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으로 가득했던 3월도 지나고 어느덧 꽃이 피는 봄이 다가왔습니다. 활짝 핀 개나리, 벚꽃, 진달래···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산과 공원의 모습에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집니다. 

그런데 이번 봄은 조금 이상합니다.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벚꽃을 포함한 봄꽃들이 평년보다 빨리 피었습니다. 서울의 봄꽃은 지난달 넷째 주 만개했는데, 4월이 되자 꽃잎이 지고 초록색 잎이 돋기 시작했습니다. 유난히 이번해 봄꽃들의 개화가 빨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1월의 혹한을 뚫고 꽃망울을 내미는 동백꽃을 시작으로 매화를 거쳐 이후 산수유, 목련, 개나리 등 우리에게 익숙한 꽃들이 줄줄이 피어납니다.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고 조금씩 겹쳐서 피기도 하지만 봄꽃은 순서대로 개화합니다. 봄을 실감케 하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3월 중순부터 말에 개화하고, 4월 초·중순에는 벚꽃이, 5월에는 철쭉이 핍니다.
 

하지만 이번 봄에는 동시에 꽃을 피웠습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진달래는 평년보다 9일 이른 지난달 19일, 개나리는 6일 빠른 22일에 폈습니다. 벚꽃은 14일이나 이른 25일에 개화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벚꽃 관측이 시작된 1922년 이후 두 번째로 빠른 개화였습니다. 통상 개나리와 벚꽃은 개화 시기가 한 달 정도 차이 난다는 점에서 두 꽃이 같은 시기에 개화한 이번 봄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그렇다면 왜 봄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진 걸까요? 우리대학 환경원예학과 김완순 교수는 “봄꽃의 개화는 기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기온이 높을수록 빨라진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5일 기상청에 의하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9.4℃로 측정됐는데, 이는 기상기록 기준이 되는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3월 평균기온이었습니다. 

기온 상승의 주요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입니다. 지구의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온실가스는 필수적이지만 필요 이상의 온실 효과는 문제가 됩니다. 지난해 3월 기상청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봄꽃 3종(개나리·진달래·벚꽃)의 개화일 전망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2021년 발표한 고해상도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과거 2~3월 평균기온과 봄꽃 개화일 데이터를 넣어 국내 6개 지역(서울·부산·인천·대구·강릉·목포)의 개화일을 예측했습니다. 

저탄소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 2070년 탄소중립의 상황을 가정했고 고탄소 시나리오는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두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봄꽃 개화일은 1991~2020년 대비 2021~2040년 5~7일, 2041~2060년 5~13일, 2081~2100년에는 10~27일 당겨질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고탄소 시나리오 속 봄꽃 개화일은 21세기 말 현재보다 23~27일 정도 빨라진 2월 말로 예측됐습니다.

봄꽃의 앞당겨진 개화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봄을 기다려왔던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기도 합니다. 한꺼번에 피어난 꽃들은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일찍 피고 빨리 진 봄꽃 탓에 예정된 축제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여의도에서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벚꽃 축제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축제 기간 대부분의 꽃잎이 떨어지고 초록색 잎이 돋았습니다. 대전 동구에서는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축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꽃 없는 축제를 홍보했습니다. 먹을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하는 상인들도 수요 예측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기후 위기가 닥쳐오면서 축제를 기획하는 지자체와 상인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식물은 번식을 목적으로 꽃을 피우기에 곤충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김완순 교수는 “진화한 식물의 꽃은 대부분 곤충을 매개로 수분을 한다”며 “이른 개화는 곤충에게 필요한 꽃가루나 꿀 등 먹이 활동에 제약을 줘 생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생태계 교란과 생물종다양성 감소라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다소 일찍 찾아온 봄꽃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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