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 개혁을 노동, 교육과 함께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3대 개혁으로 규정했다. 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산정해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을 변경하려면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하므로 다음해 4월 총선 전까지 국회에 공을 넘기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개혁’의 실체가 드러난다. 지난달 7일 보건복지부는 기습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개편안은 경영계와 노동계, 시민단체가 각각 2명씩 추천하던 수탁위 위원은 각 1명으로 줄이고 금융·투자 전문가단체가 추천한 3명을 추가했다. 

사실상 금융·증권사에 연금기금의 소유권을 부여한 셈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관장하는 상근전문위원에는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를 임명했다. 연금·회계 경험이 전무한 법조인을 전문위원에 넣은 것은 윤 정부가 연금 ‘개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국민연금 ‘개혁’으로 웃는 이들 중엔 보수언론과 민간보험사도 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5차 재정추계 결과를 통해 2055년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발표안은 수익률과 국내총생산 등 현재의 연금제도와 경제력이 30년 뒤까지 그대로 유지됨을 전제로 했다. 기금이 고갈됐더라도 다른 선진국처럼 세금을 투입해 국민의 연금 수령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보수언론과 종편들은 마치 2055년이 되면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것처럼 악의적 보도를 쏟아냈다. 국민연금공단 자문위원을 역임한 우리대학 사회복지학과 이준영 교수는 이들이 민간보험사들을 위해 ‘연금 괴담’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의 신뢰를 허물고 불신을 조장해 민간보험 수요를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연금 개혁은 절실한 과제다. 20년을 저축해도 수령액은 최저생계비인 100만원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용돈 연금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마저도 출산을 위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과 단기·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진정 연금 개혁을 원한다면 감투 놀음과 연금 흠집 내기가 아닌 지원 확대와 국민 공감대 형성에 우선해야 할 것이다. 이대로면 청년 4명 중 한 명은 빈곤 노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시간은 더는 우리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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