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학술문화부장 
이유진 학술문화부장 

이번호에서는 책 체크 코너를 맡아 『여기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입니다』를 읽게 됐다. 지난 12일이 ‘세계 식물건강의 날’임을 알게 돼 좋은 아이템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접하게 된 책이었다. 평소 식물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미 잘 알려져 있던 ‘식집사’라는 용어와 반려 식물을 치료해 주는 식물 병원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러던 중 ‘유기 식물’이라는 단어를 보고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여기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입니다』는 백수혜 씨가 공덕동 재개발 단지 근처에 버려진 유기 식물들을 하나둘씩 구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유기 동물’도 아닌 ‘유기 식물’이라니. 이전에는 들어본 적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재개발 단지에는 생각보다 남겨진 식물들이 많았다. 이사를 가면서 자연스럽게 버려지거나 미처 챙기지 못했거나. 어찌 됐건 사람들이 떠난 적막한 곳에는 다양한 이유로 버려진 식물들이 즐비했다. 

백 씨가 버려진 모든 식물들을 구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더라도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집 안에 남겨진 아이들은 그대로 여생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구조 프로젝트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백 씨의 손에 의해 소생된 많은 아이들이 건강을 되찾고, 다른 집으로 분양을 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됐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길가의 버려진 식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록 시야’가 조금은 열린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주위에 세심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유기 식물뿐만 아니라 일상 속 주의 깊게 봐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먼저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키오스크’의 사례다. 대부분의 키오스크 높이는 일반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다. 이는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시각·청각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사용하기에도 점자, 음성안내 등 서비스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무인매장이 늘어나고 키오스크가 사람을 점점 대체해가는 시점에서 앞으로 더욱 부각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애용하는 ‘따릉이’도 하나의 예다. 따릉이를 타려면 휴대폰 앱이 필요해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면 사용이 불가하다. “요즘 스마트폰을 안 쓰는 사람들이 어디 있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어르신들이 꽤 있다. 최근 2G폰을 사용하는 한 어르신이 사용방법을 몰라 따릉이 앞에서 한참을 서 계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누군가를 위한 ‘배려’는 분명 필요하다. 

『여기는 ‘공덕동 식물유치원’입니다』에서 백수혜 씨가 버려진 식물들에게 쏟은 작은 관심은 결코 작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그런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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