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 비대면 강의가 전면 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캠퍼스 인근 주점들은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지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동기나 선후배와의 술 약속을 뜻하는 ‘술약’이 끊이지 않고 ‘더 게임 오브 데스’와 ‘바니바니’처럼 다시 돌아온 술 게임까지 코로나19 기간 잠시 주춤했던 술자리가 깨어났다.
 

시대생, 10년 전보다 술을 술술

우리대학 학우들은 어떻게 술을 즐기고 있을까. 2013년 서울시립대신문은 학우 280명을 대상으로 ‘시립대생 음주 실태조사’를 진행했다(▶참고기사: 제655호 4면 「술, 어떻게 즐기나요?」). 이번호에서 유사한 문항으로 구성해 진행한 ‘서울시립대 음주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10년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주량의 증가다. 지난 조사에서 주량이 2병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남학우 17.9%, 여학우 6.6%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그 비율은 34.2%로 급증했다. 지난 10년간 소주 평균 도수가 19도에서 16.9도로 하락했고, 7도인 ‘별빛청하’와 12도인 ‘아이셔에이슬’ 같은 저도주가 대중화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음주 동기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10년 전 조사에서는 ‘취하고 싶어서(36.3%)’,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23.6%)’ ‘모임이 있어서(24.3%)’, ‘고민 및 스트레스(7.4%)’, ‘주변에서 자꾸 권해서(7%)’ 순이었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기타 응답을 제외하면 ‘모임이 있어서(52.6%)’,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20.4%)’, ‘취하고 싶어서(16.3%)’, ‘고민과 스트레스(4.1%)’, ‘주변에서 자꾸 권해서(1%)’ 순으로 변화했다. ‘모임이 있어서’와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를 합치면 73%에 달해 음주 자체보다는 친목을 위해 술을 마시는 경향을 보였다.

낮아진 소주 도수처럼 술도 더 안전하게

언제부터 술은 대학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을까. 대학 음주문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사발식’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사발식은 막걸리를 사발 가득 넣어 빠르게 마시며 친목을 다지는 행사다. 

「고대신문」에 따르면 사발식은 1970년 중반 고려대학교 일부 학과에서 시작됐다. 이어 1980~1990년대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문화에서 구성원 간 단결이 강조되자 선후배 관계가 강압적으로 변화했고 술을 강권하는 문화로 이어졌다. 현대사를 전공한 우리대학 국사학과 문미라 교수 역시 “1980~1990년대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시절 대학생은 엘리트로서 사회와 정치에 대해 의견을 내야 했던 분위기가 존재했다”며 “그 매개로서 술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것이 사발식 같은 강압적인 음주문화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대학 02학번이기도 한 문 교수는 “1990년대 학번의 문화가 남아있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는데 학과 임원이나 술자리에 지각한 사람에게 소주 3잔을 연달아 마시게 하는 ‘후래자 삼배’ 문화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학부생으로 마지막으로 참여한 2007년 답사에서도 버스에서 반강제로 양주를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문화가 남아있었다”며 “지난달 교수로 부임하고 다녀온 답사에서 학생들이 강요 없이 자유롭게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달라진 모습을 설명했다.

인권의식이 높아지고 자유로운 음주문화가 자리 잡은 탓에 이번 설문에서 우리대학 음주문화에 대해 72.4%가 ‘긍정적이다’, 20.4%가 ‘매우 긍정적이다’라고 응답했다. 고학번에 속하는 A(27) 씨 역시 “현재 우리대학 술자리는 소소하게 대화하고 자신의 주량에 따라 먹을 수 있어 매우 건강한 편”이라며 “06학번 선배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집에도 안 보내고 쓰러질 때까지 술을 마시게 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제대로 강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B(27) 씨도 “코로나19 이전에는 술을 안 마시면 선배들이 눈치를 주면서 술을 강요하는 문화가 존재했다”며 “지금은 많이 사라졌고 술자리가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변한 것 같다”고 전했다.

새내기들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지만 술을 강요하는 문화는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C(행정 23) 씨는 “타 대학에 비해 우리대학은 대체로 주량을 지키려 하며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분위기”라며 “다만 몇몇 소모임이나 동아리에서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오면 술을 마시는 ‘입장주’ 같이 술을 강요하는 문화는 남아있다”고 답했다. 

술은 마시되, 건강하게

강압적인 분위기가 사라지며 학우들은 더 즐겁고 자유롭게 술을 즐기고 있지만 음주로 인한 사고가 모두 근절되진 못했다. 우리대학 내에서 음주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경우에 대한 설문에서 36명이 ‘음주 강권’, 32명이 ‘싸움과 폭력’이 발생한 적 있다고 응답해 여전히 음주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 외에도 성 관련 비위나 대학가 고성방가 문제와 구토에 대한 뒤처리 문제를 지적하는 응답도 있었다. 

대학생과 술의 건강한 공존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김승수 사무국장은 「한국대학생의 음주문화」 보고서에서 “금주가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보지 말고 술이 생활 속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각자가 원하는 때, 원하는 만큼, 자기 방식대로 마실 수 있는 음주문화를 대학에서부터 만들어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최근 대학생 대상 공격적 주류마케팅이 유행하고 미디어에서 음주장면을 빈번이 노출하고 있다”며 “이를 인지하고 쉽게 동조되지 않아야 하고 건강한 절주 문화가 전파될 수 있도록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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