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 SI:REVIEW

미술은 역사와 같이 시대를 반영한다. 조각품을 통해 당시 숭배하던 여신의 모습을 엿볼 수 있고 그림을 통해 당대의 권력도 유추할 수 있다. 위대한 인물이나 역사적인 사건만이 미술의 주제가 됐던 과거와 달리 현대미술이 도래하면서 미술의 정의는 바뀌었다. 표현 대상은 가치 있는 사물이나 웅장한 환경에서 작가의 아이디어로 변화했고 관객들은 작품 속에서 각자만의 해석을 통해 더 넓은 미술 세계를 펼쳐 나간다. 수많은 현대미술 작가 중 미술계의 악동이라고 불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이하 카텔란)의 전시가 열려 전시회 현장을 기자가 직접 다녀왔다.
 

미술관 바닥을 실제로 뚫어 조각을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 바닥을 실제로 뚫어 조각을 전시하고 있다.

카텔란의 전시 ‘WE’는 지난 1월 31일부터 오는 7월 16일까지 진행된다. 뉴욕 구겐하임 전시 이후 세계에서 가장 큰 회고전으로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무료로 전시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시가 개최된 초반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전시는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기자는 다행히 예매에 성공해 관람할 수 있었다. 카텔란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상과 친근한 대중문화를 빌려 날카로운 블랙 코미디를 구사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 역시 ‘우리’라는 주제로 관객들에게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미술관이라는 장소에서 보기 힘든 노숙자 행색의 조각과 비둘기와 말, 강아지 등 실제 동물들의 박제품을 통해 공간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미술관을 관람하도록 유도한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 포스터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 포스터

전시된 38점의 작품 중 기자의 눈길을 끈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빈 곳을 뜻하는 ‘보이드’다. 카텔란을 닮은 두상 조각에 그의 모든 작품을 축소해 만든 작은 모형이 무질서하게 가득 붙어 있다. 제목과 상반되는 역설적인 모습을 통해 관객들이 단어의 정의에 대해 생각하도록 돕는다. 다음은 ‘사랑이 두렵지 않다’라는 작품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먼저 꺼내지 못하는 무거운 문제를 비유하는 ‘방 안의 코끼리’를 나타냈다. 하얀 천에 뒤덮인 코끼리는 우리가 쉽게 말하지 못하는 어려운 주제를 떠오르게 한다. 문제를 파헤치고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기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작품이었다. 마지막은 ‘무제’다. 실제로 미술관 바닥을 뚫어 작품을 넣어 뒀다. 미술관은 보안이 철저해야 한다는 생각을 뒤집어 준다. 이 외에도 사회적 통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들로 바닥 속 조각부터 천장에 매달린 말까지 3개 층이 가득 차 있다.

교양수업을 통해 현대미술을 배우면서 사소한 것도 미술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피상적인 배움으로 남아서인지 나에게 미술 작품은 여전히 복잡하고 어려우면서도 특정한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그러나 직접 현대미술을 경험해 보니 미술은 꼭 위대하고 어려워야 하는 것이 아닌 어떻게 다양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물건이 내일이면 현대미술 작품으로 미술관에 전시돼 있을지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이세나 기자 
lsn030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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