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 손유린(경영 17) 학우

이번호에서는 ‘민들레마음’을 창업한 손유린(경영 17) 씨를 만나봤다. 민들레마음은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들의 그림으로 디자인 상품을 만드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사업 모델을 구상하게 된 계기부터 민들레마음의 최종적 목표와 창업을 꿈꾸는 학우들에게 전하는 말까지 대학생 기업가의 뜻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민들레마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민들레마음은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와 가족의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 환아의 그림을 멋진 캐릭터로 재탄생시켜 디자인 상품을 제작하고 창출한 수익 일부를 다시 환아들에게 돌려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최근에는 카카오와 협업해 카카오 쇼핑에서 민들레마음 스토어를 찾아볼 수 있다. 

특별한 창업 아이템을 생각해낸 계기는 
대학교 2학년 때 서울대학교 어린이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중증희귀난치질환은 치료 기간이 길고 완치 가능성도 적어 환아와 가족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는 것을 봉사활동 중에 알게 됐다. 그때부터 이들을 일반적인 봉사활동 말고 다른 방법으로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을 떠올린 것은 환아들과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하면서다. 어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들만의 순수하고 기발한 창의력을 그림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를 상품화해 벌어들인 수익을 환아와 가족을 돕는 데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와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와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순환구조인 수익 모델을 구상한 과정은
보통 일반적인 기업은 수익 모델을 구축한 다음 창업을 결정한다. 반대로 민들레마음의 경우 환아와 가족들을 돕고 싶어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수익 모델을 고민할 때는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임했다. 먼저 소비자의 동정심을 유발해 구매를 유도하는 행위가 되지 않으려 했다. 오히려 환아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싶었다. 두 번째는 환아들도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서 문제 해결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환아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자존감도 올리고 재미도 찾는 방향으로 현재의 수익 모델을 구상했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를 대표적으로 후원하는 이유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환아들이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돕고 가족의 아픔까지 통합적으로 돌보는 의료 서비스로 현재 국내 병원 11곳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은 물리적 치료뿐만 아니라 교육, 정서 안정, 심리 치료도 꼭 필요하다. 그러나 대다수 병원은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이 서비스가 많은 병원에서 빠르게 이뤄지길 바라며 후원 중이다. 

디자인 공방 ‘상상나라 그림교실’은 어떻게 운영되나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할 때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병원에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들을 대상으로 모집 공고를 보낸다. 그리고 환아들의 그림을 받아 디자인 상품을 고안한다. 코로나19 전에는 직접 환아들과 만나 그림 교육도 했지만 현재는 그림 교육을 대면으로 진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환아들의 그림을 사진으로 받고 있다. 보내준 그림들을 최소한의 보정을 거친 다음 캐릭터로 만들어 제품을 출고한다. 환아들은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상품과 상장을 받는다. 새로운 환아들뿐만 아니라 한번 참여했던 환아들이 다시 참여할 때도 많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겪는 어려움은
사회적 기업은 영리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영리적 가치만 추구하면 되는 일반적인 기업도 70%가 5년 안에 폐업한다. 남은 30%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재무 건전성을 가지고 흑자를 내는 기업은 극소수다. 이에 더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므로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한 개 가치를 챙기기가 힘든데 두 가치 모두 균형 있게 창출해야 하는 점이 어렵다.

가장 도움 됐던 사람이 있다면
우리대학 창업지원단 한원희 담당자다. 회사생활을 해보지 않고 일반 대학생 신분에서 창업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사회생활 에티켓, 창업하려면 필요한 것, 기업 운영할 때 중요한 점, 사업계획서 쓰는 법 등 개인적으로 배운 것이 정말 많다. 보답하고 싶어 서순탁 전 총장님께 직접 편지를 써서 포상을 부탁드렸다. 이후 실제로 서 전 총장님께서 직원분께 포상해주셔서 감사했다.

창업하고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절박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보통 절박한 사람들을 보면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아직 업계에서 풋내기에 불과하지만 현재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절박함 덕분이다. 주변 사람들이 그 마음을 알아보고 자기 일처럼 우리를 살펴준 것 같다. 사업가라면 첫 번째이자 최후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창업은 스스로의 역량을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본인의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 신청이 접수되는 날부터 개발, 영업, 법무, 회계, 인사 등 회사 운영의 모든 것을 본인이 담당해야 한다.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업에 적용해야 하기에 성장 속도가 느릴 수가 없다. 또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은 취업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결국 회사는 영리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집단이기에 실제로 매출을 내본 사람을 뽑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창업을 생업으로 삼는 것은 적극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은 정말 극소수다. 사석에서도 사업 생각을 떨칠 수가 없고 주말에 협업 제안 전화가 오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 된다. 일주일에 100시간은 온전히 사업에 할애해야만 창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꼬마 작가님들과 그려갈 민들레마음의 미래는
준비하고 있는 것이 많다. 원래 1만원 이하의 문구류만 취급했지만 의류와 가방처럼 1만원 이상의 제품도 구상 중이다. 현재 민들레마음은 캐릭터 기업이지만 더 규모를 키워 캐릭터를 이용한 콘텐츠 사업도 진행할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보호자들이 일상에서 환아 관련 어려움을 겪을 때 가장 먼저 민들레마음이 떠오르는 그날까지 영향력을 키우고 싶다. 나중에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아와 가족들을 돕는 글로벌 기업이 되고 싶다.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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