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과 [더 글로리] 등 OTT 플랫폼의 흥행작에서 마약 산업과 마약 중독자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마약이라는 소재는 경각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호기심을 높인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단순히 복용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마약이 끼치는 영향을 인식해야 할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마약이 바꾼 대륙의 역사부터 분류 체계, 중독성의 위험에 대해 살펴봤다.

중원의 지배자, 청나라를 무너뜨린 아편

17세기에 건국된 청나라는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 대륙의 경제까지 뒤흔들 정도로 강성했다. 청나라의 도자기와 차, 비단은 유럽 상류층들의 사치품으로 수요가 높았기에 일방적인 수입국이었던 유럽 국가들은 무역 불평등을 겪었다. 전 세계의 은을 빨아들여 은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청나라에게 큰 손해를 본 영국은 적자 해결을 위해 협상을 시도하지만, 예법의 차이와 이해관계의 부족으로 성과를 얻지 못한다.
 

▲ ‘수성십이경’ 중 7장, 아편에 중독된 동아병부
▲ ‘수성십이경’ 중 7장, 아편에 중독된 동아병부

결국 영국은 우위를 뒤집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마약의 일종인 아편을 청나라에 밀반입한다. 빠른 속도로 아편에 중독되기 시작한 당시 청나라의 생활상은 동방의 병든 남자라는 뜻의 ‘동아병부’라는 말의 탄생과 함께 아편에 중독된 사람의 말로를 표현한 ‘수성십이경’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심각성을 인지한 청나라 정부는 광저우 항구에서 강력한 아편 단속 정책을 펼치지만 그에 반발한 영국의 침략으로 1840년 제1차 아편 전쟁이 발발한다. 이후 난징조약과 제2차 아편 전쟁이 일어나며 청나라는 영국에 완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서양 열강이 세계의 중심에 등극하며 아시아 국가의 흥망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마약류’ 안에 마약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마약류는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마약에 해당하는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 종 등의 양귀비는 아편과 연관이 있다. 아편은 양귀비의 앵속에서 채취한 액즙을 응결시켜 가공한 것이다. 코카 잎과 양귀비의 유효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알칼로이드도 있다. 
 

▲ 사탕으로 오인할 수 있는 MDMA(출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류폐해 알리미)
▲ 사탕으로 오인할 수 있는 MDMA(출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류폐해 알리미)

코카인, 모르핀, 헤로인 등이 그 예다. 암이나 다발성 경화증 등의 병을 앓는 환자에게는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기도 하지만 코카인과 헤로인 등은 효과가 막강해 의약품으로도 사용하지 않는다. 화학적 합성 마약인 펜타닐은 모르핀의 10배에서 20배 가량의 효과가 있어 사지 절단 환자 등 극도의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사용된다. 

마리화나라고 불리는 대마초도 마약류에 속한다. ‘칸나비스 사티바 엘’ 종의 대마초 어린 잎과 화관을 건조한 것, 농도를 높이기 위해 수지화한 해시시가 대마로 분류된다. THC*가 함유된 대마는 유통과 복용이 불법이지만 THC가 제거되고 CBD**가 함유된 대마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에서도 뇌전증 등 난치병 치료를 위해 의료용으로 허가됐다. 

마지막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은 네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로 의료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환각제인 LSD, 메스칼린 등은 버섯과 곰팡이의 일종인 맥가, 선인장 등 천연 재료에서 추출한다. 두 번째는 제한적으로 의료용 사용이 가능한 약품으로 중추신경 흥분제인 필로폰과 암페타민, 매틸페니데이트, MDMA 등이 있다. 매틸페니데이트는 집중력 조절제나 ADHD 치료제로 오용되고 ‘도리도리’라는 별명을 가진 MDMA는 주로 클럽에서 범죄에 오용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두 번째 종류보다 의존성이 높은 신경 안정제인 플루니트라제팜이다. 플루니트라제팜의 경우 수면 효과가 뛰어나 범죄에 사용되기도 한다. 네 번째로 처방을 받으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문제가 되는 제품도 있다. 펜티메트라진과 펜터민 등은 식욕 억제제로 사용되는데, 청소년 사이에서 SNS나 다크 웹을 통한 무분별 판매로 오남용 우려가 크다. 

서울시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웅철 본부장은 초중고와 더불어 대학생들도 마약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MDMA, 졸피뎀 등은 무색 무취의 데이트 강간 약물로 유명하다”며 “음료에 타면 구분이 어려운 점 등을 잘 인지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약물이 일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로 미국과 멕시코에서 펜타닐 오남용으로 거리에 돌아다니는 중독 환자들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장래 교수는 “펜타닐은 일부 의사들이 필요 이상으로 처방하고 환자가 고용량을 한꺼번에 녹여 남용하는 점들이 문제가 된다”며 “오남용의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본 후 예방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대마 흡연 문제도 심각하다. 김 교수는 “지난 2019년 미국 질병청(CDC)의 청소년 위험행동 감시 시스템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절반이 대마를 피워본 적이 있다”며 “이들을 모두 기소하고 수감할 수 없기에 여러 주에서 대마 사용을 비범죄화, 합법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를 집어삼키는 마약의 늪

마약 복용은 우리의 몸과 정신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마약은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과다 분비시킨다. 과다 분비된 도파민으로 인해 항상성과 뇌에 각인된 자극에 대한 통제력이 감소한다. 약해진 행동 통제력은 반사회성 인격 장애로 이어진다. 특히 대마의 THC 성분은 행동 인지 능력과 통제력을 감소시킨다. 망상이나 오한, 열 등 여러 정신적, 신체적 금단 현상으로 인해 약물을 끊기도 쉽지 않다. 마약을 하면 뇌 기능 저하와 함께 기존에 즐기던 여러 활동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며 치매 발병 가능성도 높아진다.

낮아진 마약 복용 연령대도 문제다. 지난해 경찰청에서 발표한 「최근 5년간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검거된 10대 마약류 사범은 69명에서 2021년 30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백형의 교수는 “가족이나 직장 등 삶의 자본이 적은 10대 청소년의 경우에는 마약을 접하게 되면 회복이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청소년은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아 마약류에 노출이 되면 뇌세포의 정상적 발달이 불가해 치매와 지능 저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뇌에 각인된 자극은 ‘플래쉬백 효과’에 의해 약물을 보기만 해도 충동을 이기지 못하게 되고 결국 중독에 이른다. 마약의 중독성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백 교수는 “중독은 돈으로 회복할 수 없는 만큼 꾸준히 회복할 수 있게 지지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활과 더불어 사전 조기교육도 놓칠 수 없다. 전웅철 본부장은 “정부에서도 재활 사업, 예방 교육과 기관에 예산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청소년과 청년 대상의 조기 예방 교육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당부했다.


*THC: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대마초의 환각성분이다.
**CBD: 칸나비디올, 지각 능력이나 감각에 영향이 없다.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