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는 버튜버?” 지난해 모 대학교에서 가상 캐릭터를 통해 강의하는 교수가 화제가 됐다. 실제 사람이 아닌 캐릭터의 모습으로 강의한다는 점은 이목을 끌 만했다. 2D나 3D의 가상 캐릭터를 내세워 활동하는 ‘버츄얼 유튜버’(이하 버튜버)가 콘텐츠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버튜버 시장은 자연스럽게 부상했다. 버츄얼 캐릭터와 버튜버는 더 이상 소수만의 콘텐츠가 아니다. 어느샌가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버튜버의 매력을 알아보자. 
 

▲ 버튜버의 시초라고 불리는 ‘키즈나 아이’ (출처: A.I.Channel)
▲ 버튜버의 시초라고 불리는 ‘키즈나 아이’ (출처: A.I.Channel)

비슷하면서도 다른 버튜버와 가상 인간  

버튜버의 시초는 지난 2016년 데뷔한 일본의 ‘키즈나 아이’로 꼽힌다. 버츄얼 유튜버라는 단어도 키즈나 아이가 처음으로 사용했고, 데뷔 2년 만에 구독자 수 200만 명을 돌파했다. 뛰어난 3D 모델링과 그에 어울리는 목소리, 자연스러운 동작 구현 능력이 인기에 한몫했다. 키즈나 아이는 버츄얼 캐릭터를 통해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신곡을 발표하고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했다. 가상 캐릭터가 방송하는 것은 예전부터 시도됐지만, 키즈나 아이를 기점으로 다양한 컨셉의 버튜버가 탄생했다. 이 흐름은 한국까지도 이어졌다. 2021년 게임 유튜버 ‘우왁굳’은 버튜버로 구성된 버츄얼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을 기획했다. 데뷔곡 ‘리와인드’는 조회수 1천만 회를 넘겼고 멤버들의 온라인 콘서트도 개최할 정도로 국내 버튜버 시장에 한 획을 그었다. 

기술로 구현된 가상의 인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버튜버와 ‘가상 인간’은 동시에 언급되는 주제기도 하다. 하지만 둘은 명백히 다르다. 영산대학교 가상현실콘텐츠학과 안찬제 교수는 “가상 인간은 순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지만 버튜버는 실제 사람이 안에서 행동한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버튜버에 활용되는 기술은 장비를 착용하면 동작 캡처를 통해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반영하는 기술과 사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을 활용하는 기술로 나뉜다. 이외에도 가상 인간은 대부분 실제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띠지만, 버튜버의 경우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외형을 선호한다는 차이를 지닌다. 
 

▲ 강서구청 버튜버가 강서구를 홍보하고 있다, (출처: 강서구청 공식 유튜브 채널 i강서TV)
▲ 강서구청 버튜버가 강서구를 홍보하고 있다, (출처: 강서구청 공식 유튜브 채널 i강서TV)
▲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버튜버 를루가 (제공: 를루가)
▲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버튜버 를루가 (제공: 를루가)

버튜버의 매력이 뭐길래 

비대면 시대의 기술 발달은 영상 플랫폼을 활성화했고 사람들의 디지털 환경 접근성을 높였다. 안찬제 교수는 “시대적 특성이 잘 맞았기 때문에 기존에 기술과 개념이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버튜버 시장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개인 방송을 지원하는 플랫폼과 서비스의 등장으로 진입장벽은 한층 더 낮아졌다. 버튜버를 시작한 지 약 60일이 된 버튜버 ‘를루가’는 “평소 말주변도 없고 낯을 많이 가리지만 방송인을 동경하고 있었다”며 “나를 전부 드러내지 않고도 사람들과 소통하며 방송할 수 있는 버튜버에 매력을 느꼈다”고 방송을 시작한 계기를 전했다. 

서브컬쳐 산업이 과거와 달리 고수익 시장으로 주목받게 된 것도 영향을 줬다. 아이돌처럼 팬덤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덤에 오르면 굿즈를 판매하거나 팬사인회를 여는 등 방송 외 활동을 통해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지난 3월에는 버츄얼 보이그룹 ‘플레이브’가 데뷔했다. 음악 방송에서는 춤과 노래를 선보이고, 유튜브와 트위치에서는 버튜버로 활동하며 팬들과 소통한다. 일반적인 아이돌과 다를 바 없이 앨범을 발매하고 영상통화 팬사인회도 진행한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도 버튜버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강서구는 강서구 마스코트 캐릭터를 재구성한 버튜버 ‘새로미’를 선보였다. 국내 지자체가 버튜버를 활용한 첫 번째 사례다. 지자체끼리도 유튜브 구독자 수, 조회수에 관심을 두기에 유튜브 경쟁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독특하고 유머 있는 새로미의 소개 영상은 지난 5일 기준 14만 조회수를 넘었다. 이전 강서구청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가 200~1500회를 웃도는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버튜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비대면 활동의 증가로 사람들은 디지털 환경에 더욱 익숙해졌다. 특히 1020세대에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나 본디처럼 가상의 아바타를 내세워 활동하는 것은 이미 친숙한 일이다. 안찬제 교수는 “1020세대는 버튜버 혹은 버츄얼 아이돌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다고 받아들이며 그들의 팬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중점이 되는 1020세대가 버튜버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좋은 신호다. 

양날의 검처럼 버튜버의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스타와 가까워지고 싶은 팬들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한다 해도 활동에 제약받는 건 사실이다. 버튜버 를루가는 “먹방이나 브이로그의 경우 캐릭터를 유지하며 영상을 찍기에 한계가 있다”며 컨텐츠의 폭이 한정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비용적인 어려움이 있다. 안 교수는 “아직 대중화하기에는 제작단가가 높다”며 “정확한 동작을 트래킹할 수 있는 고가의 장비들과 캐릭터 제작에 대한 비용을 한계로 꼽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버튜버 시장이 한계를 극복하고 주류 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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