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GV

영화 속 세계에서 독신은 호텔로 보내진다. 호텔에서 45일간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이 돼 버린다. 반대로 짝을 찾으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 호텔 입소자들은 자신의 인적사항을 말하게 된다. 동성애자냐 이성애자냐, 신발 사이즈가 250mm냐 260mm이냐. 그 중간인 양성애자와 255mm라는 선택지는 없다. ‘데이비드’는 아내의 외도로 솔로가 돼 호텔로 왔다. 호텔 직원들은 입소자들이 짝을 찾을 수 있게 적극적으로 돕는다. 

극단적 대칭과 정적인 카메라로 묘사되는 호텔에서의 일상은 기괴하다. 모든 남녀가 양복과 원피스를 입고 춤을 춰야 한다. 여자 혼자 길을 걸을 때 범죄에 당하는 모습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하기도 한다. 혼자일 때 드러나는 단점을 부각하며 입소자들이 커플이 되고 싶어 하게 세뇌한다. 이 세계에서 ‘사랑’은 공통점을 가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동물이 될 날이 다가오자 데이비드는 생존을 위해 ‘냉혹한 여자’를 사랑하는 척한다. 어린아이의 정강이를 차면서 말이다. 하지만 거짓말한다는 사실을 들킨 그는 숲으로 도망치게 된다.

숲은 호텔과는 반대로 개별적인 모습만이 허락된 곳이다. 사랑하는 모습이 걸리면 입술을 찢고, 개에게 얼굴이 뜯긴다. 근시로 안경을 쓰는 데이비드는 마찬가지로 근시인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몰래 수화를 만들고, 서로의 음악 플레이어를 동시에 재생하며 춤추기도 한다. 이들의 사랑을 목격한 숲의 지도자는 근시 여자를 장님으로 만들어 그와의 공통점을 제거한다. 데이비드와 근시 여자는 극적으로 도시로 탈출한다. 식당에서 데이비드는 그녀와의 공통점을 만들기 위해 본인도 장님이 될 결심을 하고 칼을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칼을 잡은 그의 손은 떨리고, 여자는 오지 않는 데이비드를 혼자 앉아서 기다린다. 

사랑해야 하는 곳에서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 사랑한다. 사랑으로 함께 탈출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증명됐는지는 알 수 없다. 영화는 부조리하며 비이성적인 방식으로 인간을 탐구한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사랑하나, 사랑하기 위해 생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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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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