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 SI:REVIEW

15세기 유럽에서 ‘대포의 소형화’라는 아이디어로 탄생한 총은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충격을 불러왔다. 화살보다 사정거리가 길고,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인 무쇠 포탄이 든 대포를 작게 만들어 혼자 운용이 가능해진 셈이다. 날카로운 금속을 활용하고 화약의 힘을 쓰지 않던 칼, 창, 활 등의 냉병기는 총의 등장으로 전쟁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한민국 국적의 남성인 기자는 군 복무를 앞두고 있다. 군사 훈련 중 사용하게 될 총기의 위력을 미리 체험해보고자 남대문 실탄 사격장을 찾았다. 
 

귀마개와 방탄조끼를 장비한 기자가 총을 쏘고 있다.
귀마개와 방탄조끼를 장비한 기자가 총을 쏘고 있다.

남대문 실탄 사격장은 남대문시장 근처 건물에 있다. 기자는 휴일에 남대문시장을 찾은 인파를 힘겹게 뚫고 사격장에 도착했다. 사격장 내부는 생각보다 시끄럽지 않아 정말 총을 쏘는 곳인지 의문이 들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신분증을 먼저 제시하고 결제가 이뤄졌다. 가격은 탄알 수에 따라 책정됐고 온라인 티켓 결제와 현장 결제로 나뉘었다. 결제 방법 간 가격 차이는 없었다.

기자가 고른 총은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GLOCK 17 Gen 5(이하 글록)’였다. 직원의 말에 따르면 글록은 무게와 반동이 가벼운 편으로 초보자들도 쉽게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총을 쏘기 위해 사격 준비실로 발을 들이는 순간 귀를 때리는 총성이 들려왔다. 준비실 벽과 문의 방음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과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귀마개부터 건네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만일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탄조끼를 직원이 입혀주고 나서야 사격 공간으로 들어갔다. 직원에게 격발 방법과 주의사항을 들은 후에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다. 

예상보다 훨씬 큰 굉음과 함께 총알이 순식간에 표적을 뚫었다. 총구 끝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매체에서만 보던 한 손으로 총 쏘기는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임을 직감했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두 손으로 글록을 꽉 잡고 나머지 14발을 표적을 향해 쏘기 시작했다. 글록 위의 가늠쇠와 가늠자를 표적에 일렬로 맞춰 쏴야 표적에 정확히 맞출 수 있었다. 가볍다는 글록의 반동은 기자의 손을 덜덜 떨리게 할 만큼 묵직했다. 글록을 계속 잡고 있을수록 총구의 열기가 강해지고 손 떨림이 심해졌다. 조준이 더 엉성해지기 전에 빠르게 남은 총알을 소진했다. 결과는 150점 만점에 135점이었다. 결과를 본 직원이 높은 점수라며 칭찬해 놀랐다. 모르던 재능을 발견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처음이지만 고득점을 기록했다.
처음이지만 고득점을 기록했다.

사격장을 나온 후 한참 동안 손에 실탄 사격의 감각이 맴돌았다. 상상한 것 이상으로 총은 파괴적인 무기였다. 겨우 손 크기의 작은 권총이 이런 수준이라면 실제 전쟁에서 사용되는 화기들은 어느 정도인지 두려워졌다. 신선한 체험을 위해 방문한 사격장에서 전쟁 없는 평화로운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뜻밖의 경험을 했다.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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