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해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자연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증거인 계절의 변화, 그 중에서도 만물이 생동하는 봄은 자연이 가장 돋보이는 계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봄은 자연보다는 인간중심적 관점으로 대해지고 소비되는 듯하다.

이번 봄에는 봄꽃들이 유독 한꺼번에 개화하며 기후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됐다. 4월 초 기자가 사진 촬영을 위해 방문한 서울숲, 창덕궁과 덕수궁 등에서 이미 만개한 봄꽃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꿀벌과 나비 등 꽃 주변을 맴돌아야 할 생명체는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달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인간 시스템뿐만 아니라 지구, 담수, 해양 생태계를 파괴했다. 이렇듯 해가 바뀔 때마다 기후 위기는 몇 걸음 더 다가왔다. 

한편 지난 5일부터 내린 봄비 덕분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던 산불 53건이 모두 진화됐다. 지난 2~4일 발생한 산불은 1986년 이후 최단기간 가장 많은 산불로 기록됐다. 이번 산불 대부분은 자연 발화했는데, 이것도 기후 위기와 관련이 깊다.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수분이 더 빠르게 증발해 땅의 습기가 줄어든다. 이렇게 건조해진 땅이 자연적으로 불이 발생하기에 용이한 환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봄비로 인해 산불이 진화되기 전까지는 전국적인 산불이 발생했다는 사실과 원인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당 지역 중 10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데에 그쳤다. 많은 불이 났음에도 사람들의 관심도, 언론의 구체적인 보도도, 정부 차원의 대책도 없었다. 

기후 위기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오래도록 이야기됐다. 사람들은 이제 질려버린 듯하다. 혹은 포기했거나. ‘어쩔 수 없는 거야’라고 말하며 포기하는 사람들, 그들의 관심은 더 이상 환경과 자연에 있지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는 봄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길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환경에 다시 한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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