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서재

우리는 모두 나무와 숲이 있는 환경을 좋아한다. 숲은 맑은 공기를 제공해 주고 우리가 필요한 목재를 생산할 수 있으며 많은 부산물을 공급한다. 숲은 휴양 역할을 하면서 우리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서 숲은 치유의 능력도 우리에게 제공한다. 나무와 숲은 어떠한 모습이 돼야 하는지, 숲에 있는 생태계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전문가 관점에서 풀이한 것을 볼 필요가 있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
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쎄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우리가 모두 아는 용비어천가의 일부이다. 사람들의 삶에도 적용되는 유익한 이야기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한다는 것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도 않고 과일을 많이 맺는다. 숲의 모습은 이러한 것이어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가 숲을 이루어야 병해충 등 다른 재해에 강해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학생들도 청년 시기에 지식과 경험을 형성해서 깊은 뿌리를 만들어 놓아야 세상 풍파에 문제없이 잘 견디는 것이다. 숲에는 생태계가 있다. 생태계는 식물, 토양, 곤충 미생물 등 다양한 생물들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침엽수, 활엽수 등 다양한 나무들이 다층구조를 가지며 서로 이어지고 연결돼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복잡한 관계망이 형성돼 있다. 숲의 생태계를 통해서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과 인간답게 생존하는 전략들을 배울 수 있다. 

숲은 그대로 놓아두는 것보다는 관리하고 가꾸는 것이 필요하다. 나무에서 필요 없는 것은 가지치기하고, 비료 주고, 물을 충분히 공급하면 생산성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치가 높아진다. 사람도 이와 비슷하다. 교육을 통해서 많은 지식을 구축하고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서로 이해하고 돕는 마음을 가지면 사회가 더 가치 있게 되는 것이다. 장 자크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한 이야기는 로빈슨 크루소가 표류하여 격리된 공간으로 간 것과 같이 원시적인 자연환경으로 돌아가라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같은 본성,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타인을 대하자는 차원일 것이다. 숲은 자연으로서 가지는 가치도 있기 때문에 숲이 가지는 본성을 찾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시적인 숲이 갖는 가치는 크지만 숲의 생태계를 잘 관리해 주면 더 높은 차원의 생태계가 우리 주변에서 열릴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더 희망이 있고, 살만한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숲 관리를 통해서 인생에서 배우는 것이 많은데 그 가운데 하나가 ‘가치 있게 죽어야 진정으로 사는 것’이다. 상당히 역설적이다. 예수님은 죽음으로 모든 사람에게 신앙으로 다시 살아났다. 부처님은 모든 것을 버리고 죽음으로 수천 년 동안 동일시의 대상으로 다시 살아났다. 숲은 그대로 두면 원래의 모습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수목, 숲, 생태계는 죽음으로 다시 새롭게 살아난다. 나무는 가지치기를 해서 가지가 죽음으로 새로운 가지가 살아난다. 숲은 갱신하는 과정에서 죽어야 다음 세대가 하층 식생으로 다시 살아난다. 야구에서 희생번트를 하는 것이 자신은 죽지만 다른 주자를 살리는 것처럼. 

저자인 이돈구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에서 30년 이상을 숲의 생태적인 특징과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강의하신 분이다. 산림청장(2011~2013)도 역임하고, 산림관리 행정의 가장 정점에서 숲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분이다. 이 책에서는 숲이란 무엇이며 숲 조성 방법, 숲을 가꾸는 기술, 숲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 외국에서 적용하고 있는 숲 관리 방법 등을 소개해 준다. 숲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숲과 같이 본성이 선한 인간이 서로 숲과 같은 생태계를 이루고 산다면, 타인을 위한 희생이 있다면, 얼마나 가치 있고,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제목| 숲의 생태적 관리 
저자| 이돈구 등
출판|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 
중앙도서관 청구기호| 526.3 숲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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