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7시간씩 보고 있어요”, “반 친구들 대부분 틱톡을 해요” 숏폼 플랫폼 틱톡이 청소년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미국의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세계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틱톡 이용시간은 107분으로 67분의 유튜브와 45분의 인스타그램을 넘어서 틱톡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중학생 틱톡 이용 달라

과연 청소년들은 통계에서 보인 것만큼 틱톡을 애용하고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 우리대학과 인접한 휘경초등학교와 휘경중학교를 하교 시간에 맞춰 찾아갔다. 처음으로 만난 김민아(12) 양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마침 틱톡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김 양은 “반 친구들 절반 넘게 틱톡을 해요”라며 “직접 댄스 챌린지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해요”라고 자신의 틱톡 이용방식을 설명했다. 

하교하는 초등학생 무리를 마주쳐 틱톡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물었다. 이들이 밝힌 하루 평균 틱톡 이용시간은 30분부터 7시간까지 다양했다. 양민규(11) 군은 “틱톡에서 요리랑 춤 영상을 봐요”라며 “주로 학원 시간을 기다리면서 틱톡을 보는데 유튜브 영상보다는 틱톡을 선호해요”라고 이야기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종설 교수는 “틱톡은 자투리 시간에 부담 없이 휴식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틱톡의 장점을 설명했다.

휘경중학교를 방문하자 초등학생들과는 다른 반응을 엿볼 수 있었다. 박철민(16) 군은 “틱톡은 중국 앱이라서 쓰기가 싫어요”라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틱톡을 봤는데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틱톡보다는 유튜브 숏츠를 더 자주 봐요”라고 반중 정서가 중국 앱인 틱톡 사용에도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한·중 청소년생활실태 및 가치관 비교연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국 청소년들에 주요 4국에 대한 호감도는 △미국(6.34) △일본(3.98) △북한(3.28) △중국(2.48) 순으로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낮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배상률 연구위원은 “틱톡은 개인정보 보호 문제 외에도 중국 플랫폼이기 때문에 반중정서가 심한 청소년들은 타 숏폼 플랫폼을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박 군은 “틱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지만 반 친구들 3명 중 1명은 틱톡을 써요”라고 덧붙였다.
 

틱톡에서 큰 인기를 얻어 TV프로그램에도 소개된 ‘04년생클럽춤’
틱톡에서 큰 인기를 얻어 TV프로그램에도 소개된 ‘04년생클럽춤’
청소년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 중인 ‘수아챌린지’ (출처: 틱톡 문태마초남)
청소년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 중인 ‘수아챌린지’ (출처: 틱톡 문태마초남)

알고리즘으로 순식간에 지나간 30분

직접 만난 청소년들은 댄스 챌린지, 먹방, 스케치 코미디를 가장 즐겨봤다고 답했다. 배상률 연구위원은 “해당 콘텐츠는 소비를 위해 문화적 이해나 맥락적 이해를 요구하지 않아 세계인이 특정 플랫폼에서 함께 즐기거나 가볍게 소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콘텐츠를 확인하기 위해 틱톡을 직접 설치해봤다. 

첫 번째 화면을 넘기자 인기곡의 댄스 커버와 챌린지가 화면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 영상을 보니 댄스 챌린지에서 선정적인 의상을 입은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도 해당 문제를 자각하고 있었다. 이수아(16) 양은 “교복 치마가 너무 짧아서 영상을 보기 민망했던 적이 있어요”라며 “수준 낮은 콘텐츠로 학생들 사이에도 틱톡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자극적인 콘텐츠의 난립과 플랫폼의 콘텐츠 관리 부실이 청소년들이 틱톡을 떠나는 계기로 작용했다.

취재에 응한 청소년들은 특정 틱톡커를 구독하기보다 추천영상을 보면서 틱톡을 이용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추천 알고리즘이 앱 이용시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틱톡은 알고리즘 작동 방식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용자의 콘텐츠별 시청 시간으로 관심도를 파악해 추천영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알려졌다. 

실제로 기자가 대학입시와 관련된 영상을 넘기지 않고 보자 알고리즘은 이를 즉각적으로 반영해 유명 인터넷 강사와 입시 컨설턴트 영상의 빈도를 늘렸다. 15초 내외의 영상을 하나하나 넘기며 보다가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30분이 흘러있었다. 자극적이고 중독적이며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긴 시간 반복적으로 보니 머리가 멍해졌다. 

유명무실 규제, 청소년 성장 위협할 수도

알고리즘에 따라 추천영상을 시청하는 틱톡 이용방식은 청소년들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배상률 연구위원은 “수동적이고 습관적인 영상 소비는 덜 복잡하고 더 간단한 방향을 선호하는 인지적 구두쇠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청소년들의 문해력 감소와 집중력 저하를 우려했다. 틱톡의 유해 콘텐츠를 사이버폭력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전종설 교수는 “청소년들의 유해 콘텐츠 이용 경험이 많을수록 자기 존중감이 낮게 나타나 청소년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위험성을 시사했다.

틱톡도 해당 문제를 인식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규제해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유명무실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클립은 틱톡에서 미성년자임에도 별도의 연령 확인 없이 시청할 수 있었고,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로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영구 이용 정지 조치를 받은 크리에이터 ‘신태일’ 역시 별 규제 없이 활동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과 틱톡의 건강한 공존을 위해 다양한 주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정부는 스마트폰 구입 시 유해 콘텐츠 차단 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는 책임 규정 등 자율규제를 제도화해 적극적으로 콘텐츠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소비 주체인 청소년들의 미디어 교육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었다. 배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청소년 이용자는 건강하고 슬기로운 미디어 사용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청소년이 자주 쓰는 앱 틱톡의 올바른 이용을 위해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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