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사관(ROTC)후보생 64·65기 선발 접수기간 연장 안내’ 지난달 7일 육군학생군사학교는 당초 5일까지였던 ROTC 선발 일정을 13일까지로 연장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도 코로나19로 선발 일정을 연기한 바 있지만 이번 모집 연기는 부진한 ROTC 모집의 결과라고 보는 평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봉쇄 해제로 ROTC 지원 활성화를 기대했던 군이지만 지난해 ROTC 경쟁률은 2.4대1로 1961년 창설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육군 수장인 박정환 참모총장까지 직접 연세대를 찾아 ROTC 지원을 독려했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합동임관식을 치르는 ROTC 후보생 (출처: 연합뉴스)
▲ 합동임관식을 치르는 ROTC 후보생 (출처: 연합뉴스)

사라지는 문무겸비 인재

ROTC는 대학 재학생 중 학식과 군사 역량을 겸비한 우수자를 선발해 군사교육과 평가를 거쳐 양성되는 장교다. 1961년 서울대 등 18개 대학에 학군단을 처음 설치했고 현재 110개 대학에서 ROTC를 운영 중이다. 

ROTC는 학군단이 있는 4년제 대학 1, 2학년 재학생이 지원대상이며 연령은 만 20세 이상 27세 이하여야 한다. 필기·체력 시험을 통과한 ROTC 후보생은 평상시에는 대학에서 군사교육을 받고 여름과 겨울방학 시기 군에 입대해 6주간 훈련을 수행한다. 2년간 군사교육을 받은 후에는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한다.

그러나 문무겸비 인재 양성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ROTC 지원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4년 6.1대1이었던 경쟁률은 2019년 3.2대1로 절반으로 떨어졌다. ROTC 미달 학군단도 2017년 2곳에서 2021년 12곳으로 증가했다. 1963년 1기 후보생 528명을 임관시켜 학군단 중 최대규모였던 서울대 학군단도 이번해는 1학년 지원자가 4명에 불과해 미달했다. 학군단 자체를 폐지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2015년 서울교대등 5개 교육대학이 학군단을 폐지했고 2021년에는 춘천교대가 ROTC 모집을 중단했다.

좁아진 진로, 낙후된 처우

2000년대 후반까지 공공기업과 대기업은 ROTC 경력에 가산점을 부여했고 삼성이나 CJ처럼 ROTC를 대상으로 한 특별채용(이하 특채)도 진행했다. ROTC 동문을 통해 전역 전 취업을 보장받는 일도 흔했고, 공직의 경우 ROTC 복무기간을 호봉으로 인정했다. 1996년 ROTC를 통해 장교로 임관한 정병훈(49) 씨는 “다양한 사람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 리더십을 기를 수 있었고 기업에서도 이를 인지해 ROTC 출신이 취업이 잘 됐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자 ROTC 가산점과 특채는 2010년대 중반 이후로 거의 사라졌다. 기업들은 장교 활동 대신 젊은 나이와 경력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ROTC 지원을 고민했던 취준생 이지훈(27) 씨는 “장교 복무에 혜택을 주는 사기업이 없어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며 “군대에 묶여있기보다는 빨리 스펙을 쌓거나 시험을 준비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관학교에 편중된 진급 체계도 문제로 지목된다. 지난해 소위로 임관한 ROTC 후보생은 3561명으로 전체 소위 5천 명 중 약 71%이며 사관학교 임관생인 606명의 5배를 넘는다. 그러나 ROTC 출신 장성 진급자는 준장 78명 중 6명, 소장 22명 중 1명에 불과했고 중장·대장 진급자는 전무했다. 그나마 장성 진급 실패자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영관급 장교인 소령 진급률 역시 약 30%로 사관학교의 진급률인 77.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군은 해당 계급으로 근무할 수 있는 나이를 제한하는 연령정년제를 취하고 있어 소령 진급에 실패한 대위는 43세가 되면 전역해야 한다. 군인연금이 중령 이상 전역자에게 지급되는 점을 감안하면 소령 진급에 실패한 ROTC 장교는 연금도 받지 못한 채 40대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병사 처우가 대거 개선된 2010년대 후반부터는 병사와의 처우 역전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병사의 복무기간은 육군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1개월이다. 반면 ROTC로 임관한 장교는 육군은 28개월, 해군과 공군은 각각 24개월과 36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병사 복무기간은 1953년 36개월에서 계속 단축됐지만 ROTC 복무기간은 창설 이래 그대로 유지된 결과다. 

월급 역시 소위와 중위 1호봉 기준 각각 178만원과 195만원으로 오는 2025년부터 월급과 적금을 합쳐 200만원을 받는 병장에게 역전될 전망이다. 관사나 식비, 당직 수당 등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복지에서도 불만이 제기된다. ROTC 출신 육군 A 중위는 “처음 배정받은 관사에 곰팡이가 너무 많아서 사비로 리모델링 했었다”며 “편의점에서 같은 시간 야간 아르바이트만 해도 일당 14만원은 받지만 당직근무비는 아직도 하루 1만원”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본질 못 짚은 軍, 불확실성 개선해야

ROTC 지원자 급감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3월부터 ROTC 복무기간 단축, 금전 지원 강화, 후보생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한 대책안을 검토 중이다. 최소 4개월에서 최대 10개월 복무기간을 줄여 병사와의 복무기간 차이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초급장교에 일시금으로 주어지는 단기복무장려금을 현재 600만원에서 50% 인상하고 중·소위의 성과상여금과 당직근무비 등을 공무원 수준으로 올리는 등 금전적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ROTC 훈련에서는 사격과 지휘 훈련 시간을 축소하고 체력검정을 각 대학 자율 측정으로 바꾸는 등 후보생의 부담을 완화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대책이 근본적 해결책일 수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수당·봉급 인상은 오는 2027년에야 실행 예정이며 구체적인 예산 편성이나 실행 방향에 관한 언급 역시 부재했다. 복무기간 단축이나 훈련 강도 완화 역시 진급 체계 개선 등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해결책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명대 군사안보학과 최병욱 교수는 “사실상 진급이 보장된 사관학교와 비교하면 현재 ROTC는 비정규직인 단기 계약 인턴밖에 안 된다”며 “내가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장기 복무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그들에게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A 중위는 “군을 떠나는 동기들에게 남아야 하는 이유를 말할 수가 없었다”며 “합당한 보상 없이 사명과 의무만 외친다면 10년 후 국군은 병사와 장군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병욱 교수도 “현재 군대는 오래 복무할수록 해야 할 일은 많아지고 급여와 취업에서는 손해를 보는 조직”이라며 “장교로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와 보람 등 내적 동기가 충족돼야 한다”고 국가를 위한 헌신에 맞는 예우를 강조했다. 병사 여건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ROTC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바다.


임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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