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읽어드립니다 - 심주희, 「카카오톡 환경에서의 의사소통 방식 고찰」, 『사회언어학』, 한국사회언어학회, 2021.

현대인의 삶과 분리할 수 없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카카오톡’입니다. 회사 업무와 관련된 공적인 일에서부터 친구와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우리는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카카오톡으로 소통합니다. 지난해 발생했던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데이터센터 화재로 서버가 다운돼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메시지가 보내지지 않아 약속이나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서 그동안 우리가 카카오톡에 얼마나 종속적이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죠. 이렇게 일상에서 카카오톡의 지배력은 거대해졌지만, 카카오톡 속 의사소통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드뭅니다. 

과연 사람들은 카카오톡에서 어떻게 메시지를 읽고 쓸까요? 이 궁금증에 해답을 주는 논문이 있습니다. 바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생 심주희 씨가 작성한  「카카오톡 환경에서의 의사소통 방식 고찰」입니다. 심 씨는 카카오톡이 가진 요소가 어떤 의사소통 방식을 형성하는지에 주목했습니다. 

우리는 상대의 수신 여부를 ‘1’로 확인할 수 있고 이모티콘이나 공감 표시기능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의사소통에서 효율적인 요인이면서도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본 논문은 카카오톡이 참여자에게 어려움을 유발하는 환경에 초점을 뒀습니다. 참여자의 심리적인 측면을 다루면서 의사소통의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심층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심 씨는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묘하고 세밀한 갈등을 포착하기 위해 질적 연구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총 3명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했는데, 이들은 연구자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 평소 카카오톡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또한 연구자는 보낸 메시지를 읽고 답변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욱 갈등적인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고 판단해 수신자 입장에 집중했습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면담지를 크게 △카카오톡의 전반적인 사용 양상과 경험 △변인에 따른 카카오톡의 의사소통 양상과 경험 △응답의 즉각성을 결정하는 기준 및 경험 △수신 여부 확인에 따른 카카오톡 의사소통의 양상 및 경험 △카카오톡과 다른 매체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연구자는 면담에서 의사소통 방식과 관련해 의미 있는 특정 단어, 문장, 문단 등을 선별했습니다. 선별한 요소들을 다시 상위 범주를 만들어 분류하고 각 면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거나 인상적이고 주목할 만한 부분을 최종적으로 다뤘습니다.

먼저 다양한 읽기 스펙트럼입니다. 알림이나 대화방 목록을 통해 메시지를 미리 읽을 수 있고 원하면 대화방에 입장했습니다. 면담 참여자 A씨는 “세세하게 확인은 못 하고 정말 궁금하면 채팅방에 들어가 메시지를 읽는다”고 말했습니다. 메시지가 흥미를 유발하거나 중요해 보이거나, 즉각적인 응답이 가능하다면 대화방에 입장했습니다. 비행기 모드를 통해 메시지를 읽는 방법도 있습니다. 

비행기 모드에서는 메시지를 읽어도 수신 여부를 나타내는 숫자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죠. 상대에게 오해를 줄까 봐 빨리 답장해야 하고 ‘읽씹’, ‘안 읽씹’이라는 용어의 등장도 읽는 과정을 부담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행위가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무례하게 여겨질 수 있었습니다. 

문자만으로 자신의 감정과 의도를 싣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모티콘이나 문자의 변주가 없으면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죠. 적절한 답장 방식에 대한 부담은 읽기와 말하기를 미루는 요인이 됐습니다. 대화의 ‘텀’도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칩니다. 시간이 흘러도 메시지를 읽지 않으면 실망감을 주고, 메시지를 읽고도 답장하지 않은 것도 상대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됐습니다. 

언제 읽고 말할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다른 참여자의 대답과 상황 역시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A씨는 메시지를 읽었음에도 다수의 답변과 다른 의견을 내는 것에 부담을 느껴 몇몇 사람이 대답할 때까지 답장하지 않았습니다. 말을 하면서도 다수에 묻어가고 싶은 마음에 대화의 양상을 파악하고 메시지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대화의 종결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대화는 시작과 끝이 모호해 종결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의도적으로 다음날 다음날 메시지를 읽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의사를 드러내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카카오톡의 요소는 사용자의 읽기와 말하기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읽기의 개념은 알림과 미리보기를 통한 ‘소극적 읽기’와 타이밍에 맞춰 대답하는 ‘적극적 읽기’까지 세분화된 스펙트럼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대화의 양상과 상황을 파악한 후 메시지를 전송하는 일종의 눈치 게임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메시지에 남길 수 있는 ‘하트’나 ‘체크’ 공감 표시기능, 예약 메시지 등 몇 년 전에는 없었던 기능들이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카카오톡. 앞으로 카카오톡 속 대화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해집니다.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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