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함 5만원에 구합니다”, “지금 사물함 시세가 어느 정도인가요?” 최근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중앙도서관 사물함 매매 게시글이 100건 넘게 게시됐다. 지난달 27일 학생복지위원회(이하 학복위)가 사물함 매매에 불이익을 부여한다고 공지했지만 사물함 매매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사물함이 없는 학우들이 물건을 올려놓은 모습이다.
사물함이 없는 학우들이 물건을 올려놓은 모습이다.

선정 방식이 문제 “원래 이러지 않았다”

지난 2019년까지 중앙도서관 사물함 신청은 총 530개 중 전자사물함 100개를 제외하고 대면 선착순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학기를 이어가던 2020년부터 학복위는 사물함 배정 방식으로 전자사물함과 일반사물함 모두 100% 비대면 추첨제를 채택했다. 이번 학기 전면 대면 수업이 실시됐으나 학복위는 비대면 추첨제 방식을 유지했다. 구글폼에 학번, 이름,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우리대학 학생 누구나 사물함을 신청할 수 있었다. 

권새벽(세무 19) 씨는 “당첨된 사람의 본인확인도 하지 않고 사용료 입금 계좌를 보낼 정도로 단순한 신청 과정”이라고 말했다. 허술한 절차 탓에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신청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중앙도서관에서 자주 공부하는 A(행정 17) 씨는 “떨어질 것에 대비해 사물함이 필요하지 않은 친구들의 학번을 빌려 신청할 수 있다”며 “만약 한 명이 두 개 이상의 사물함에 당첨된다면 남는 사물함이 생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면 수업 재개로 사물함 수요가 늘어난 것도 경쟁률 상승에 영향을 줬다. 학복위 오은혜 위원장은 “비대면이었던 2021년과 대면과 비대면을 오갔던 지난해의 신청자 수는 비슷했다”며 “대면 수업이 다시 정상화되면서 이번 학기에는 신청 인원이 2배가량 몰렸다”고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학복위에 따르면 사물함 530개에 2355명의 신청자가 몰려 경쟁률은 약 4.44대1로 지난 학기의 약 2.3대1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권 씨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져 사물함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사물함이 없는 도서관 이용 학우들은 사물함 위에 짐을 올려놓았다. 사물함 위에 물건을 올리지 말라는 경고문에도  모든 사물함 위는 학우들의 물건으로 가득찼다. 

1천원만 내면 사용할 수 있는 사물함은 되팔이가 극심해지면서 에타에서 양도 가격이 평균 3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학복위는 지난 17일과 19일에 사익을 위해 매매하지 말고 신청했으나 사용하지 않는 사물함을 메일로 보고해달라는 공지를 올렸다. 그러나 공지를 올린 지 일주일이 지난 24일 기준 학복위에 전달된 메일은 한 건도 없었다.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조치에 대해 A씨는 “형식적인 양도 금지 공지가 아닌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미등록 사물함이 발생했을 때 학복위의 아쉬운 대처가 문제의 심각성을 키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자사물함의 경우 예비번호가 20번까지 부여됐지만 일반사물함에는 예비번호가 부여되지 않았다. 이에 오 위원장은 “일반사물함 예비번호 등록까지 진행하면 등록 기간이 2일 연장돼 기존 사물함 철거일이 일주일 정도 늦어진다”며 “학우들이 최대한 빠르게 사물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진행한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미등록 사물함 재추첨은 5월 초에 이뤄졌다. 재추첨 시기에 대해 오 위원장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재추첨을 앞당겨 미등록 사물함을 학우들에게 최대한 빨리 배부하겠다”고 전했다.

다시 선착순으로, 추가설치는 의견 엇갈려

오은혜 위원장은 향후 대책에 대해 “현장 선착순 접수 체제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라며 “비대면 추첨과 현장 선착순 접수를 적절히 혼합해 다음 학기에는 공평한 사물함 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수요에 비해 부족한 중앙도서관 사물함 수가 지목된다. 다만 사물함 추가설치에 대해 학복위와 도서관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오 위원장은 “사물함 추가설치는 학복위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중앙운영위원회에 사물함 추가설치에 관한 안건을 올려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중앙도서관 이현숙 담당자는 “현재 사물함을 추가 설치할 충분한 공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재현 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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