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 정원오(경제 86) 동문

‘시대생 정원오’는 어떤 사람이었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뜨겁게 타오르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1986년 경제학과에 입학하며 고향 여수를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높은 빌딩과 많은 사람을 보며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런 감상도 잠시였다. 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부독재에 맞서기 위해 학생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나에게 대학생 친구가 하나 있었다면’하는 전태일 열사의 바람이 와 닿았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영화로도 제작된 1987년 6월 민주 항쟁은 심장을 뛰게 했으며 삶의 목표와 태도를 송두리째 바꿔 놓은 기억이 됐다.
 

정원오(경제 86) 동문
정원오(경제 86) 동문

총학생회장 임기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상징동물을 선정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1989년 총학생회장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우리대학에 상징동물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요즘으로 따지면 브랜드가 없는 것이다. 상징동물을 통해 우리대학이 추구하는 모습을 구현하고 싶었다. 마침 개교 7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동물 선정이라는 의미도 있는 시점이었다. 재학생과 동문까지 모든 시대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렇게 선정된 것이 장산곶매다. 작지만 강하고 도전적인 이미지가 시대인이 생각하는 우리대학 이미지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지금도 학교 동문탑 장산곶매를 볼 때마다 그때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1993년 또래보다 꽤 늦은 스물다섯의 나이에 입대했다. 육군 병장으로 전역을 하니 스물여덟이었고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를 한창 고민할 때였다. 마침 그 해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가 처음으로 이뤄졌다.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겠다는 각오는 그대로였기에 지방자치에 참여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양천구청장 선거에 참여했고, 구청장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00년부터 임종석 당시 국회의원의 제안으로 보좌관을 맡으며 성동구에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3선 성동구청장까지 오게 됐다.

성동구민들의 선택을 3번이나 받은 비결은
구민들께서 지난 두 차례의 임기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려주셨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많은 분이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해 실감하셨다. 성동구는 코로나19의 유행에 대응해 전국 최초로 ICT 기반 전자명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재택치료자 대상 ‘회복기원 꾸러미’를 지급하며 구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삼표레미콘 공장 철거, GTX·C 왕십리역 유치 등 길게는 수십 년 된 지역의 숙원사업을 해결한 것과, 성동형 스마트쉼터와 초등학교 스쿨버스, 우산수리 서비스 등 피부에 와 닿는 생활밀착형 행정에 대해서도 구민들께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신 것이 3연임까지 이어진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 성동구는 많은 변화를 겪어왔고 조금은 목표를 이룬 것 같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 수 없다. 성동구를 서울시 ‘탑5’를 넘어 ‘넘버원’으로 도약하는 ‘클래스가 다른 도시’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전화번호를 공개해 민원을 해결하며 느낀 점은
두 번째 임기부터 문자를 공식적인 창구로 활용해보자는 생각으로 번호를 공개하고 민원을 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에는 하루에 몇백 건이 올 정도였고, 요즘도 매일 20~30건의 문자가 올 정도로 구민들께서 잘 이용하고 계신다. 문자가 오면 직접 읽고 늦어도 2~3일 안에 모두 답장한다. 문자로 구민의 불편을 확인하고 해결할 뿐 아니라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도 얻는다. 지난 3월부터 시행한 ‘성동형 주차안심번호’는 차량에 적힌 휴대전화 번호가 범죄에 악용될 것이 우려된다는 문자를 받고 직원들과 함께 고민한 끝에 나온 정책이다.

직원들이 자부심 느끼고 일하게 만드는 비법은
SNS에 ‘#성동에살아요’ 해시태그를 사용하는 구민들이 많다. 지역 주민이 삶의 터전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유례없는 현상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자부심이 공무원에게서도 느껴진다. 성동구의 혁신은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내 일처럼 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통 구청장은 과장이나 국장 등 상급자의 보고를 받기 마련인데 실무자인 팀장들에게 직접 보고를 받고 있다. 신속한 상황 판단과 의사결정이 가능해졌고 수직적인 지시가 아니라 구청장이 현장에 함께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조정하며 지킨 원칙은
새 사업에 60%가 동의하고 40%가 반대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언뜻 다수가 동의하니 추진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반대하는 40%는 극렬한 반대자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다수결의 원칙을 앞세워 소수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하다보면 결국 내 편은 얼마 남지 않게 된다.   성공적인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를 갖고 설득해 불가능에 가까운 만장일치를 지향해야 한다. 유의미한 대안을 제시하며 서로의 의견을 좁혀 모두가 납득할 만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정성의 정치’를 강조한다. 정성을 다하면 사람이 감동하고, 감동했을 때 비로소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

정치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를 공격해서 반사이익을 얻는 정치도 있고, 빛을 내는 사람 옆에서 그 빛을 받아서 커가는 정치도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타인의 거울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오롯이 빛을 내야 한다. 저는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그를 통해 지지와 힘을 얻는 ‘발광체 정치’를 하고자 한다. 정치를 꿈꾸는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며 정치에 참여한다면 분명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지고 발전할 것이다.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구전설화 속 장산곶매는 작지만 강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영물이다. 우리 시대인이 장산곶매처럼 약자의 입장을 헤아리고 세상의 다양함을 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치열한 경쟁과 높기만 한 문턱에서 자주 지칠 수도 있지만, 언제라도 날개를 펴고 당차게 날아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 장산곶매의 기백을 마음 한구석에 간직한다면 분명 더 멀리, 더 높이 날 수 있는 여러분의 시대가 올 것이다. 시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늘 곁에서 힘이 되겠다.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