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태훈(25) 씨는 집을 나서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바이브를 켠다. 앱에서 추천하는 노래들을 듣다 보면 30분 지하철 통학도 금방이다. 수업이 끝나면 유튜브로 자신이 지원한 은행의 직원 브이로그를 시청한다. 현직자가 풀어주는 생생한 소감을 들으며 식사 후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운 김태훈 씨는 넷플릭스에서 어제 못 본 드라마를 보며 잠을 청한다. 길거리부터 잠자리까지, 스트리밍과 함께한 하루가 또 저물어간다.

어원부터 활용까지, 스트리밍 이모저모

스트리밍은 흐름을 뜻하는 ‘stream’에 현재진행형 ‘-ing’가 붙은 단어로 소리나 동영상 등 다중매체 파일을 전송, 재생하는 방식 중 하나다. 파일을 전부 내려받아야 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스트리밍은 파일을 다운로드 중에도 파일 속 내용을 재생할 수 있다. 1995년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리얼네트웍스가 최초로 적용했으며 뮤직비디오나 드라마, 영화처럼 다운로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대용량 동영상 재생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전부 받지도 않은 영상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스트리밍은 기본적으로 받고자 하는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데이터들로 쪼개어 사용자에게 전송한다. 버퍼라고 불리는 이 과정을 통해 서버에서 사용자로 영상을 바로 전송할 수 있다. 다만 사용자가 몰려 서버가 과부하 되면 스트리밍이 제한되는 버퍼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콘텐츠를 전송하는 서버를 추가 배치해 서버 내 인원을 제어해야 한다.

스트리밍 기술은 크게 주문형과 라이브형 두 가지 서비스 방식으로 활용된다. 주문형 스트리밍은 음원이나 영상을 사용자 요청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로 멜론과 유튜브, OTT가 이에 해당한다. 수익 창출 모델에 따라 무료인 대신 광고를 봐야 하는 AVOD, 구독료를 내게 하는 SVOD, 원하는 콘텐츠만 구매하는 TVOD로 구분하기도 한다. 라이브형 스트리밍은 현장을 직접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방송자가 얻은 후원금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 이익을 창출한다. 한국의 아프리카TV와 해외의 트위치, 틱톡이 대표적이며 TV에서 하는 뉴스 생방송이나 쇼핑 방송도 라이브형 스트리밍 범주에 해당한다.
 

프로그레시브 다운로드(상), RTMP/RTSP(중), 적응적 HTTP(하) 스트리밍 과정(출처: jwplayer)
프로그레시브 다운로드(상), RTMP/RTSP(중), 적응적 HTTP(하) 스트리밍 과정(출처: jwplayer)

끊임없는 재생 속 숨겨진 과학

스트리밍은 데이터를 어떻게 전송하는지에 따라 크게 프로그레시브 다운로드, 실시간 메시지 전송 프로토콜/실시간 스트리밍 프로토콜(RTMP/RTSP), 적응적 하이퍼텍스트 전송 프로토콜(HTTP) 스트리밍으로 나뉜다. 프로그레시브 다운로드는 웹과 파일 위치를 나타내는 URL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한다. 사용자가 URL로 들어가면 영상 플레이어는 순서대로 다운로드를 시작해 데이터가 일정량 쌓일 때마다 재생한다. 별다른 기술이나 장치 없이도 구현할 수 있어 유튜브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영상의 세부 설정을 조정할 시 다운로드를 처음부터 진행해야 해 불필요한 시간, 용량 소모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프로그레시브 다운로드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영상 플레이어에 480p, 720p, 1080P 등 사전에 설정한 화질이나 속도를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가짜 스트리밍이라는 뜻의 ‘Pseudo Streaming’이라고 한다. 여러 화질과 속도로 준비된 영상을 다운로드하는 방식이 마치 스트리밍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RTMP/RTSP 스트리밍은 프로그레시브 다운로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고안됐다. RTMP는 오디오와 비디오를 사용자에게 보내 스트리밍할 때, RTSP는 이 데이터를 관장하는 미디어 서버를 제어하기 위해 사용된다. 사용자가 음원이나 영상 속 세부 사항을 변경하면 서버는 이에 해당하는 데이터만을 전달한다. 사용자가 이용하지 않는 파일 데이터는 자동으로 삭제돼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막는다. RTMP/RTSP 스트리밍은 설정 변경이 자유롭고 다운로드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을 위해 전용 서버가 필요했기 때문에 높은 서버 유지비를 우려한 기업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는 못했다.

