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 보도부장
조은정 보도부장

보편적으로 철학은 우리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먼 추상적인 개념들을 다루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철학이란 모호한 언어로 세계를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반대로 과학은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띠며 실용성 또한 높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고정관념과 달리 20세기 프랑스 철학은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강조했고 오히려 과학이 추상적 학문이라고 주장했다. 철학이 어떻게 과학보다 정확할 수 있을까?

프랑스 철학의 핵심은 정확성이다. 개념화 작용 없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는 아직 완결되지 않고 흐르고 있기 때문에 일부를 분리해서 멈춰있는 것처럼 개념화할 수 없다. 개념화하는 순간 세계를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방법은 직관을 통해 단번에 파악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과학은 실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추상적인 관념을 이용해 연구한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사물의 크기, 열량 등 결코 그것만 따로 존재하지 않음에도 속성을 사물과 분리해 버린다. 세계에 대한 순수한 경험을 개념으로 난도질해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과학으로 세계의 모든 작용을 설명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흐르는 세계를 그대로 포착할 수 없는 과학은 궁극적 한계를 지닌다. 세계라는 모래사장에서 아무리 과학적 그물을 가지고 모래를 퍼내려고 노력해도 결국 세계는 그물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의 의의는 낙타론을 통해서 설명된다. 낙타를 연구하려는 영국인, 독일인, 프랑스인이 있다. 먼저 영국인은 차를 마실 수 있는 도구와 캠프 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가지고 사막지방의 여러 나라를 다니며 2~3년의 텐트 생활을 한다. 긴 시간 동안 낙타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하며 연구한다. 한편 독일인은 낙타를 보지도 않고 자신의 방에 들어가 자아개념, 비자아개념, 낙타개념까지 차례로 사고를 통해 도출해낸다. 

마지막으로 프랑스인은 가까운 동물원에 찾아가 반나절 정도 수위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낙타를 만져보기도 하고 직접 먹이를 줘보기도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낙타에 대한 기사를 써낸다. 프랑스의 낙타 연구에 대해 영국인은 빈약한 자료를 통해 지나친 일반화를 하고 있다고 비판할 것이고, 독일인은 근본 원리 없이 행한 경박한 연구라고 비판할 것이다. 그러나 낙타를 실제로 보고 나름의 결론까지 끌어낸 사람은 프랑스인이 유일하다. 

프랑스 철학처럼 경험에 충실하게 철학하는 것은 독일인의 낙타 연구 방식처럼 체계적인 개념화를 중시하는 풍토에서는 무능한 철학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외적으로 쉽게 포착되고 설명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다른 질서의 경험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세계를 알고 싶다면 과학보다는 철학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조은정 보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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