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이 지난달 9일 38개국에서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하고 월드차트 1위를 차지하며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1월 24일부터 방영된 [피지컬: 100]은 뛰어난 신체를 가진 100명의 참가자끼리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참가자들은 탄탄하게 드러난 근육과 군살 없는 몸매를 자랑했다. 프로그램의 흥행 배경 중 하나는 현재 청년들을 사로잡은 피트니스 문화다. 꾸준한 자기관리로 단련된 멋진 몸을 선망하는 피트니스 문화 중심에 ‘바디프로필’이 있다.

나를 보여주는 하나의 자기소개서

바디프로필은 관리된 탄탄한 몸매를 중심으로 촬영하는 전신사진이다. 피트니스 문화 정착 전까지 바디프로필은 헬스 트레이너, 보디빌딩 대회 참가자, 스포츠 모델 등 피트니스 업계 종사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특정 집단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서 바디프로필 해시태그를 가진 게시물만 지난달 28일 기준 약 434만 개에 달한다. 우리대학 인근 헬스장 ‘MJ 스포랜드’의 진영 트레이너는 “바디프로필 유행은 지난 2019년 폭발한 피트니스의 인기와 함께 시작됐다”며 “유튜브나 TV 프로그램 등 매체를 통해 헬스 관련 정보가 대중화되며 좋은 몸에 대한 선망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조각처럼 탄탄한 몸을 만드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너도나도 바디프로필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 증명을 통해 자신감을 얻으려는 사람, 오랜 기간 침상에 누워 있다가 회복해 몸에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 더 늙기 전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려는 사람 등 바디프로필에 도전하는 계기는 다양하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고 있는 유지호(23) 씨는 “헬스를 하다 보디빌딩에 관심이 생겨 대회에 나가기 전 중간 점검을 하고자 시작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유지호 씨의 한 끼 식사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유지호 씨의 한 끼 식사

몸을 빛내기 위해 갈고 닦는다

바디프로필에서 볼 수 있는 건강미 넘치는 몸은 인고의 시간 끝에 완성된다. 유지호 씨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데 일주일 중 6일을 투자할 정도다. 운동하는 날에 1시간 30분의 근력 운동을 소화하고 유산소 운동을 1시간 동안 진행한다. 열심히 운동한 다음 닭가슴살 1개와 밥 175g으로 이뤄진 식단을 하루 4번 먹는다. 유 씨는 “촬영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은 밥을 곤약밥으로 대체해 먹는다”며 “식단을 엄격히 지키는 게 제일 힘들다”고 토로했다. 바디프로필은 근육의 형태를 강조하므로 몸의 음영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진영 트레이너는 “몸에 음영을 주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극한으로 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표준 체중인 사람이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 기간은 보통 8주에서 12주다. 짧은 기간 내에 근육의 크기를 키우고 체지방을 줄여야 한다. 진 트레이너는 “근력 운동은 운용할 수 있는 무게의 한계점을 계속 늘려나가는 식으로 진행한다”며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운동 수행 능력이 떨어지기에 한계점을 유지하거나 늘리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씨는 운동 수행 능력이 부족해졌다고 느끼면 고탄수화물 식품을 먹어 한계점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 촬영 직전에는 수분 섭취량을 제한하며 몸의 음영을 극한으로 끌어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부단한 노력의 보상은 확실했다. 바디프로필은 철저히 관리된 몸을 남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성실성을 직관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또한 건강미 넘치는 외모는 자신감을 키워주고 성격에 좋은 변화를 가져다준다. 꾸준한 운동과 엄격한 식단을 동반하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 습관도 형성할 수 있다.

빛나는 몸에 지는 그림자

고단백·저탄수화물·저지방의 바디프로필 준비용 식단은 건강에 치명적이다. 먼저 단백질 과량 섭취는 신장에서 배출되는 단백질이 과다해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암이나 만성 질환의 발병 확률을 높인다. 몸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섭취량 감소는 체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이때 몸은 체지방을 케톤체*로 변환해 에너지로 사용한다. 그러나 케톤체가 체내에 과도하게 많아지는 케토시스 현상이 일어나면 저혈당, 소화기 장애, 신경 증상 등이 발생한다. 심각한 경우 케토시스 현상으로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우리대학 도시보건대학원 최슬기 교수는 “단기간에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몸은 스스로 기아 상태로 돌입한다”며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을 제외한 다른 기능들을 제한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탈모가 진행되거나 성호르몬 기능 제한으로 인해 부정 출혈 혹은 생리 불순이 발생하는 것이 그 예다. 

바디프로필로 인해 심리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준비 기간 동안 섭취하는 식단에 대한 강박이 주요 원인이다. 강박은 식사 자체에 대한 죄책감으로 섭식장애가 발생하는데 거식증과 폭식증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섭식장애는 심각한 경우 뇌의 손상까지 야기할 수 있다.

바디프로필에서 볼 수 있는 멋진 모습은 탄탄한 몸매만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자신을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수반되는 부가적인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유지호 씨는 바디프로필 촬영과 헤어·메이크업에 약 42만원을 냈다. 몸의 음영을 강조하기 위한 태닝크림 구매와 태닝 기계 이용에 20만원이 들었다. 운동을 가르쳐주고 식단을 컨설팅해주는 퍼스널 트레이닝(이하 PT)은 1회당 약 5만원이다. 유 씨는 “바디프로필 촬영을 위해 써야 하는 비용이 심하게 부담스럽다”며 불만을 표했다. 최근 일부 헬스장이 운동 초보자에게 바디프로필 옵션을 핑계로 PT의 1회당 가격을 높여 받아 문제가 됐다. 진영 트레이너는 “PT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은 만큼 바디프로필을 목표로 추가금을 받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건강한 바디프로필을 위해서

몸과 마음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낼 방법은 없을까. 최슬기 교수는 보건복지부의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 제시한 에너지적정비율, 에너지와 다량영양소의 권장 수치에 따라 식단을 짜는 것을 추천했다. 닭가슴살과 보충제만으로 단백질을 채우기보다 다양한 음식으로 영양소를 얻어야 부작용이 덜하다. 또한 일정 수준의 체지방이 있어야 면역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지방을 섭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일주일 평균 0.5kg 감량을 목표로 해야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안정된 식단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기초대사량과 신체적 특징에 맞는 식이조절과 운동법을 기반으로 장기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서는 건강한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바디프로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오직 사진 한 장을 위해 몸을 망가뜨리는 노력을 해서는 안 된다. 바디프로필을 자신만의 건강한 자기관리 방법을 얻는 과정으로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케톤체: 아세톤, 아세토아세트산, D-β-하이드록시부티르산 3가지 물질의 총칭으로 간에서 지방산이 산화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아세틸-CoA에서 전환된 물질이다.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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