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1년부터 수지적자가 발생해 2055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위원회는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미래 청년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며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보험료율과 가입상한, 수급개시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10월 말까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래전부터 논의됐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한 연금개혁, 청년 세대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국민연금 위기론, 진실은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다. 소득이 있는 연령층이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하면 공단에서 이를 재원으로 소득이 중단되거나 상실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제공한다. △노령으로 인한 근로소득 상실의 경우 노령연금 △주소득자 사망에 따르면 유족연금 △질병 또는 사고로 인한 근로능력 상실에 따라 장애연금 등을 지급한다. 

국민연금은 주로 노령연금을 지칭한다. 현행 체계에서 국민연금은 만 60세 이전까지 납부하고 대략 만 63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 모든 국민이 가입 대상이며,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웠을 때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평균수명이 늘어난 반면 출산율은 낮아져 노인 인구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593만 명을 넘어섰고 가입자는 약 2211만 명으로 집계됐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가입자는 감소하고 수급자는 증가하면서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고자 하는 국민연금 제도는 최근 위기를 겪고 있다. 인구 문제가 심화되면서 공단에 들어오는 재원보다 빠져나가는 재원이 많아져 재정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다만 보건복지부의 예측대로 2055년에 공단 재정이 바닥난다고 해도 국민연금 지급에는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공단에 쌓인 적립금을 기반으로 지급하는 것만이 아니라 매년 들어오는 돈으로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사회복지학과 이준영 교수는 “공단에 쌓인 기금으로 국가가 연금을 준다고 착각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돼도 매년 들어오는 돈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금은 일종의 수건돌리기”라며 “후속 세대에게 부양의 책임을 넘기는 방식이기 때문에 후속 세대가 계속 태어나기만 하면 제도가 작동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주요 기능인 노후 보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논점도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8.3%), 일본(18.3%), 프랑스(27.8%) 등보다 낮다. 낮은 보험료율은 낮은 소득대체율로도 연결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31.2%로 OECD 평균(42.2%), 일본(50%), 프랑스(60%) 등보다 저조하다. 이준영 교수는 “소득대체율이 낮은 것은 국민연금공단의 지출이 적다는 것으로, 노후 보장 기능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국민연금을 처음 탄 사람들은 월평균 52만원을 받았다. 1인 개인회생 최저생계비인 124만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약 340만 명의 경력단절여성과 1250만 명의 국민연금 비가입자, 의무 수급기간 불이행자들은 이마저도 받지 못한다. 일반 기업에서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한다. 하지만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처럼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는 보험료 전체를 자신이 부담해야 하고 노동 환경도 자주 바뀌어 지속적인 보험료 납부가 어렵다. 

부실한 수령액과 사각지대는 빈곤과 은퇴 연기로 이어졌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39%로 전체 빈곤율인 15.3%의 두 배에 달한다. 노인 소득 중 근로소득 비중도 5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7.9%인 멕시코와 함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최대 월 32만 3180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기존 소득 하위 70%에서 100%로 확대하거나 정부가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국민연금 수령액을 최저생계비 수준까지 인상하는 방안 등의 여러 보완책이 제기되는 이유다. 
 

모든 세대가 원하는 연금개혁

국민연금은 후속 세대가 노년 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책임에 기반하기 때문에 국민연금 문제는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준영 교수는 “국민연금은 젊은 세대가 비용을 부담하고 노년 세대는 혜택을 받는 구조”라며 “젊은 세대가 더 내거나 노년 세대가 덜 받아야 하지만 어떠한 주장도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에 관한 연령별 입장은 어떨까. 청년 세대에 속하는 이재원(21) 씨는 “뉴스를 보니 우리 세대는 연금을 받지도 못한다는데 왜 강제로 보험료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 세대도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면서도 “중장년층과 노년층 인구가 훨씬 많으니 그 세대에 유리한 쪽으로 개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반면 또 다른 청년 박서연(22) 씨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이 낮아 높여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며 “나중에 자신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지면 보험료율 인상 시 청년층의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자신들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청년층의 신뢰도가 저조한 상황이다. 

한편 중장년층에 속하는 이규태(52) 씨는 “월급명세서에서 연금 납부액을 볼 때마다 복잡한 생각이 든다”며 “당장 돈이 나가는 게 아깝기도 하고, 은퇴하고 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가장 많은 보험료를 내는 것은 우리 세대”라며 “연금개혁을 한다고 해도 청년층이나 노년층에만 주목하지 우리 세대 입장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연금을 수령받는 김종원(72) 씨는 “연금은 요긴하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생활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도 연금개혁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대를 막론하고 국민연금 제도의 만족도는 낮으며, 개혁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과도한 공포 대신 신뢰를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오는 2055년 국민연금이 고갈된다고 발표하자 언론에선 연금을 내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지나친 과장은 세대 갈등과 연금 불신만을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한다. 적립금의 고갈과 관계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수조권은 보장되는데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사실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김원섭 한국연금학회장은 “청년들이 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언론 보도는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연금 고갈을 막고자 수령액을 줄이자는 사람들의 논리를 보면 결국 경제 발전에 도움이 안 되니 노인빈곤을 외면하겠다는 말로 굉장히 비인도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영 교수 역시 “청와대 기왓장을 뜯고 국토를 팔아서라도 줘야 하는 게 국민연금”이라 설명하며 “민간 보험회사들이 사적연금을 들 수 있게끔 언론을 통해 국민연금 괴담을 조장하고 있다”고 같은 의견을 전했다.

다만 저출산이 지속되면 국민연금 납부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기금 중 약 35%가 적립금인 상황에서 기금이 고갈되면 늘어난 수령자를 감당하기 위해 보험률을 그만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국은 생산연령인구 4.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60년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02명을 부양해야 한다. 이 교수는 “국민연금은 젊은 세대는 부담하고 나이 든 세대는 혜택을 받는 구조”라며 “출생률이 낮아 젊은 층이 줄어들면 노인 숫자가 급증하지 않더라도 비율 자체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서처럼 보험료율 인상은 노동인구의 강한 반발을 야기하기에 급격한 인상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회장은 “기금이 고갈되면 보험료율을 36%까지 인상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노동자에게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내라 하는 나라는 존재할 수가 없다”며 “기금을 세금으로 보조한다든지 수급액을 낮추는 등 다른 방식을 택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세대가 국민연금을 앞선 세대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자 미래의 자신을 위한 안전망으로 봐달라고 강조한다. 현재 청년 세대가 노인이 되는 2060년 노인빈곤율은 26.5%로 예상된다. 보험료나 고갈 여부에만 매몰돼 국민연금을 외면하면 청년 중 4명 중 1명은 미래에 노인 빈곤을 겪게 되는 것이다. 

김원섭 한국연금학회장은 “연금은 세대 간의 쌍방 계약”이라며 “청년들도 언젠가 늙고 빈곤해져 연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영 교수도 “젊은 층이 좀 더 부담할 수밖에는 없다”면서도 “언젠가는 이들도 노인이 되고 그 100만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청년 세대에게 미래를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호연 기자 2022630019@uos.ac.kr
정시연 기자 jsy434438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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