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 SI:REVIEW

이상하게도 바다를 보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이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복잡한 심경을 억누르기 위해 바다를 찾는다. 기자는 어릴 때부터 물이 있는 곳을 좋아했다. 투명하고 잔잔한 물결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SNS에서 우연히 거대한 고래와 유영하고 있는 사람의 사진을 봤다. 사진 한 장이 주는 경이로움에 이끌려 해당 사진전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전: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을 관람하기 위해 그라운드시소 성수로 향했다. 
 

▲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을 담은 ‘Journey’
▲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을 담은 ‘Journey’

나탈리 카르푸셴코는 사진작가이자 환경 운동가다. 그는 자연과 인간이 마주하는 경이로운 순간을 사진에 담았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있는 그대로 바라봤을 때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전시는 총 6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졌다. 작가는 퉁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지의 섬과 바다를 여행하며 기록한 사진과 영상들로 전시를 구성했다. 특히 ‘물’을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보아 가장 중요한 오브제로 삼았다. 

전시회장에 들어가니, 메인 테마로 꼽히는 ‘오션 브레스’를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바닷속 고래와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업보를 뜻하는 ‘카르마’가 좋은 사람만이 고래를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인간보다 몇 배는 큰 덩치를 가진 고래와 나란히 수영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을까. 

수중 촬영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고 위험한 경우에 처할 때가 있다. 강한 해류, 바다의 온도, 예상치 못한 고래의 움직임···. 그런데도 나탈리는 고래와 함께하는 순간을 늘 꿈꿔왔기에 촬영 전날 잠도 못 이루었다고 한다. 수중 촬영이 가진 제약들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사진은 흔들림 없이 선명해 그림 같았다. 또한 전시회장에 들려오는 고래 울음소리와 바닷속에 있는 듯한 몽환적인 음향은 사진의 생동감을 더해줬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 한 장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 푸른 바닷속에서 고래와 함께 유영하는 모습을 담은 ‘오션 브레스’
▲ 푸른 바닷속에서 고래와 함께 유영하는 모습을 담은 ‘오션 브레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구간은 ‘라이징 우먼’이다. 대부분의 사진에서 나체의 여성들이 나무나 바위 등 자연에 몸을 맡기는 모습이 담겼다. 그 중 ‘Journey’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다. 차가운 바닷속으로 사람들이 뛰어드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이었다. 찬물에 뛰어든다는 것은 곧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새로운 경험을 시도할까요? 위험성, 결과, 평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머릿속 계산을 멈추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에 뛰어들 수 있을까요?”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라 더욱 눈길이 가는 글이었다. 평범한 사진이라 생각했는데 소개 문구를 본 것만으로 많은 생각에 빠졌다. 해석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시점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전시의 묘미가 아닐까.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날, 전시회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예상치 못한 신선한 자극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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