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시대 속으로’는 현재 화제가 되는
사회 문화 현상 이전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4세대 아이돌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아이돌은 고유의 콘셉트를 무기로 대중을 포획한다. 그룹별로 독특한 세계관을 내세우기로 유명한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2020년 “미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셀러브리티와 로봇의 세상이 될 것”이라며 SMCU(SM CULTURE UNIVERS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신인 걸그룹 ‘에스파’를 공개했다. 현실 세계의 멤버가 4명, 그리고 이들의 아바타 멤버가 4명인 에스파는 특이한 콘셉트와 세계관으로 한순간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무대에서는 아바타를 포함한 모든 멤버가 함께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바타와 함께하는 에스파 멤버들
아바타와 함께하는 에스파 멤버들

그러나 에스파만이 가상현실 콘셉트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1998년, 가상 아이돌의 태초에는 키 178cm에 몸무게 68kg의 훤칠한 체격과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에 목소리를 입혀 제작한 뮤직비디오는 신선함을 무기로 흥행에 성공했다. 비록 아담은 제작 기술의 한계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의 뒤를 이어 ‘류시아’와 ‘사이다’ 등 또 다른 사이버 가수들이 간간히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X세대부터 MZ세대까지 모두를 매혹한 사이버 가수들. 이들은 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첫 번째는 무궁무진한 콘텐츠 생산성이다. 기술만 있으면 뭐든지 적용하고 생산할 수 있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받은 팬들의 만족도가 높다. 두 번째 매력은 완벽하다는 것. 최근 아이돌 팬덤의 가장 큰 공포는 ‘과거사 폭로’다. 성 착취, 갑질, 학교폭력 등 과거 이슈가 재등장하고 그로 인해 몰락하는 아이돌이 많아지며 무결점의 과거를 가진 아이돌이 칭송받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가상 아이돌은 최고의 우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끔 보여지는 허당미와 완벽하지 않은 모습에서 ‘덕심’이 커지는데, 가상 아이돌은 인간미가 없어 끌리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사이버 가수 아담의 정규 앨범 2집 ‘EXODUS’
사이버 가수 아담의 정규 앨범 2집 ‘EXODUS’

에스파를 이어 등장한 ‘메이브’는 멤버 전부가 아바타로 이뤄진 그룹이다. 그렇지만 춤 디테일을 각자 다르게 설정하는 등 ‘사람 같은 모습’도 보인다. 언젠가 사람과 완전히 같은 모습의 가상 아이돌도 등장하는 날이 올까? 과연 사람답다는 건 완벽한 것일까, 완벽하지 못한 것일까. AI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가상현실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져가는 현대에서, 언젠가 진짜인지 가상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온대도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일 것이다. 누군가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할 거라고 믿는다.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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