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시대 속으로’는 현재 화제가 되는 사회 문화 현상 이전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번화가에서 ‘인생네컷’을 시작으로 ‘하루필름’과 ‘포토이즘’ 등 즉석 사진관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식사나 술자리를 마치고 기념하기 위해, 연인 혹은 친한 친구들과 만나거나 가족과 함께 외출했을 때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즉석 사진관을 방문한다. 잘 나온 사진을 SNS에 올리거나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혼자 사진관을 찾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즉석 사진관에 이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편하게 사진을 찍고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번거롭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사람들과의 추억을 예쁜 실물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찍은 사진을 즉석 사진관 벽에 붙이거나 사진에 기재된 QR코드를 통해 원본을 휴대폰에 간직하는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사진에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점도 유행에 한몫했다. 
 

각종 장신구와 사람들이 남긴 사진이 가득한 즉석 사진관의 내부
각종 장신구와 사람들이 남긴 사진이 가득한 즉석 사진관의 내부

사진의 장수부터 컷의 개수, 테두리나 배경의 색깔을 마음대로 정하고, 사진관에 있는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재밌게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유행하는 캐릭터나 인물을 스티커로 붙일 수 있는 자유로운 꾸미기 기능도 추가됐다. 자신만의 취향을 챙길 수 있는 요소들은 개성을 뽐내는 요즘 사람들의 수요를 잘 활용한 부분이다. 

기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즉석 사진관의 유행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말 일본에서 등장한 스티커 사진기는 꾸미기 기능이 특화된 ‘Print Club’을 필두로 크게 성공했다. 곧바로 한국에 진출한 스티커 사진기는 당시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티커 사진기는 놀이공원, 상가 등 다양한 곳에 설치돼 저렴한 가격으로 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기자가 직접 찍어본 스티커 사진
기자가 직접 찍어본 스티커 사진

필름 사진기가 있었지만 사진을 뽑아 인화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한데다 현상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즉석에서 인화된 상태로 사진을 뽑을 수 있는 스티커 사진기는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지금만큼 다채롭지 않지만 예쁜 스티커를 붙이거나 원하는 문구를 적을 수 있는 간단한 꾸미기 기능은 소소한 재미를 줬다. 현재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처럼 학생들은 당시 유행하던 SNS인 ‘싸이월드’에 스티커 사진을 올려 추억을 남겼다. 

자신의 모습을 남기려는 인간의 욕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고대부터 그려져 온 인물화부터 현재의 즉석 사진관까지 인간은 순간을 영원으로 남겨왔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는 말은 어쩌면 시대를 관통하는 격언일지도 모른다. 미래의 사진은 어떤 방식으로 추억을 기록할지 궁금해진다.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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