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 이희원(건축 03), 정은주(건축 05) 건축가

이번호에서는 시대융합관을 설계한 건축가를 만나봤다. 두 건축가는 대학 시절 인연으로 시작해 현재 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를 함께 운영하며 꿈을 이어 나가고 있다. 시융관을 설계한 과정부터 건축가로서의 목표까지. 우리대학 출신 부부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어떻게 동업자가 됐나
흔히 말하는 캠퍼스 커플이었다. 학부 시절 같은 수업을 듣고 시험공부도 했지만 막상 작업은 함께 해 본 적이 없었다. 졸업하고 같은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히다가 공모전에 함께 참여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혼자가 아닌 함께 작업하는 것이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언젠간 우리만의 작업을 해 보자며 막연하게 생각하던 중 이전 고객과의 인연으로 공동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행정 처리를 위한 사업자등록을 하다 보니 동업을 하는 상황이 됐고, 이후 함께 사무소를 개소하고 결혼까지 하면서 현재는 부부 동업자로 일하는 중이다.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건축사사무소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설계다. 건축물을 짓기 전 건축 전반의 제반 법규와 대지 상황을 분석해 적정 규모의 건축물을 계획한다. 그다음 건축물 내외부 전반의 시스템도 계획하고 디자인을 시작한다. 이는 도면과 모형,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구현되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공사가 시작되면 계획대로 원활히 시공되는지 확인하는 과정 또한 현장에서 직접 관리·감독한다. 기본적인 건축사사무소 업무 외에도 전시와 브랜딩, 컨설팅이나 가구 디자인, 사이니지*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수행한다.
 

▲ 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가 공모전에서 수상한 조감도
▲ 건축사사무소 ‘오드투에이’가 공모전에서 수상한 조감도

시융관 설계를 결정한 이유는
설계는 대상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지난 8~9년 동안 집보다 자주 캠퍼스를 오갔던 우리는 누구보다 ‘서울시립대’라는 장소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캠퍼스의 지형적, 기능적 배경과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요소가 공간에 어떻게 담기면 좋을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시에서 주관한 ‘서울시립대학교 미래융합관(가칭) 설계공모’가 홈페이지에 공고되자마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시융관 건설에 가장 공들인 부분은
중앙로에서 시융관 1층 입구로 이어지는 광장 진입로와 계단식 잔디마당을 가장 공들였다. 시융관은 캠퍼스 중심에 위치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생명과학과와 화학공학과, 환경공학부가 위치하며 대부분 실험실과 교수 연구실이기에 일반 시민들과 타 학과 학생들의 접근이 단절될까 우려했다. 건물 앞은 보행자들이 이용하는 중앙로와, 뒤는 차량이 오가는 도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활용해 다양한 경로로 접근할 수 있는 외부공간을 계획했다. 

또한 대학본부 지하 출입구 높이와 비슷하게 설계해 주변 건물과의 이동을 편리하게 했다. 잔디마당은 대학 구성원들과 서울 시민들도 앉아서 쉬거나 교류할 수 있는 개방 공간이 되길 바랐다.

시융관의 독특한 입면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동문으로서 우리대학 캠퍼스 이미지는 ‘붉은 벽돌’로 대표된다고 생각한다. 실제 공모지침에도 외벽재료로 벽돌 사용을 권장했다. 하지만 건물에 입주할 공학계열 학과의 특성상 실험실 위주이기에 초기 계획된 설비나 배관 외에도 외부로 많은 실험장비와 배관들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붉은 벽돌에서 벗어난 외관을 디자인했다. 

보기 싫은 배관을 숨기고 가리는 외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부로 노출함으로써 입면의 디자인 요소로 인지되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입면의 루버** 형태 또한 일반적인 건축물에서 많이 활용하는 수직 형태가 아닌 원형 파이프 형태의 루버를 사용해 설비 배관들이 외벽을 감싸고 있는 듯한 입면을 계획했다. 파이프 루버가 설비 배관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기존 캠퍼스에서 본 적 없는 외관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모교 건물의 완공 소감과 바람은
건축가로서 모든 작업에 관심 갖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지만 시융관은 모교에 우리 힘으로 설계한 건물이기에 더 각별했다. 준공한 후 다시 방문한 시융관 계단식 잔디마당에 많은 사람이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계획 당시 가장 공들였던 ‘개방 공간’이 사람들로 하여금 비로소 완성된 것 같아 큰 보람을 느꼈다. 빠른 시일 내에 외부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 입주도 원활히 진행돼 모두가 불편함 없이 시융관을 이용하길 바란다.

앞으로 건축가로서의 목표는
현재까지는 운 좋게 민간·공공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것 같다. 아직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단계지만 건축이라는 넓은 분야를 아우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시도하고자 한다. 건축가로서 건축은 억지로 해서는 안 되며 항상 즐기며 해야 할 일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느낀 즐거움이 결과물로서 이용자들에게 전달되게 하고 싶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시융관 계획 단계부터 새로운 공간에서 ‘소통’을 중점으로 학생들이 즐거운 대학 시절을 보내는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많은 학생이 시융관이 자리 잡은 캠퍼스에서 즐거운 기억들로 가득한 대학 생활을 만끽하며 선물 같은 경험을 갖길 바란다.


*사이니지(Signage): 특정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시각적 구조물을 통칭하는 용어
**루버: 빛이나 공기는 들어오고 비와 직사광은 들어오지 않도록 평판이 있는 블라인드나 셔터


이세나 기자 
lsn030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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