적응적 HTTP 스트리밍은 앞선 스트리밍의 장점을 결합한 스트리밍이다. 사용자가 파일을 요청하면 시스템은 데이터를 초 단위의 분량인 ‘청크’로 나눠 서버에 저장한다. 이어 사용자의 기기가 정보를 얼마나 전송할 수 있는지 대역폭을 책정해 이에 맞춰 데이터를 이어 보낸다. 적응적 HTTP 스트리밍 중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은 애플의 HLS와 국제표준화단체인 MPEG의 DASH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디어방송연구실 정준영 책임연구원은 “HLS와 DASH를 사용하면 안정적이고 빠른 비디오 전송이 가능하며 화질 및 대역폭 조절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별로 스트리밍 시스템이 달라 파일 간 호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MBC가 제작해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나는 신이다]와 댓글로 상호소통이 가능한 KBS의 [더 라이브] (출처: 넷플릭스, KBS)
MBC가 제작해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나는 신이다]와 댓글로 상호소통이 가능한 KBS의 [더 라이브] (출처: 넷플릭스, KBS)

흐름 뒤집은 스트리밍, 해결과제는

스트리밍은 방송과 미디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VOD와 OTT는 특정 채널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든 자유로운 방송 시청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라이브를 통한 1인 방송 증가는 기존 언론사와 방송사가 독점하던 정보격차를 허물고 미디어 민주주의를 확산시켰다. 방송사 콘텐츠에 스트리밍이 활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M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넷플릭스로 해외에도 동시 방영돼 큰 호응을 얻었다. KBS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는 댓글을 통해 진행자와 패널, 시청자가 상호작용하도록 했다. 스트리밍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도 했다. 우송대학교 글로벌미디어학과 현우진 교수는 “아프리카TV는 유튜브보다 먼저 라이브 방송을 통한 별풍선으로 수익구조를 만들었다”며 “한국은 Grip 등 라이브 전문 홈쇼핑 앱도 있을 정도로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대한 진입도 활발한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신사와 스트리밍 기업 간 망 사용료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국내 통신사는 유럽연합의 디지털세처럼 해외 스트리밍 기업 역시 인터넷망에 대한 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스트리밍 기업들은 법적 분쟁과 서비스 축소로 대응하고 있어 국내 스트리밍 시장이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와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납부 문제로 재판 중이다. 트위치는 최대 영상 화질을 1080P에서 720P로 낮췄고 동영상 다시 보기와 클립 서비스도 지난해 12월 중단했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스트리밍도 주요한 문제다. 지난 8일 방송사와 영화 제작·배급사, 스트리밍 업체로 이뤄진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에 대한 공동 대응을 밝혔다. 해당 사이트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텔레그램이나 트위터 등으로 주소를 공지해 국내에서의 수사가 어렵다. AI 기술로 불법 콘텐츠 유통을 포착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지만 불법 스트리밍 다수가 폐쇄형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다 보니 사람이 일일이 찾아내야 하는 실정이다.

속도는 더 빠르게, 품질은 더 높게

끊임없는 발전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스트리밍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정준영 책임연구원은 “동영상 압축 기술은 동일한 화질의 동영상을 재생하는데 더 적은 양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해 원활한 스트리밍이 가능하게 한다”며 “QoE* 향상 기술을 통해 주어진 네트워크와 시청환경에서 화면 멈춤, 화질 변화 등 시청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것”이라며 스트리밍 연구의 현황을 이야기했다. 이제는 일상 속의 혁신이 된 스트리밍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QoE: Quality of Experience,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것


임호연 기자 
20226300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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