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 SI:REVIEW

누구나 그런 날이 있다. 따끈한 고양이 한 마리를 무릎에 올려두고 쓰다듬고 싶은 날. 부드러운 털, 말랑말랑한 발바닥이 무릎을 짓누르고 갸르릉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오면 온몸이 따스해지는 기분이다. 

너나들이의 귀여운 마스코트, 시아
너나들이의 귀여운 마스코트, 시아

고양이는 어쩌면 인간의 도파민 분비를 돕는 최적의 생명체가 아닐까? 기자는 어릴 때부터 시력이 무척 나빴는데, 텔레비전이라는 진부한 이유는 아니었다. 아마 동생과 만든 비밀 기지 아래서 온갖 만화책을 정독하는 걸 좋아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중 가장 좋아했던 만화는 [고양이의 보은]이다. 포근한 감성을 자랑하는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으로 고양이와 맛있는 음식들이 등장해  어릴 적 기억을 달콤하게 물들여준 최고의 만화다.

좋아하는 만화 장르는 커가며 계속해서 변했지만, 만화책을 즐기는 취미는 그대로다. 중학생 때부터 시간을 보내던 만화 카페는 대학생이 된 지금도 행복을 찾기 위해 들르는 소중한 장소 중 하나다.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한 탓에 어릴 때부터 꾸준히 가던 만화 카페를 자주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새로운 아지트, 회기역에서 20분 정도 걷다 보면 나오는 ‘너나들이’를 발견했다. 방문하자마자 맞닥뜨린 건 회색의 고양이. [고양이의 보은]에 나오는 고양이 왕국 대왕의 털 빛깔을 꼭 닮았다. 회색 고양이는 만화책을 뒤적이는 내내 근처를 서성이고 코타츠 위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들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들

이따금 눈에 스치는 털북숭이 고양이와 좋아하는 만화들, 아늑한 골방은 지친 심신에 안정을 주기 충분했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은혼』, 『헌터X헌터』 등 보고 싶은 만화를 실컷 보다 보면 어느새 배가 고파진다. 만화 카페의 장점은 맛있는 음식들이기도 하다. 어릴 적 하루 종일 이불과 의자로 만들어진 기지 밑에서 놀다 보면 엄마가 해주던 김치볶음밥이 그렇게 맛있었다. 계산대에 가서 주문을 하자 뚝딱 만들어져 나온 김치볶음밥 한 그릇을 떠먹으며 느릿느릿 페이지를 넘겼다. 페이지가 계속해서 넘어가듯 일상도 쳇바퀴처럼 굴러간다. 단조로운 하루들에 활력을 주는 건 이런 행복을 언제나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덕분이다. 

만화 카페가 좋은 이유는 온전히 옛날의 향취에 젖을 수 있어서가 아닐까. 몇 년이 흐르며 많은 것들이 변하고 볼 수 없게 됐지만 이곳에서만은 모든 게 완전하다. 세대를 넘나들며 학창 시절을 달궜던 여러 만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새는 굳이 만화를 실물로 볼 필요가 없다. 플랫폼을 통해 충분히 감상할 수 있고,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은 외국 작품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발매일을 기다리고, 친구들과 돌려보고, 비밀 기지에서 몰래 보던 만화책과의 유년은 언제나 그리운 향기가 난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어릴 때 엄마가 해주신 볶음밥의 맛이라든가 일주일에 얼마 되지도 않는 꼬깃꼬깃한 용돈을 모아 마트 서점에서 산 만화책의 첫 페이지를 넘길 때 느꼈던 기쁨 같은 것 말이다. 

이제는 어른이 돼가는 내게 그런 감정이 영원히 남아있길 바란다. 만화 카페에 들를 때마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엄마가 내게 알려준 만화와 애니메이션들을 나도 내 딸에게 알려줘야지. 함께 고양이를 사랑하고 저녁으로는 김치볶음밥을 먹어야지.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해보는 날이다.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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