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입시에서 인문계열에 기하, 미적분, 과학탐구 응시자(이하 이과생)가 교차지원으로 대거 입학했다. 이는 전과와 복수전공 수요를 대폭 늘리는 원인이 됐는데, 이에 따라 교수와 학생 모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교차지원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부터 공식적으로는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면서 정시 전형에서 서로 다른 계열로의 진학을 허용하는 제도다. 2022학년도 수능 기준 선택과목 기하와 미적분의 표준점수는 문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확률과 통계보다 약 3점 높았다. 과학탐구 과목도 사회탐구 과목보다 표준점수가 평균 1점 이상이었다. 이과생의 표준점수가 높게 나타나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 입학 경쟁에서 이과생이 유리해진 상황이다. 

교차지원으로 입학해 인문계열에서 자연계열로 전과한 김형규(전전컴 22) 씨는 “이과가 인문계 학과를 선택하면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이 자연계 학과를 선택했을 때보다 높아져 교차지원을 통해 우리대학 인문계열 학과에 입학했다”고 이야기했다.
 

문·이과 통합 이후 전과·복수전공 신청 폭등

입학 전부터 전과와 복수전공을 노린 인문계 교차지원이 늘면서 입학 후 자연계열로 떠나는 현상이 확연히 늘었다. 인문계열 학과 학생이 자연계열로 전과를 신청한 경우는 지난 2021학년도 9건, 2022학년도 11건이었다. 그러나 첫 통합 수능을 겪은 22학번이 전과를 신청할 수 있는 이번 학년도에는 34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복수전공 신청 역시 급증했다. 인문계열에서 자연계열로 복수전공을 신청한 건수는 2021학년도 58건, 2022학년도 54건이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1학기에만 벌써 55건에 이르고 있다.

인문계열에서 자연계열로 이동하려는 학생이 늘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다. 행정학과에서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로 전과한 김형규 씨는 “행정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전과를 결심하게 됐다”며 “고등학교 때 이과생은 배우지 않은 기초 지식을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수업하는 교수님들이 있어 수업을 듣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학생 유출이 증가한 인문계열 학과 교수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영어영문학과 이주경 교수는 “문·이과 통합 이후 수업에서 학생들이 전공에 대해 갖는 관심과 열의가 줄어든 것 같다”며 “전공선택 과목의 수강생 수도 적어져 수업의 양과 질 모두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전과 수요 증가에 학생자치기구도 고충을 겪었다. 국어국문학과 윤성용 총무부장은 “10만원이 넘어가는 과 학생회비를 전과생 여러 명에게 환급해야 해 학과 재정에 변동이 잦다”며 “1년 예산 편성에도 어려움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대학 상황 맞춰 최적의 대책 준비 중

입학처는 교차지원으로 인한 전과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주경 교수는 “인문계열에 지원할 때 사회탐구 영역의 비중을 늘리는 등 문과 학생이 인문계열 학과에 입학할 때 이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성균관대학교의 경우 인문계열 지원에 있어 사회탐구 영역 변환표준점수를 과학탐구 영역에 비해 높게 책정해 교차지원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대학 장금주 입학처장은 해당 내용을 언급하며 “사회적 흐름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대학의 사정을 고려할 수 있는 최적의 입시 대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입학처의 계획은 다음 달 공표될 예정이다. 

다만 융·복합적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은 사회의 불가피한 요구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장 입학처장은 “학생들이 동등하게 다양한 전공을 공부할 수 있도록 전공 기초 관련 교양 과목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대학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학생들의 융·복합적 역량을 최대한 키워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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