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강원특별자치도(이하 강원자치도), 군민들은 적극 환영한다.’ 지난달 둘러본 강원도 곳곳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가득했다. 지난해 5월 29일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강원자치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강원도는 오는 6월 11일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 특별자치도로 출범한다. 왜 강원도는 ‘강원자치도’가 돼야 했을까. 강원도의 속사정을 직접 보고 들어봤다.
 

자연과 전쟁, 강원도를 갈라놓다

강원도라 하면 험준한 산지만을 떠올리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채로운 자원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강원도 중앙인 횡성·평창은 사람보다 소가 많을 정도로 축산업과 낙농업이 활성화됐다. 동해안에 접한 강원도는 여름에는 고등어와 오징어, 겨울에는 명태와 대구가 잡히는 수산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정선과 태백, 삼척에서 나오는 지하자원과 소양강 등 수자원에서도 강원도는 독보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소들을 통합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면적은 경상북도 다음으로 넓은 16,829.7㎢로 충청도 전체보다도 크다. 하지만 전체 면적 중 81.4%는 농사가 어려운 임야고 평균 해발고도 1천m의 태백산맥은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갈라놓았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강원도의 분단을 더욱 심화시켰다. 특히 광활한 평야와 농토를 가진 철원이 남북으로 분할된 것이 큰 타격이었다. 우리대학 국사학과 신희권 교수는 “철원은 과거 중부지방을 평정한 궁예가 도읍으로 삼아 뜻을 펼친 곳”이라며 “한국전쟁 때 서울 점령에 실패한 김일성도 철원만은 절대 사수하라 했었다”고 강원도에서 철원이 가진 위상을 설명했다. 

휴전 후 철원과 고성, 양구 등 강원도 지역 다수가 북한으로부터 탈환한 수복지구라는 명목하에 군사지역으로 지정됐다. 수복지구 주민들은 국가의 강도 높은 감시를 받아야 했고 지방자치도 1990년에서야 이뤄졌다. 태백 지역을 중심으로 융성했던 석탄산업은 석탄 감산을 유도하는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몰락했다. 기반시설 개발이나 기업활동에서도 군사지역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가 가해지면서 늦춰졌다.
 

▲ 강원도 고성군과 접해 있는 동해안
▲ 강원도 고성군과 접해 있는 동해안

족쇄를 날개로 바꾸리

최근 강원도는 자신의 발전을 저해했던 자연·인문적 요소를 강점으로 활용하며 도약을 꾀하고 있다. 강원도의 산들은 사계절 각양각색의 절경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관광재단이 발표한 「2022년 강원 관광 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약 1억 5345만 명으로 설경, 모노레일, 사찰 탐방 등 다양한 산림관광 콘텐츠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산악회나 수련회 등 단체관람과 더불어 폐광 탐방과 눈꽃마을 등 신규 관광지도 강원도의 관광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남북 갈등을 극복하려는 노력 역시 이어가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육·해로를 통한 금강산관광을 실시했다. 약 200만 명이 다녀간 금강산관광은 2008년 관광객 피살로 중단됐지만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육로를 통해 강원도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강원자치도 역시 초기에는 남북이 1차 산업 부문에서 협력하고 생태·문화 관광지대를 신설하는 강원평화특별자치도로 구상됐다. 그러다 남북관계가 경직되면서 지방자치권 확대와 개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현안으로 재편됐다. 특별자치도는 산업과 행정에서 방대한 자율권이 부여되고 국세 이양 등 재정 특례도 주어진다. 

석탄 사업 사양 후 마땅한 주력 산업이 부재한 강원도는 특별자치도 선정이 폐광지역을 비롯한 여러 낙후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강원연구원 이원학 기획조정실장은 “대체 산업에 대한 준비 없이 이루어진 폐광으로 인해 주민 대부분이 수도권 공업도시로 이주하게 됐다”며 “내국인 면세점 설립과 강원랜드의 다양한 규제 해소 등을 통해 지역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원자치도의 의의를 밝혔다.
 

▲ 겹겹이 펼쳐진 강원도의 태백산맥
▲ 겹겹이 펼쳐진 강원도의 태백산맥

특별자치도에만 기대선 안 돼

전문가들은 강원자치도 출범은 긍정적이지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만은 안 된다고 경고한다. 국제교육도시라는 가치를 창출한 제주특별자치도처럼 독자적인 매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학 기획조정실장 역시 “강원자치도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폐광지역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못할 것이다”며 “낙후된 지역의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고유한 지역 콘텐츠를 발굴하는 로컬크리에이터를 활용한 발전 전략 수립도 중요한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임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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