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OSpotify 시대생을 위한 노래추천

고된 등산 끝 산 정상에 올라가 본 적 있나요?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한 것도 잠시, 힘겹게 오른 산을 다시 내려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지친 몸을 억누르기 시작합니다. 비슷한 경우로 한껏 오른 분위기에 속을 버려가면서 마신 술은 다음날 고통스러운 숙취와 함께 구토를 불러오고는 합니다. 즐거움이 없었다면 괴로움도 없었을 것입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등산은 왜 할까’는 일상적이고도 세밀한 가사로 기쁨과 슬픔을 겪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화자는 등산하는 사람들을 보며 “어차피 내려올 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높이 오를까”라고 의문을 품습니다. 술 마시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어차피 깨버릴 걸 알면서도 뭐 하러 취하려 들까”라고 비웃기도 합니다. 소박하고 선량하게 산과 술을 즐기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화자의 삐딱한 태도가 엿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슬퍼질 바에야 애초에 기쁘지도 않았으면”이라고 말하며 “내가 지금 혼자라 느끼는 건 애초에 네가 있었기 때문이야”라고 털어놓습니다. 화자는 등산을 왜 하는지 술을 왜 마시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었습니다. 괜히 누군가를 만나서 생긴 기쁨으로 슬픔을 알게 돼 푸념했던 것입니다.

담담한 가사와 절제된 기타 소리, 처지는 드럼과 더불어 심드렁한 보컬은 하나의 유기체로 모여 노래의 깊이를 더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슬퍼질 건데 왜 기뻐야 하나’라는 생각처럼 허무주의에 빠지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럴 때 어설프게 위로하는 노래보다 현실적인 감정을 덤덤하게 부르는 ‘등산은 왜 할까’가 진정한 위로를 전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슬픈 만큼 지금까지 기뻤던 것이고, 앞으로 행복할 일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최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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