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배상 확정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 7일 정부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며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일본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정부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대납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재원은 일본 피고 기업을 제외한 국내 민간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마련된다. 

한편 지난달 7일 한국 법원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 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그의 손을 들었다. 이에 따라 피고 대한민국 정부는 약 3천만원을 지급해야 하나,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국방부 장관은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대한민국이 피해자이든 가해자이든 피해자의 의견을 우선으로 듣고 그들이 바라는 바를 이뤄주고자 한 판결이 내려졌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사법부의 판결이 번번히 행정부에 의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법부의 판결에 행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정당한가. 정부가 법원의 판결에 매번 말을 얹음으로써 국내에서는 삼권분립의 균형이 깨지고 국제적으로는 망신을 사게 됐다. 

한 취재원은 “국가는 국익을 위해 행동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과거사에 대해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이득이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실적으로는 옳은 말일 수 있다. 그는 “국가가 국익에 집중하면, 역사는 세계의 학자들에 의해 진실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과연 그러할까. 지난달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응해 동해 공해상에서 이뤄진 한미일 훈련에서 미군은 훈련 장소를 ‘동해’가 아닌 ‘일본해’로 표기했다. 일본은 지난달 22일 ‘다케시마의 날’을 맞아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여전히 이어오고 있다. 

국가가 국익에 집중한다며 역사는 돌아보지 않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까 두려워지는 대목이다. ‘국익’을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자화자찬하는 이는 어떠한 요소를 국가의 이익으로 생각하는 것인가. 역사가 국가에게 1순위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현재로서는 역사도 묻히고 국익도 미뤄지고 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기본 존재 이유부터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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