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GV

울적한 현실에서 멀리 도망치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잘살아 보겠다는 꿈을 품고 독립을 시작한 스물한 살 ‘스즈코’도 마찬가지다. 자취 첫날, 룸메이트는 스즈코가 보살피던 고양이를 유기한다. 화난 스즈코는 룸메이트의 짐을 내다 버리다 백만엔을 함께 폐기한 혐의로 전과자가 돼버린다. 몇 년 후, 실형을 살고 나온 스즈코를 반기는 곳은 없다. 가족이 있는 집일지라도 말이다. 비난에 지친 스즈코는 자신의 전과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무연고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처음 정착한 곳은 조그만 바닷마을. 스즈코는 금세 빙수 가게의 에이스가 되지만 마을 사람들의 호감에도 백만엔을 벌면 떠나기로 다짐하고 자취를 감춘다.

바닷마을을 떠난 스즈코는 시골의 복숭아 농장에 정착한다. 촌장은 오랜만에 마을을 찾아온 젊은이를 홍보 마스코트로 내세우려 한다. 많은 사람 앞에서 ‘복숭아 아가씨’가 될 것을 강요받던 스즈코는 전과가 있음을 고백하고 도망친다.

소도시 시장의 원예 코너에서 일하게 된 스즈코는 전과 사실을 알고도 자신을 사랑하는 동료 ‘나카지마’와 함께한다. 하지만 돈을 빌린 후 소홀해진 나카지마의 태도에 스즈코는 그의 사랑이 돈 때문이라고 여기며 이별을 고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 침묵하던 스즈코는 나카지마에게 진심을 솔직히 전하고 회피가 아닌, 스스로의 성장을 위한 여정을 떠난다. 떠나는 스즈코의 얼굴에는 비가 갠 듯 해맑은 미소가 가득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고민은 우리가 질리도록 곱씹는 난제다. 미래가 명확하지 않은 실수투성이 청춘들은 유독 인간관계와 비난이라는 시련에 약하다. 영화는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행이 우리의 삶을 집어삼켜도 일단 살아보는 건 어떤지 살포시 묻는다. 도망가고 싶다면 마음껏 도망가도 좋다. ‘잘살아 보자’는 마음과 함께하는 방황의 끝이 우리의 수많은 선택과 고민으로 이루어진 각자의 해답이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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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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