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학술문화부장
이유진 학술문화부장

이번달 좋은 기회로 중앙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 ‘은밀한독서단’에서 활동하게 됐다. 소개된 책은 시대의 지성인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을 담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다. 시한부 선고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어령 선생님은 저자인 김지수 기자와 매주 만남을 가지며 매번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저자는 한 방울의 지식도 놓치지 않기 위해 인터뷰에 열정적으로 임했고, 결국 지성의 혼이 담긴 책이 탄생했다.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로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쉬운 단어들로 풀어썼지만 사유에 잠기는 대목도 있었던 다양한 매력이 녹아있는 책이었다. 

이어령 선생님은 어릴 적부터 일말의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이 있으면 상대가 누구인지 상관하지 않고 반문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못마땅하게 보는 주변인의 시선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셨다. 우리 사회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다수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하는 것도 용기도 필요하다. 

입학 후 처음으로 들었던 전공 수업이 기억난다. 팀 프로젝트 발표를 진행했었는데 모든 학우가 발표 내용에 대해 질문할 수 있었다. 질문을 하면 가산점이 부여됐기 때문에 매 수업에서 학우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학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수업에 대해 피드백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몇몇 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수님께서 쓸데없는 질문을 자르지 않는 게 아쉽다’는 말이 나왔다. 과연 ‘쓸데없는’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준비한 질문이 손을 드는 행위로 이어지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질문하는 학우들이 참 멋져 보였다. 질문의 용기를 크게 샀기 때문인지 꽤 머리에 오랫동안 남은 말이었다. 양질의 질문이 아니었다는 점은 무시 받아도 된다는 의미였을까. 어느 정도 내용의 질문을 했었어야 그 학우의 마음에 드는 유익한 질문이었을지 궁금해졌다. 공청회 같은 중요한 자리도 아니고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1학년 수업에서 나온 질문이었는데 말이다. 

이어령 선생님이라면 쓸데없는 질문이란 무엇인지 물어보셨을까 상상했다. 알아도 아는체하고 몰라도 아는체하며 사는 게 습관이 된 우리 사회에서, 자기 모순적이고 연약한 인간이 미스터리한 세계와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며 질문의 가치를 높게 샀던 분이시니까 말이다. “살아있는 것은 물결을 타고 내려가지 않고 거슬러 올라간다네. 관찰해보면 알아. 죽은 물고기는 배 내밀고 떠밀려가지만 살아있는 물고기는 작은 송사리도 올라간다네.” 질문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진실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물에 떠밀려 내려갈 것인지 역류해서 원하는 곳을 향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 떠밀려가는 삶은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질문할 수 있는 질문에 관대한 사회가 오기를 염원해본다.  


이유진 학술문화부장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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