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22조 제1항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이 지식을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가는 해당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을 설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특별시 내 국공립 도서관은 205관 뿐이다. 특히 우리대학이 위치한 동대문구의 경우 구민이 약 30만 명인 데에 비해 국공립 도서관은 8관에 불과하다. 국공립 도서관의 낮은 지리적 접근성과 적은 수는 시민들이 도서관을 방문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용두어울림작은도서관에서 책을 즐기는 시민들
용두어울림작은도서관에서 책을 즐기는 시민들

‘생활밀착형’ 작은도서관, 현주소는

부족한 국공립 도서관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은도서관은 일반 도서관과 달리 소장 권수와 규모는 작지만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강점을 가진다. 지난 2021년 기준 서울시에 등록돼 운영 중인 작은도서관은 총 904관, 동대문구에 있는 작은도서관만 해도 41관이다. 지난해 작은도서관 누리집에서 공개한 「2021년 작은도서관 운영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내 작은도서관 1관당 봉사대상 인구 수는 1만 519명이다.

지난달 28일 기자가 방문한 동대문구 용두어울림작은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독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책을 쌓아두고 읽는 어르신부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어머니, 공부하는 청년 등 많은 이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박소민(9) 양은 “집에 없는 책이 많고 학원 근처라 언제든지 올 수 있어서 좋다”며 도서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이들이 앉아 있는 아담한 서고에는 알짜배기 도서가 가득했고 오밀조밀 붙어 있는 책상은 단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나 작은도서관의 미래는 밝지 않다. 사립 작은도서관이 계속해서 줄고 있으며, 그 수가 공립 작은도서관이 개관하는 수보다 많다는 것이 문제다. 예산도 줄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보조금 심의위원회는 실적 저조를 이유로 작은도서관 육성 지원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지난 2020년 394관에 7억 7천만원, 2021년 350관에 7억원을 꾸준히 지원해 왔지만 이번해는 0원을 배정한 것이다. 서울시 시민참여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는 작은도서관 육성 지원사업 폐지에 반대하는 청원이 다수 등록됐다. 결국 지난 1월, 서울시는 추경예산을 통해 작은도서관 지원을 이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용두어울림작은도서관에서 책을 즐기는 시민들
용두어울림작은도서관에서 책을 즐기는 시민들

무엇이 우리의 쉼터를 위협하는가

지난해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관내 도서관 예산 30%를 삭감하고 작은도서관을 독서실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한 탓에 폐관 위기를 맞은 마포구 내 작은도서관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마포구 해오름작은도서관의 사서 A씨는 “도서관의 가치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동아리를 포함해 미술과 뜨개질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A씨는 “문화 복지의 최전선인 도서관을 독서실화한다는 건 도서관 고유의 기능을 잘 이해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국회의원이 발의한 『도서관 공공대출보상제도』(이하 공공대출보상제) 또한 작은도서관 위협을 예고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이 대출횟수에 따라 작가와 출판사에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법안이다. 한국도서관협회는 지난해 4월 성명서를 통해 “도서관의 보상금 부담은 도서 구매 축소로 이어지며 서비스 품질 저하로 귀결될 것”이라며 “도서관의 대출은 도서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도서 구입비를 포함해 도서관의 기존 예산은 단 10원도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가 추가 예산을 부담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기존 예산 또한 줄어드는 실정에서 예산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출판계는 지식 재산권의 보호를 주장하며 도서관과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출판업계 종사자 B씨는 “이미 공공대출보상제를 시행 중인 프랑스와 덴마크 등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지식 생산자에게 대가를 지불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작가협의회의 저작권위원회 김대현 위원장은 “공공대출보상제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보상에 대한 예산은 도서관의 운영예산에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별도의 국가 예산을 책정해 보상권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식문화의 거점으로서 도서관의 확장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제고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 정부의 도서관 축소 정책은 무척 퇴행적”이라며 비판했다. 저작자를 위한다는 이유로 도서관에게 부담을 넘겼지만 본질적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작은도서관이 다시 숨 쉬려면

위태로운 곳은 서울시의 작은도서관만이 아니다. 사서 A씨는 해오름작은도서관을 이용하던 한 이용자가 “지방의 작은도서관을 방문했을 당시 도서관의 온기는 온데간데없고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창고같은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던 사연을 전했다. 실제로 대전광역시, 용인시 등 많은 지자체는 이용자 수 하락과 효용성 저하를 이유로 도서관 지원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시의 경우, 각 동 당 1관 이상의 도서관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된 『작은도서관 설치·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도 불구하고 아직 작은도서관이 존재하지 않는 동이 있다. 전국 작은도서관 중 운영부실 평가를 받은 작은도서관은 지난 2020년 3359곳으로 전체 작은도서관 중 51.9%를, 2021년 2959곳으로 45.9%를 차지했다. 점점 나빠지고 있는 작은도서관의 실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 충원이다. 전국 작은도서관 사서 인력은 상당히 부족하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도서관 한 관당 0.5명의 사서가 상주하고 있으며 서울시만 따진다면 0.6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단순히 바코드를 찍는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북 큐레이션과 프로그램 기획을 통해 도서관을 좋은 공간으로 만드는 주역”이라며 “적정 인원의 사서를 충분히 배치한다면 도서관의 수준도 올라가고 도서관을 찾는 이들도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그는 “이용률이 낮다면 효용성을 따지며 무작정 예산을 삭감하기보다는 문제 분석을 통해 필요한 곳에 추가적으로 지원을 해준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지원 정책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기본을 위해

방문자 수와 효용성이 낮다는 이유로 지적 재산을 제공할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2012년 서울시는 ‘걸어서 10분 안에 도서관을 만나는 서울’이라는 정책 비전을 강조하며 작은도서관 활성화 정책을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정서 및 지식 함양을 위해 작은도서관을 방문한 이삼용(86) 씨는 “일상 속에서 이렇게 조용하고 몰입감이 높은 공간을 자주 방문할 수 있는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 씨는 “우리는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지식을 먹고 살아야 하기에 도서관이 사라진다면 기본적인 것도 누리지 못하는 비극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도서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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