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갓생인이다

갓생은 신(god)과 인생을 합친 신조어로 직역하면 ‘신처럼 사는 인생’이다. 갓생이 청년들 사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지금, 이번호에서는 자신이 가진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자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시대인 3명의 갓생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천사들의 합창은 어떤 단체인가
천사들의 합창은 연합 합창 봉사 동아리로 ‘입은 사랑을 노래하고, 두 손은 주변에 지친 이웃들의 어깨를 감싸주며 얼굴은 환한 웃음을 전하는 천사들이 모인 합창단’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매주 토요일 시립서울청소년센터에 모여 연습하고, 주로 서울 곳곳의 복지기관이나 병원과 연결해 합창 봉사를 한다.

봉사 공연을 위한 노래 실력도 필요한가  
물론 실력이 출중하고, 기본적으로 악보를 볼 수 있다면 훨씬 수월하게 연습을 따라올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실력이 동아리 활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지휘자와 반주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아마추어다. 면접을 볼 때도 파트 배정을 위한 기본적인 음색과 음감만 파악한다. 각 파트의 파트장이 악보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지휘자가 차근차근 연습을 주도하기 때문에 악보를 보지 못하는 단원들도 연습에 참여할 수 있다. 

활동을 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노인 요양원에서 ‘그리운 금강산’과 ‘고향의 봄’을 부른 적이 있다. 많은 어르신이 우리의 노래를 듣고 눈시울을 붉히셨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사와 선율이 심금을 울렸던 것 같다. 바로 눈앞에서 누군가를 노래로 감동시키고 있음을 체감한 순간이자, 음악이 어떻게 세대를 아우르고 소통할 수 있는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날이라 유독 기억이 난다.

활동을 통해 얻은 점은 
몇 달에 걸쳐 연습한 곡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때, 공간을 가득 메우는 묵직한 공기가 있다. 단순히 노래하는 단원들뿐만 아니라 피아노를 치는 반주자, 단원들을 하나로 호흡하게 하는 지휘자, 그리고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이 다 같이 집중하고 있는 순간이 주는 감동과 뿌듯함이 정말 크다. 종종 공연이 끝나고 나서 인상 깊었던 곡을 말씀해주시는 관객들이 있다. 그런 기억들이 모여 공연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본 단체만의 매력은 
한 개인이 음을 정확하게 짚고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해서 무조건 아름다운 합창이 되지는 않는다. 개인이 가진 목소리의 특성이 도드라지면 하나로 뭉쳤을 때 오히려 거슬리는 소리가 되기 때문이다. 지휘에 맞추어 음들을 정돈하고 단원들과 호흡하다가 클라이막스에서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순간들은 전우애까지도 느끼게 한다. 봉사 공연으로 보람을 느끼고 숱한 연습의 시간을 통해 친목과 화합까지 도모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활동을 추천하는 이유는 
대학 생활을 처음 시작해 인맥을 넓히고 싶은 새내기부터,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은 고학번까지 누구든 환영할 준비가 됐다. 합창은 혼자 할 수 없는 활동이고, 지역 사회 이웃들을 위한 공연도 주기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모든 단원들이 새로운 사람에게 금세 마음을 연다. 합창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심리적인 장벽이 더 쉽게 허물어지는 것 같다.

KLC는 어떤 단체인가
코리아레거시커미티(이하 KLC)는  한국 노인 빈곤 문제를 알리고 청년들의 선한 움직임을 통해 변화를 만드는 비영리 단체다. 운영을 담당하는 코어팀과 전국 15개의 대학지부로 구성돼 있다. 우리는 빈곤 노인의 식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도시락을 만들고 배달하는 봉사를 하며 노인 빈곤 문제를 알린다.

정기봉사로는 어떤 활동을 하나
KLC 차원에서는 취약계층에게 먹거리를 전하는 우양재단과 협업해 서울역 쪽방촌에서 정기적으로 도시락 배부를 진행한다. 또한 대학지부 차원에서 보면 우리대학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매주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했다.

