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군인 인권에 비해 사회복무요원 인권은 공론의 장에 오르지 못했다. 기사 작성을 위해 취재차 사회복무요원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를 둘러봤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지난 30일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이하 노조) 기자회견 안내 글을 보자 당황스러웠다. 

노조를 응원하는 댓글도 많았지만 ‘일요일이면 병무청도 쉬는데 앞에 난리 떨어봐라’와 ‘응~ 나는 소집해제 했어’ 등 노조를 조롱하는 댓글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며 싸워가는 노조원을 도리어 욕하는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노동자의 날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일요일로 정한 것은 그야말로 묘수였다. 일요일은 병무청 휴무일로 혹시 모를 업무방해죄를 피할 수 있고, 노동자의 날 하루 전이라 노동과 관련된 이슈임을 강조함과 더불어 노동절 당일 행사에 우선순위가 밀리지 않아 많은 기자와 노동 전문가들이 현장에 참석할 수 있었다. 실제로 착실하게 준비된 기자회견 내용은 여러 주요 언론사에 보도돼 화제가 됐다. 

한편 취재 과정에서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꼈다. ‘출퇴근하고 월급도 더 받으니, 현역보다 훨씬 나은 거 아니냐’, ‘어차피 2년만 있으면 소집해제인데 그냥 버텨라’, ‘네가 그래서 사회복무요원이구나’ 등 부정적 반응은 소수자인 사회복무요원들은 더욱 움츠리게 했다. 앞선 커뮤니티의 댓글 내용은 이런 사회적 시선에서 기인한다. 사회복무요원은 신체·정신적인 문제로 현역 복무가 어려운 사람이다. 

이들은 노동권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권리 사각지대에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사회를 위해 복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불합리함에 맞서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서로를 조롱하고 있다. 어쩌면 직접 행동하기보다는 신세를 자조하며 소집해제를 기다리는 것이 편한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조는 이에 굴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투쟁하고, 법정 송사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번 기자회견 직전 병무청이 경내 기자회견을 긴급 불허하고, 휴일에도 직원들이 출근해 기자회견을 감시한 것은 우리 사회가 사회복무요원들의 아픔에 공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획된 기자회견과 입법 투쟁 그리고 곧 성사될지도 모를 병무청과의 대화까지 노조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