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호연 사회부장
임호연 사회부장

‘아는 여자애’는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네이버에서 연재된 로맨스 웹툰이다. 주인공 ‘하영’은 교통사고로 죽은 첫사랑이자 짝사랑 대상인 ‘재현’을 무척이나 그리워한다. 후회와 아쉬움을 간직한 채 소개팅을 하던 하영은 귀가 중 버스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정신을 차리자 그곳은 10년 전인 2009년. 하영은 이번엔 막아보겠다고 다짐한다. 첫사랑의 죽음도, 자신의 후회도.

제목인 아는 여자애는 과거로 돌아가기 전 하영이 누구냐고 물어본 친구의 말에 재현이 답한 말이다. 하영에게는 재현이 죽은 뒤에도 기억나는 운명이지만 상대에게는 그저 잘 모르는 이웃일 뿐이다. 이 가슴 아픈 관계를 바꾸기 위해 하영은 부단히도 애를 쓴다. 그런데 이 제목을 ‘미래를’ 아는 여자애로 해석할 수도 있다. 10년 뒤에서 온 하영은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해체한다는 것부터 재현이 어떻게 죽을지까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안다는 것은 보조적일 뿐, 첫사랑에게 다가가 사랑을 이뤄내는 것은 현재의 하영이 온전히 해내야 한다.

앎, 안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지인 생일을 기억하는 것부터 향후 있을 재난을 예측하는 것까지 무언갈 안다는 것은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런데 하영이 미래를 아는 것만으로는 비극적인 결말을 바꿀 수 없듯 현실에서도 앎이 효과를 보려면 그에 맞는 의식과 행동이 함께해야 한다. 흔히 ‘사자 직업’이라 불리는 전문직들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사’ 중 선비(士)와 스승(師)은 남이 깨달음과 지식을 얻도록 돕는 존재다. 판사의 사(事) 역시 후세를 위해 붓을 들고 역사를 기록하던 사관의 모습에서 유래했다. 3천 년 전 만들어진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에게 높은 대우와 명예가 뒤따르는 것은 단순히 남보다 잘 아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앎을 바탕으로 실천하고 행동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안다는 것의 이익만 취할 뿐 도의는 게을리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 한 변호사가 자기가 맡고 있던 학교폭력 사건을 불출석해 패소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학교폭력 사실을 알고도 방법이 없다며 피해자에게 멀리 전학을 가라 한 교무부장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도 사라졌다.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자동 패소하고 학교폭력 피해가 발생하면 교사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 수 있다는 사실을 이들이 몰랐을까. 피해자 어머니에게는 이들이 죽은 딸의 억울함을 풀어줄 믿음직한 어른이었겠지만 실상은 ‘(법을) 아는 여자애’와 ‘(학교폭력을) 아는 남자애’였을 뿐이다.

하영은 재현이 비가 오면 버스를 타지 못하는 이유가 중학교 시절 사고 트라우마임을 알게 된다. 그러고는 함께 눈물을 흘리며 무리하게 극복할 필요도, 부끄러운 것도 아님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사랑과 앎을 행동으로 옮긴다. 기자에게도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타인과 친해지고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다만 그 앎이 머릿속에만 머무르는 ‘아는 남자애’로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임호연 기자 20226300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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