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 보도부장
조은정 보도부장

철학과 학생들은 전부 다 MBTI가 감각형(S)과 직관형(N) 중 직관형이라는 말이 있다. 철학은 눈앞에 주어진 것을 그대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내포된 의미를 고찰하는 학문이기에 이런 말이 존재한다. 하지만 기자는 철학과이지만 감각형에 해당한다. 철학도이지만 모순되게도 끝까지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학기 인식론 수업을 수강하며 철학의 정수를 맛봤다. 머리를 싸매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해결해나갔다. 끝나지 않는 고난의 시간이었다. 이 글에서는 고통스러운 배움 속에서 얻어낸 하나의 지식을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는 모두 꿈을 꿔본 경험이 있다. 자각몽이 아닌 꿈속에서 우리는 꿈속의 경험이 실제 경험이라고 생생하게 느낀다. 그 이유는 꿈의 경험과 현실의 경험을 구분할 증표가 없기 때문이다. 이 논의는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경험적 믿음이 모두 꿈속의 경험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금 내 눈앞에 실제로 있다고 생각하는 노트북도 사실은 꿈속 경험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데카르트의 꿈의 가설이다. 

그러나 이에는 아무것도 의미 없다는 회의주의에 직면하는 문제가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확실성의 원리를 주장하며 P임을 알기 위해서는 P 이외의 모든 대안이 배제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험적 믿음이 꿈일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경험적 믿음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회의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모든’ 대안의 배제가 아니라 ‘적절한’ 대안만 배제하면 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이는 골드핀치 이야기로 설명된다. 내 눈앞에 골드핀치처럼 보이는 새가 있다. 골드핀치처럼 보이는 저 새가 가짜일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하려면 골드핀치 몸에 실밥이 보이는 등 의심할만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실제라고 생각하는 경험들은 가짜임을 의심할만한 근거가 없다. 따라서 꿈속의 경험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생각이 가능한 범위까지만 적절한 대안으로 간주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보이고 납득하기 어렵지 않다. ‘적절한’ 대안의 배제를 통해서 외부 세계에 대한 앎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에 회의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허점은 존재한다. 적절한 대안만 배제하는 것은 완벽히 모든 대안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기에 오류의 여지를 남긴다. ‘안다고 하는 것’과 ‘진짜로 아는 것’에는 차이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모두 ‘나 이거 알아’라는 말을 수도 없이 내뱉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진짜로 알고 있는 것일까? 이 글을 읽고 난 후에는 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고찰이 쓸모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철학이라는 학문은 깊이 있는 사고를 가능하게 해 남들이 쉽게 놓치는 부분까지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독자 모두 철학의 묘미에 빠져보길 권한다.  


조은정 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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