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본디 해? 요즘 이게 유행이래.” 최근 Z세대 인스타그램에서 3D 아바타와 QR코드를 담은 스토리가 자주 보인다. 열풍의 주인공은 바로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Bondee)’다. 본디는 싱가포르에 소재를 둔 스타트업 ‘메타드림’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지난해 11월 한국에 출시됐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구글 플레이에서 500만 회 이상 다운로드 됐고 지난달 15일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앱 1위에 등극했다. 본디가 SNS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는 모습을 보며 궁금증이 생겼다. 어떤 요소가 주위 사람들을 매료시킨 것일까. 기자도 유행에 편승해 본디를 직접 체험해봤다. 
 

아바타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고 있다.
아바타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고 있다.

본디의 매력이 뭐길래 

게임에 접속하면 먼저 자신의 아바타를 꾸며야 한다.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3D 아이템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자의 모습과 비슷한 이목구비와 머리모양, 그리고 옷 아이템을 골랐다. 친구들의 아바타도 실제 모습과 유사해 신기했다. 자신의 방도 꾸밀 수 있다. 벽지와 바닥을 깔고 몇 가지 가구를 배치하니 제법 현실에 있을 법한 느낌의 원룸이 탄생했다. 친구들의 방을 구경하고 메모를 남길 수도 있다. 싸이월드의 ‘미니룸’, ‘방명록’ 기능과 흡사했다. 본디는 카카오톡과 유사한 채팅 기능도 탑재했다. 기존 메신저와 다른 점은 아바타가 행동을 취하면서 감정 표현을 하는 부분이다. 박수를 치기도 하고 같이 춤을 추기도 하며 역동적인 대화가 이뤄진다. 본디 사용자 윤세연(23) 씨는 “이모티콘과 글로만 표현이 가능한 카카오톡과 달리 행동을 보여줘서 감정이 더 잘 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바타를 통해 친구들의 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 기분, 일상, 취미, 휴식, 일&공부 카테고리로 나눠진 여러 기능 중 하나를 고르면 아바타가 행동을 취한다. ‘업무 중’, ‘커피 수혈 중’ 등 아바타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메시지를 띄워 친구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거나 입에 링거 줄을 꽂아 커피를 마시는 등 아바타가 연출하는 모습도 흥미로운 요소였다. 친구는 최대 50명까지 추가할 수 있는데 본디가 ‘진짜 친구만의 아지트’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처럼 가까운 사람들에 한해 편하게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불특정 다수에게 게시물이 공개되는 인스타그램과 달리 가까운 사람끼리만 교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이용자는 자신만의 공간을 더욱 과감하고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본디 사용자 최선아(23) 씨는 “친구 추천도 뜨지 않고 원하는 친구들과만 소통할 수 있어 관계에서 오는 부담이 덜하다”고 답했다. 

작은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나아가는 ‘플로팅’ 기능도 본디만의 매력이다. 메시지를 적은 유리병을 바다에 던지면 친구가 아닌 사용자의 답장을 받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한정 기간에만 가질 수 있는 ‘럭키 아이템’도 획득할 수 있다. 잔잔한 배경음악이 깔리고 탁 트인 바다를 건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평안해졌다. 비록 게임이지만 밤에 본 해파리 떼와 오로라가 펼쳐진 바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물멍’과 같이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보며 멍때릴 수 있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였다. 
 

업무 중인 기자의 아바타
업무 중인 기자의 아바타

메타버스 거품론 제기됐지만…대조되는 행보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주가 되면서 메타버스는 차세대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기업은 물론 정부 기관도 메타버스를 접목한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다. 뉴스 빅데이터 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메타버스 관련 기사는 지난 2019년 7건에서 2020년 86건, 2021년 약 2만 1천 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돼 대면 활동이 재개되며 메타버스 열기가 식었다.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메타버스 관심도는 2021년 11월 정점을 찍고 지난해 1분기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이후 하락세를 탔다. 단기간에 식어버린 인기에 메타버스 거품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은희 교수는 “온라인에서의 경험과 체험이 오프라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메타버스를 사용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지만 그에 걸맞은 기술 수준도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디는 시장 흐름과 다소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대세가 됐다는 걸 주식 시장에서 증명한 것이다. 본디 열풍이 불면서 메타버스 관련주가 급등했다. 지난달 13일 클라우드 기업 ‘솔트웨어’는 전일 대비 29.88%가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본디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AWS의 파트너사인 솔트웨어가 수혜주로 꼽힌 것이다. AWS와 협력할 것으로 보이는 윈스와 쌍용정보통신도 관련주로 거론되며 주가 강세를 보였다. 본디의 인기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무적인 성과로 분석된다. 

본디가 살아남으려면 

본디의 인기는 지속될 수 있을까. 지난 2021년 국내 출시 당시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오디오 소셜 앱 ‘클럽하우스’도 반짝 유행에 그쳤다. 기존 사용자의 초대를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는 차별화된 요소가 강점이었지만 콘텐츠 고갈로 사용자가 줄줄이 이탈했다. 이은희 교수는 “SNS는 변화하는 콘텐츠가 지속해서 공급돼야 활성화되고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본디도 한정된 콘텐츠로 불만을 사고 있다. 최선아(23) 씨는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지 않아 쉽게 지루해진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휩쓸렸다. 본디는 지난해 1월 중국에서 출시됐던 앱 ‘젤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젤리의 운영사 ‘트루리(True.ly)’의 지식재산권을 인수해 재탄생한 것이다. 젤리는 한때 중국에서 틱톡과 위챗을 제칠 정도의 인기를 보유했지만 개인정보 침해와 아바타 의상 표절 논란 등으로 한 달 만에 자취를 감췄다. 본디의 운영사는 싱가포르에 국적을 두고 있지만 중국 기업이 이미지를 위해 싱가포르 앱으로 국적을 세탁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이용자들이 속속히 탈퇴했다.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김명주 교수는 “중국은 국가 특성상 기업이 가진 개인정보를 정부가 활용할 수 있다”며 “본디는 고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활용과 관련해 의심을 떨칠 수 있는 증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논란에 둘러싸인 본디는 공식 SNS를 통해 “서비스 준비 과정에서부터 데이터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유저분들이 동의한 목적과 범위 내에서만 정보가 이용된다”고 해명했다. 미숙한 운영으로 탈퇴 러쉬가 이어지고 있는 본디에 대해 김 교수는 “SNS 특성상 대화할 사람이 줄어든다면 앱을 사용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의문을 해소해주지 않는 한 한낱 유행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사진 출처: 앱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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