일일봉사를 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다른 봉사처에서 봉사하면 대부분 이미 만들어진 도시락을 배달하는 데에 그친다. 하지만 KLC는 도시락을 직접 만드는 봉사처 ‘레거시키친’을 소유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해 100인분 밥을 짓고, 제육볶음, 애호박무침 등 반찬도 직접 조리해 도시락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경험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조리 봉사이기에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봉사자들과 함께 웃으면서 따뜻한 식사 한 끼를 제공할 수 있어 뿌듯했다.

활동을 통해 얻은 점은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어 시작한 봉사는 오히려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어르신들이 고맙다며 건네주시는 미소와 소소한 간식들, 손녀딸 같다며 해주신 좋은 말들은 평범할 수도 있는 봉사활동을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줬다. 봉사를 한 날이면 더 활기차게 마음을 다잡고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어르신에게 식사 한 끼를 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나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줬다.

본 단체만의 매력은
단순 봉사단체가 아닌 본인의 역량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활발한 커뮤니티라는 것이다. KLC는 봉사자들에게 다채로운 활동을 제공한다. 자선파티를 비롯해 사회적 기업의 CEO 등 여러 리더의 강연, 레거시키친을 활용한 모금 디너 행사와 같이 다양한 행사를 제공하고 참여를 도모한다. 지난 자선파티에서 기획 TFT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봉사 경험과 실적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행사를 기획하는 등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을 했다.

활동을 추천하는 이유는
노인 빈곤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진행하는 활동들이 본인의 관심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봉사활동을 넘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청년 리더들과 함께 다채로운 활동을 기획하고 참여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활동은 무엇보다 가치 있을 것이다.

지실은 어떤 단체인가
지실은 교육봉사동아리다. 동대문교육복지센터와 협업해 멘티를 배정받고 일주일에 한 번 학교나 카페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또한 매주 금요일 동아리방에 모여서 ‘가리사니’라는 토론을 진행한다. 해당 주차에 진행한 멘토링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다. 어떤 것을 공부했고 멘티가 공부한 것을 어려워했는지 등 기억에 남는 것들을 공유한다. 이외에도 매주 가벼운 주제부터 사회 이슈처럼 무거운 주제까지 다양한 토론주제를 선정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봉사만 하고 끝나지 않고 동아리원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한다. 

활동을 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지난 학기 가르쳤던 멘티가 기억난다. 입부 후 1년 동안은 멘티가 계속 바뀌었고 학기의 마지막 멘토링을 할 때도 수업만 했었다. 그런데 다른 활동 회원들은 멘토링이 어땠는지 멘티와 얘기를 나눈다고 들었다. 그래서 지난 학기 멘티에게 처음으로 물어봤다. 멘티는 많은 도움을 받았고, 다음 학기에도 멘토링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해줬다. 굉장히 뿌듯했고 교육봉사의 진가를 느꼈다. 그 말은 잊지 못할 것 같다. 

교육봉사를 하며 힘들었던 적이 있다면 
멘티와 내가 원하는 것 간의 괴리가 있는 경우다. 교육봉사를 하기 전 멘티가 내 생각만큼 따라와 주지 않으면 멘티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멘티가 무엇을 원하는지 놓치고 있었다. 나만의 기준을 강요했던 것이다. 처음 1년 동안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못을 깨달은 후 멘티의 기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멘티가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숙제도 잘 해와서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었다. 

활동을 통해 얻은 점은
멘토링을 하다 보면 이해하기 힘들거나 화가 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멘티가 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잊거나 숙제를 잘 하지 않는 등 불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그 예다. 또한 뒤처져 있는 학생들을 다그치지 않고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 공부에 흥미를 잃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1대1로 만나서 관계를 형성하는 활동이다 보니 낯을 많이 가리는 멘티들이 멘토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내심을 기를 수 있었다. 

본 단체만의 매력은 
4학기 필수 활동 조건이 지실만의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해에 들어온 회원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굉장히 가까워질 수 있다. 한 동아리에서 꾸준하게 활동함으로써 본인이 얼마나 책임감이 있고 성실한 사람인지 나타낼 수도 있다. 또한 지실은 좋은 사람들로 가득해 계속해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활동해 온 선배들을 봐도 4학기 활동이 끝나도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활동을 추천하는 이유는 
교육봉사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인내심뿐만 아니라 소통기술, 책임감, 라포형성 등 본인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활동에 임하느냐에 따라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것을 배우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세나 기자 lsn0304@uos.ac.kr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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