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서울특별시 시내버스 일부가 ‘현금 없는 버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고 확대 운영 중이다. 버스 정류장에는 현금 결제 승객에게 주변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구입하거나 모바일 교통카드, 계좌이체를 대체 수단으로 안내하는 광고가 붙었다. 현금 결제가 허용되지 않는 곳은 버스만이 아니다. 맥도날드, 스타벅스, 투썸 플레이스 등 프랜차이즈 매장을 기점으로 디지털 결제는 우리의 일상에 퍼지고 있다.
 

“저희 매장은 현금 안 받고 있어요”

지난 2021년 서울시 내 18개 노선, 436대로 운영되던 ‘현금 없는 버스’는 이번달부터 108개 노선, 1876대로 운영이 확대됐다. 서울 시내버스의 약 25%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버스 외에도 여러 매장에서는 키오스크만을 사용해 결제를 진행하거나 대면 결제가 가능하다 해도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다. 

기자가 방문한 우리대학 후문 근처 음식점들도 마찬가지로 현금 결제가 불가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와 빙수 가게, 메가 커피 등 여러 매장의 키오스크 결제 수단에는 페이나 카드는 있었지만 현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인 아이스크림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현금 결제를 문의하자 “그렇다면 계좌 이체를 부탁드린다”는 답을 받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카운터에서도 현금 결제를 시도하자 “저희 매장은 현금 안 받고 있어요”라는 말과 함께 카드와 페이로만 결제가 가능하다는 안내가 제공됐다.

현금을 소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결제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 버스정책과 버스정책팀 담당자는 현금 없는 버스 운영의 목적에 대해 “안전사고 방지, 배차 정시성 향상과 더불어 현금 유지 관리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금 사용이 제한되는 장소가 늘어남에 따라 현금 결제 고객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서울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대학생 김은지(22) 씨는 “젊은 층은 대부분 카드를 들고 다니지만 현금을 사용하는 어르신들을 많이 봤다”며 “이외에도 현금을 사용해야 할 불가피한 상황이 있으니 현금 사용을 완전히 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청량리역 환승센터에 도착한 현금 없는 버스들
청량리역 환승센터에 도착한 현금 없는 버스들

바야흐로 모바일 금융서비스 전국시대

현금을 대체하는 수단은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인 전자지급결제대행 서비스 수단인 신용카드뿐 아니라 △토스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 선불전자지급 서비스인 간편결제 수단의 이용률도 급상승하고 있다.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서지용 교수는 “오프라인 중심의 간편결제 수단과 전통적 결제 수단인 카드가 공존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점에서 확대된 온라인 결제 방식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여러 ‘페이’와 제휴를 맺고 추가 포인트 적립 등 신규 고객을 유입하기 위한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자의 65.4%가 최근 1개월 내에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금융서비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2022년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선불전자지급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 건수는 2708만 건이었으며 이용 금액은 8289억원의 규모로 지난 2021년 대비 13.6%와 24.5% 증가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금융소비자학과 최미수 교수는 “캐시리스 결제는 현금 조폐와 ATM 유지보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인건비와 운영비도 줄인다”며 “수수료 부담은 있지만 제공하는 편의성과 효율성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선불전자지급 서비스의 일종인 ‘페이’는 카드 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일회성으로 생성되는 토큰을 사용해 정보 유출 위험을 더욱 줄인다. 높은 보안성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사용자가 제한적이라는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최 교수는 “페이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 디바이스를 필요로 한다”며 “고령자나 미성년자처럼 디바이스 사용에 제한이 있다면 접근성이 낮다”고 페이 상용화의 이면에 존재하는 디지털 격차를 지적하기도 했다. 서지용 교수 또한 “저소득층은 카드 발급이 어렵고, 노인층은 이러한 간편결제 시스템에 불편을 느낀다”며 “제한된 범위 내에서 현금 결제가 가능하도록 결제수단을 다원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금 결제가 불가능한 프랜차이즈 매장의 키오스크
현금 결제가 불가능한 프랜차이즈 매장의 키오스크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정한 소비를 위해

캐시리스 사회는 우리의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덴마크는 지난 2015년 ‘캐시리스 국가’를 선언하고 슈퍼마켓, 주유소, 공공시설에서 캐시리스 결제 수단만을 허용 중이다. 중국에서도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 서비스들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캐시리스 결제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캐시리스 결제가 비용과 시간적 측면에서 효율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캐시리스 정책이 모든 소비자에게 편익을 가져다줄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 한국은행에서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건수 기준 현금 이용비중 추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지난 2019년 26.4%에 비해 21.6%로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60~70대 소비자들은 여전히 현금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60대의 지급수단별 이용경험 비중을 살펴보면 현금은 97.8%로 전체 수단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신용카드 또한 84.8%로 현금의 뒤를 이었지만,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금융서비스인 선불카드·전자화폐, 모바일 카드 이용경험의 비중은 각각 5.0%, 6.6%로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많은 고령자가 디지털 결제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증거다.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고준호 교수는 “현금 관리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고, 현금 이용 비율도 전체적으로 낮다”며 “현금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디지털 결제 방식에 익숙한 이들이 많아졌기에 캐시리스 사회로 가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공공적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현재 현금 없는 버스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상대적으로 고령화 비율이 높은 부산에서는 모든 버스 내에서 현금통을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효율성을 앞세운 일방적인 캐시리스 사회로의 변화에 경계를 표했다. 

경기대학교 스마트시티공학부 도시교통공학전공 김진유 교수는 “지역마다 다른 현금 정책을 적용해야 하고, 정류장마다 사용권 자판기 등을 설치하는 등의 시스템도 필요하다”며 “현금 없는 사회가 되더라도 결과적으로 현금 사용이 불가피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미수 교수 역시 “완전한 캐시리스 사회로 전환된다면 현금 사용 소비자들과 경제적 취약 계층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캐시리스 결제 시 사용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현금을 대신할 수단을 마련하는 등 모든 소비자가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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