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check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미디어 속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같이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정치나 학문 분야에 국한돼있다. 북한이탈주민을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할 수는 없을까? 우리대학 전주람, 곽상인 교수는 탈북 여성 5명의 삶을 인터뷰로 담아낸 『절박한 삶』을 공동 집필했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그들의 삶을 느껴보자. -편집자주-
 

“우리의 소원은 통일.” 어릴 적에는 이런 노래를 부르며 성인이 될 즈음에는 남한과 북한이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분단선 하나로 나눠진 나라가 다시 합쳐지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이 될지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고등학교를 벗어나면서 ‘북한’에 대해 알 수 있는 통로는 더욱 좁아졌다. 가끔 뜨는 유튜브 영상이나 신문 기사를 제외하면 일상에서 그들을 접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었다. 

알아갈 기회가 줄자 자연스럽게 통일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책의 서두에서 적혀있듯, 저자 또한 북한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 전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는 점에서 어려운 이야기가 나열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절박한 삶』은 평생을 살아온 북한, 그리고 새로운 삶의 터전인 남한에서의 그들의 삶을 솔직하게 풀어썼다. 오징어를 머리에 이고 두만강을 건넜던 이수린 씨, 탈북을 시도하다 걸려 서로 다른 곳으로 북송돼 아직도 딸의 생사를 모르는 백장원 씨, 북한 여군 출신인 원민형 씨 등 각기 다른 5명의 생생한 이야기는 내가 알 수 없었던 북한 사람들의 삶을 꾸밈 없이 알려준다. 

“북송됐다가 중국 들어가서 한국에 오니깐 신분증을 받은 게 정말 고맙더라구요.” 나에게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 신분증이 그들에게는 삶과 구원의 증표가 됐다. 신분이 증명된다는 건, 북송되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안전이 보장받고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자유의 사슬이 풀린다는 의미를 지닌다. 증명서 없이 내가 원하는 곳을 갈 수 있고 무수히 많은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볼 수 있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할 수 있는 자유가 그들에게는 없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었던 ‘기본적인’ 자유를 처음으로 얻었다는 사실은 북한의 폐쇄성을 한 번 더 느끼게 해준 대목이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인 남한에서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북한에서 경력이 있음에도 말투로 인해 취업에 제한받거나, 공동체에서 무시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경험과 북한에서 보냈던 억압적인 일생은 그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고난을 통과한 그들에게 부여된 일종의 특별한 주문인 걸까. 지팡이를 짚고 곡소리를 내며 계단을 올라가는 할머니께 “두만강을 넘던 생각을 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요”라고 할머니는 “맞소! 그럽디다”라고 답하곤 했다. 

편견은 북한이탈주민에게는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이다. 서평을 쓰며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아닌 ‘그들’이라고 쓰는 스스로에 놀랐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것은 나도 모르게 선을 긋고 나와는 상관없는 존재로 치부하는 우리의 태도가 아닐까. 전주람 교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만큼 ‘탈북민’이라는 단어와 분단의 현실, 통일이라는 용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겠다”며 “북한이탈주민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해 학생들이 활발한 사회적 담론을 펼쳐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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