누군가를 격려해주기도 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생각의 전환을 맞이하게 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다. 이 기억은 몇 년이 훌쩍 지나도 드문드문 생각날 것 같다. 나에게 진한 잔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가끔 스스로가 못나보일 때 이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긍적적인 태도를 가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더 나은 나를 만들어준 그 기억이 있음에 감사한다. 


이유진 학술문화부장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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