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통계청이 공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청년세대 비경제활동인구 약 400만 명 중 경제활동 상태를 물었을 때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층 응답자는 약 49만 7천 명이다. 이는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그러나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김주연 교수 연구팀의 「2021 한국 사회의 쉼과 건강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비경제활동인구 중 약 65%가 일상적으로 잘 못 쉬는 집단에 속한다. 

한국인의 18%는 쉼 역량이 ‘부족’하고, ‘잘 못 쉬는 이유 있음’에 속하는 쉼 위험경계군에, 13%는 쉼 역량이 ‘위험’하면서 ‘잘 못 쉬는 이유 있음’에 속하는 쉼 위험군에 분류됐다. 김주연 교수는 “해당 연구에서 2030 세대의 80%가 일상적으로 쉬지 못한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왜 청년들은 학교와 직장 밖에서도 쉴 수 없을까. 취직도 휴식도 뜻대로 할 수 없는 청년세대의 실태를 살펴봤다. 
 

줄어드는 취업자 “취직은 우리에게 먼 얘기”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비경제활동인구의 ‘쉬었음’은 ‘취업·진학 준비’나 ‘심신장애’와는 구분되는 것으로 어떠한 경제·학업 활동도 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조사한 ‘쉬었음’의 주된 이유로 ‘몸이 좋지 않아서’가 1위,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가 2위를 차지했다. 지난 2월 청년 취업자는 385만 3천 명으로 지난해 4월 대비 16만 5천 명 감소해 코로나19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청년들이 취업 시장에서 멀어져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생 원다영(21) 씨는 “소위 금수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재산에 비해 일반인들의 월급은 많지 않아서 취직할 욕구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다원(21) 씨의 경우 “취직 욕구가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안정적인 일자리와 수입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경제활동 중인 청년들은 어떨까. 고용 감소와 인력 감축이 닥친 사기업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공일자리에 종사하는 청년들 역시 급여나 근무 환경이 불안정하다고 이야기한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A(21) 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며 아르바이트 대비 정규직으로서 이점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벌어진 소득 격차와 불안정한 급여, 열악한 근무 환경이 청년들이 낙담하는 원인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닮아가는 대한민국

취직을 뒤로 한 청년들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노동 환경이 불안해지며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단기적 이익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학생 이유정(22) 씨는 “조금씩 모아 자가나 자차를 마련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매주 로또를 구매하는 이유를 밝혔다. 현재 자산과 상황에 맞지 않게 빚을 내서라도 구매·투자 활동을 벌이는 ‘영끌족’이 증가하면서 가계 부채 또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19~39세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지난 2021년 약 8455만 원이다. 

용도별 부채 보유 잔액 순위로는 주거 마련이 약 5천만 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사업·투자와 부채상환, 생활비 용도가 뒤를 이었다. 김주연 교수는 “한탕주의나 영끌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확신이 없고 미래가 현재보다 못할 것 같기 때문”이라며 “극단적 생존주의에 내몰려 굳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직시장에 나가지 않는 영끌족의 모습은 198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프리터족’, ‘니트족’과 유사하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30년 전 부동산 버블을 둘러싼 경제 문제와 더불어 인구 구조도 닮았다. 지난 2020년부터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아지기 시작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 0명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저금리로 인해 급등하던 부동산 시장도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김주연 교수는 “현재는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로도 생계 유지가 가능하지만 나이가 들면 안정적 소득과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된다”며 “일본 사회처럼 50대 히키코모리 자식을 돌보는 80대 부모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대학 도시사회학과 신인철 교수는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청년의 증가는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삶의 지향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하지만 지속적 구직 실패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선택한 최후의 생계 수단일 수도 있다”며 발생 원인에 대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청년들의 치솟는 경제적 불안감

불안정한 경제상황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청년들에게 또 다른 심리적 불안감을 불러일으킨다. 김주연 교수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의 약 50%가 ‘잘 못 쉼’이라고 응답했으며, 잘 쉬지 못하는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과 ‘시간 부족’이 가장 많았다. 이유정 씨는 “현재 아르바이트 외에 수입은 없다”며 “학업을 이어가며 스펙을 쌓기도 어려운데 취직은 아직 먼 이야기 같다”고 토로했다. 휴학생 박예영(23) 씨도 “지난해 아르바이트를 쉬고 휴식하며 줄어가는 통장 잔고에 조마조마했다”며 “돈을 벌어야 심적으로 조급하지 않고 편안하게 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경제적 부담과 시간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청년 정책들은 실효성 있는 도움을 주고 있을까. 지난해 2월 실시된 청년희망적금은 연봉이 3600만원 이하인 청년을 대상으로 한 2년 만기 적금이다. 2년 동안 매월 50만원 한도로 자유롭게 납입하면 은행이 제공하는 금리인 최대 6%에 정부가 저축장려금 2~4%를 얹어주고 비과세 혜택을 지원해 출시 당시 가입자 수는 약 286만 8천 명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달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4분기 가입자는 약 241만 4천 명으로 약 45만 4천 명이 해지를 신청했다. 

식비나 월세 등 각종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매월 50만원 납입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대학생 이다원(21) 씨는 “이번해 6월 출시될 예정이라는 청년도약계좌도 매월 40만원 이상을 납부해야 조금이라도 이익이 있는데 수입이 적고 일정하지 않은 학생들이나 취준생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주연 교수 또한 “각 부처가 일시적인 선심성 복지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근본적인 원인 모색과 장기적인 계획 수립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세대 간 시대 상황 차이를 고려해야

일부 기성세대는 청년세대가 자립하지 못하는 것을 무능하거나 노력이 부족하다며 비난하지만 전문가들은 세대 간 시대 상황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의지가 있더라도 자립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청년세대를 기성세대와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관점이라는 것이다. 

신인철 교수는 “기성세대는 경제 호황기에 대학을 졸업하기만 하면 취업할 수 있었고 높은 이자율 덕에 저축을 통한 목돈 마련 등을 기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세대가 어려운 현실 앞에서 자신이 문제라거나 한심해서라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스스로를 한심한 사람으로 볼수록 힘든 현실을 타개할 기회를 잃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신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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