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서재

『미술 철학사』는 르네상스 회화의 선구자인 지오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 저자 이광래가 철학사를 바탕으로 미술과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고고학과 계보학적 관점으로 정리한 책이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두께에 압도당해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책을 읽다 보면 미술의 역사를 철학적 문제로 접근한 저자의 문제의식이 미술 철학이라는 범주의 스펙트럼을 광대하게 확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예술가들의 작품을 공시적 관점에서 철학적 언어와 논리로 분석하는 저자의 접근은 미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항상 추천하는 책 중 하나다.
 
미술 철학사는 인간이 미술 작품을 창작하고 거기에서 발현되는 미적 경험을 지각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철학적 문제들의 탐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미술 작품의 의미와 역할, 형식과 성격 등을 시대성의 관점에서 분석해 미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다. 예컨대, 철학, 역사, 인문학, 사회과학 등의 다양한 분야의 이론과 방법론을 활용하여 미술 작품을 다각도에서 분석함으로써 미술 작품이란 무엇인가, 미술 작품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가, 미술의 목적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하는 것이다.

책은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재현의 자율성이 부여된 15~16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미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20세기 초 인상주의와 상징주의를 다룬다.  ‘권력과 욕망: 조토에서 클림트까지’라는 부제를 암시하듯이 저자는 미술이라는 예술 분야에서 권력과 욕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진술하고 있다. 나아가 미술이 개인적인 욕망과 사회적인 권력구조에 대한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예술 현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위해 자신의 사적인 욕망과 감정, 경험, 문화적 배경 등을 작품에서 드러내고 있는 예술가들을 예시로 들며 그들의 작품이 동시대의 사회문화적 담론에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음을 설명한다.

2권에서는 1, 2차 세계대전이 야기한 인간의 비극적인 실존적 의미에 대해 진술한 표현주의부터 재현 미술의 동일성 신화를 전복시켜 양식의 탈 정형을 시도한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까지 다룬다. 특히, ‘재현과 추상: 표현주의에서 초현실주의까지’ ‘라는 부제를 통해 미술에서 재현과 추상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예술적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자기 경험과 감정을 어떻게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형식을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예술적 언어를 찾고자 했는지에 대해 논한다.

마지막 3권은 탈정형과 탈구축을 바탕으로 20세기 중반 이후의 포스트모더니즘 태동부터 다층적 융합의 패러다임이 야기한 포스트해체주의 미술까지 기술했다. 저자는 ‘해체와 종말: 포스트모더니즘에서 파타피지 컬리즘까지’라는 부제를 통해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미술 발전 과정을 크게 세 가지 주제로 구분하여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첫 번째는 인식론적인 측면에서 현대 미술의 특징과 그 변화를 분석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적극적인 의미 부여에 대한 논의를 다루며, 마지막 세 번째는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다양한 미술의 형태와 전시의 흐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르네상스 이후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분들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이다. 저자는 복잡한 미술 철학적 개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미술사를 자세히 분석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읽히도록 구성하고 있다. 특히, 철학적인 관점에서 미술사를 다루고 있는 저자의 분석력으로 인해 다양한 예술작품에 대한 해석이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어서 예술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독자분들에게도 추천하는 책이다.


제목| 미술철학사 
저자| 이광래
출판| 미메시스 
중앙도서관 청구기호| 601.09 이149ㅁ 

 

환경조각학과  강덕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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