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예산삭감으로 인한 서울시립대와 학생사회의 현주소는?’ 토론회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더불어민주당 박강산, 이민옥 서울시의원이 공동 주관한 이번 토론회엔 더불어민주당 시의원과 교육전문가, 경희대·한국외대 전 총학생회장, 우리대학 재학생 등 약 60명이 참여했다. 우리대학 총학생회는 서울시의회와 마찰을 일으킬 수 있고 구성원 간 공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패널들은 △예산삭감과 등록금 인상의 정당성 △반값등록금의 의의 △ 대학 재정 확보책 △한국의 고등교육 현황을 중심으로 토론을 전개했다.
 

의견을 나누고 있는 패널들
의견을 나누고 있는 패널들

예산삭감의 현장에서 외친 성토와 비판

토론회는 우리대학 예산삭감을 성토하는 개회사로 시작됐다. 서울시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경제위원회에 속한 이민옥 의원은 “소관 위원회서 100억원이 순식간에 삭감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토론회 개최를 축하한다는 말씀조차 드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사과를 전했다.

이어진 발제는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대학생위원회(이하 서대위) 반값등록금 TF 김인환 단장이 맡았다. 김 단장은 1인당 교육비와 전임교원 확보율 등 우리대학의 교육지표 실태를 소개하고 예산삭감 과정을 정리했다. 이어 서울시의회 김현기 의장이 제시한 반값등록금 폐지 근거를 반박하고 예산삭감으로 인한 학교와 학생의 피해를 교육, 시설, 취·창업, 인권·복지 4분야로 나눠 설명했다.
 

항의 시위를 벌이는 시의원과 서대위 인사들
항의 시위를 벌이는 시의원과 서대위 인사들

위기의 우리대학, 각자의 의견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황홍규 전 사무총장은 고등교육 논쟁이 교육의 질 향상에 집중되지 않고 등록금 이슈로 한정된 것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현재의 낮은 등록금으로는 교육의 질 향상과 장학 혜택 확대에 한계가 있고 국가의 재정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며 자체적 재정 확보 필요성을 개진했다. 황 전 사무총장은 “대학은 자율성이 생명인데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자꾸 없어지고 있다”며 자율성 있는 재원 확보를 강조했다. 이어 대학에 개인 기부금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해 부족한 후원금과 과도한 서울시 의존 문제를 타파하자고 제언했다. R&D 및 용역연구 보상금 반영과 국가의 경상비 지원 확대 방안도 등록금 문제의 대안으로 내놨다.

우리대학 재학·졸업생들도 토론회 패널로서 입을 열었다. 전민(토목 22) 씨는 “학교와 소통을 거부한 채 반값등록금을 포퓰리즘으로 비판하는” 김현기 의장의 발언을 “그릇된 정치인의 행위이자 무책임한 행위”라 되받았다. 이어 제대로 된 전임교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대학 이공계의 사정을 전하고 전자현미경 등 실험기자재 확충과 연구용역을 위한 추경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토론회에 참석한 시의원들로부터 학생들이 연대해줬으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대학생들에게만 연대를 강요하지 말고 자리와 기회를 먼저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세연(국관 19) 씨는 대학등록금은 인재 양성을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복지비용의 일종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고등교육기관을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대학이 교육연구집단이 아닌 또 다른 계층이 된 상황을 되짚으며 “대학등록금 인상의 결과는 경쟁력 강화가 아닌 대학 계급화 현상”이라 역설했다. 

우리대학 뿐 아니라 동대문구 내 타 대학생들도 토론회에서 의견을 개진했다. 봉건우 경희대 전 총학생회장은 “김현기 의장의 예산 정치에 교육이 휘둘렸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선택권과 교육권이 박탈당했다”고 꼬집었다. 토론회에 국민의힘 의원이 참여하지 않은 것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이민지 한국외대 전 총학생회장 또한 “김 의장의 예산삭감은 시장논리를 앞세워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가계에 떠넘길 뿐”이라 우려했다.

‘추경은 편성, 의장은 각성’

토론회가 종료된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대위 인사 약 30명은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전개했다. 시위대는 “김현기 의장이 교내장학금을 삭감하고도 학생들에겐 피해가 없을 것이라 기만하고 있다”면서 김 의장의 사과와 서울시의회의 신속한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서대위 이학준 위원장은 “서울시립대 재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것은 부족한 전임교원과 교양강의, 낙후된 강의실”이라며 “앞으로도 김 의장을 항의 방문하고 서울 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예산삭감 문제를 다루겠다”고 답했다. 한편 서울시의회의 추경이 쟁점으로 언급되자 박강산 의원은 “서울특별시교육청 추경이 3월 4일 본회의 통과 예정인데 이 사안이 학생사회가 연대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임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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